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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강원도]고즈넉한 바닷가 마을의 동화같은 풍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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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강릉 주문진

◇보리의 동생 정우가 소돌항 빨간등대 앞 인도에서 공을 차며 걷는 모습.

지난달 개봉한 영화 '나는 보리'. 강릉 출신 김진유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다.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감독조합상 감독상 수상, 제24회 독일 슈링겔국제영화제 관객상·켐니츠상, 제18회 러시아 스피릿 오브 파이어(Spirit of Fire) 영화제 유어 시네마(Your Cinema) 섹션 최고 작품상, 제20회 가치봄영화제 대상, 제21회 정동진독립영화제 땡그랑동전상 등을 수상했다. 굳이 수상 경력을 모두 꺼내 들지 않더라도 올해 개봉된 영화 중에서 가장 주목받는 영화 중 한 편이라는 데에 딱히 이견을 달지 못할 그런 영화다. 코로나19 확산 속에서도 관객 1만명을 돌파하는 등 흥행에서도 어느 정도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일단 영화 평은 호평 일색이다. 기자가 본 느낌도 다르지 않다. 1시간50분에 이르는 러닝 타임 내내 영화는 시종 높은 파고 없이 잔잔하게 흐른다. 드라마틱한 반전이나 자극적인 설정은 없지만 그래서 느낄 수 있는 기름기 쫙 뺀 담백함이 좋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를 봤을 때의 느낌보다 더 그렇다. 특히 주인공 보리역의 김아송양 연기가 눈길을 끈다. 영화는 청각장애를 지닌 엄마(허지나), 아빠(곽진석)에게서 태어난 '보리' 이야기다. 보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청인(聽人). 코다(CODA·Children Of Deaf Adults) 다. 하나밖에 없는 동생 정우(이린하)까지 소리를 들을 수 없어 수어로 소통하는 가족 안에서 외로움을 느낀다. 그런 보리에게는 다소 엉뚱한 소원이 하나 있다. 바로 소리는 잃는 것. 부모 입장에서는 청천벽력이겠지만 열한 살 보리에게는 절실한 문제다. 매일 소원을 비는 것도 모자라 볼륨을 최대치로 높여 노래를 듣고 심지어 물에 빠지기도 한다. 이런 보리의 이야기는 강릉의 아름다운 풍광과 어우러지면서 동화처럼 펼쳐진다. 우리 영화임에도 영화를 보는 내내 화면 하단에는 자막이 나온다. 그런데 수어로 소통하는 장면에서는 어김없이 괄호(< >)가 등장한다. '<나> <친구> <축구>'로 표현하는 식이다. 단어의 조합으로 이뤄진 수어를 그대로 보여준 것이다. 영화 후반부로 갈수록 수어가 점점 문장 형태로 변화하는 모습을 찾아보는 것도 관람 포인트다. 영화 초반 보리네 가족이 함께 찾는 강릉단오장은 물론 신영초교, 소돌항의 빨간 등대, 주문진 등대마을 등 강릉 곳곳이 등장한다. 김진유 감독이 실제 주문진에 살고 있어 주문진의 아름다운 포인트를 쏙쏙 골라냈다는 후문이다.

오석기기자 sgtoh@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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