인물일반

[피플&피플]“영화 남부군은 이념 떠나 민족의 비극 그린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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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국제평화영화제 마스터클래스 진행한 정지영 감독

개봉 30주년 리마스터링 공개

빨치산 인간적 시선으로 담아

당시 용공·반공 논란 큰 화제

국민지지 믿었기에 제작 가능

문성근 이사장 정 감독 소개서

"영화계 민주화 정신적 지주"

올해 평창국제평화영화제(이하 영화제)가 마스터클래스를 진행할 영화계 거장으로 선택한 인물은 정지영(74) 감독이었다.

영화제는 지난 19일 평창 알펜시아 시네마에서 한국전쟁 발발 70주년을 기억하는 의미로 정 감독의 영화 '남부군'을 상영하고 제작 배경 등을 이야기하는 마스터클래스를 열었다. 특히 이날 개봉 30주년을 맞아 리마스터링(화질, 음질을 향상시키는 작업)된 '남부군'을 최초 공개해 주목받았다.

지난해 말 춘천 배후령 옛길 일원 등에서 촬영, 사회성 짙은 메시지를 담아낸 영화 '블랙머니'를 내놓았던 정 감독은 '하얀전쟁' '부러진 화살' '남영동 1985' 등 사회의 이면을 조명하는 날카로운 영화를 만들어 왔다. 이날 문성근 영화제 이사장 역시 “1987년 영화계는 정 감독을 중심으로 민주화에 대한 목소리를 높였다”며 “지금까지도 영화 산업계의 불공정한 구조에 꾸준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어 영화계 정신적 지주와 같다”고 소개했다.

남부군은 빨치산으로 활동했던 신문기자 출신 이태가 1988년 출간한 수기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배우 안성기, 최민수, 고(故) 최진실 등이 출연한다. '무장공비'라며 적대시했던 빨치산을 인간적인 시선으로 그려 당대 큰 충격을 안겼고 한쪽에서는 용공영화, 또 다른 쪽에서는 반공영화라는 평을 받으며 큰 화제가 됐다.

정 감독은 “나를 평생 따라다니며 내 브랜드를 만들었고 지금까지 영화를 할 수 있게 해 준 작품”이라며 “내가 변해서 만든 영화가 아니라 1987년 6월 정치, 문화 등 모든 것이 변한 시점에서 국민이 뒤에서 지지해 주고 있다고 믿고 제작한 영화”라고 설명했다. 이어 “반공영화인지 용공영화인지 당시 안기부 내에서도 논란이 됐다고 들었지만 그저 같은 민족, 형제들의 비극을 그린 영화”라고 말했다.

이날 정 감독은 “영화에 뒷모습만 나오는 이현상 남부군 사령관은 얼굴을 보여주면 인물의 이미지가 왜곡되거나 고착될 것 같아 나 자신이 출연해 뒷모습만 찍었다”고 말해 놀라움을 안기기도 했다. 또 “재심을 통해 사건을 뒤집는 전북완주 '삼례슈퍼 살인사건'을 다룬 작품 '소년들'로 돌아오겠다”고 약속했다.

이현정기자 toge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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