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

[원주의 숨은 매력]神들의 정원으로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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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림면 '성황림'

◇주민들이 성황제를 지내기 위해 성황당으로 이동하고 있다. ◇성황제 날에 맞춰 입구가 열린 성황림. ◇성황제를 지내는 주민들. ◇성황제를 지켜보는 관광객들.

오래전 조상들은 마을을 지켜주는 수호신이 있다고 믿었다. 주민들은 마을 제사를 통해 수호신에게 무병과 풍년, 안녕을 빌었다. 대표적인 공동체 신앙이었다. 강원지역에도 토속신앙은 사라진 지 오래다. 하지만 아직도 신들이 모여 사는 곳으로 여겨지는 곳이 있다. '성황림'이다. 이곳에서는 매년 두 차례 성황제가 열린다. 문화체육관광부 사업에 선정된 원주시가 이달부터 매주 개방행사를 진행한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터라 그동안 아무나 들어갈 수 없던 숲이었던 만큼 관심이 높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도 기록된 성황림

온대 낙엽활엽수림으로 학술가치 높아

천연기념물 제93호 지정 '신이 깃든 숲'

치악산 성황신 모시고 정성껏 제사 지내

음력 4·9월 일 년 두 차례 성대한 성황제

이때만 굳게닫힌 문 열려 전국서 관람객

최근 '성황림' 문체부 생태테마관광 선정

'신과 함께하는 숲 속 여행' 이달부터 운영

■신이 깃든 숲 '신림(神林)'=원주 도심에서 국도 5호선을 따라가다 보면 신림면이 나온다. 원주시 남동부에 있는 면지역이다. '신이 깃든 숲'이라는 뜻이다.

1861년(철종 12년) 고산자(古山子) 김정호가 편찬·간행한 대동여지도에도 신림이라는 지명이 적혀 있다. 신림면의 지명이 유래한 것은 성남리에 '성황림(城隍林)'이 있기 때문이다. 또 본래 원주군 지역으로 금창리에 큰 굴이 있어 구을파면이라 불리다가 1895년(고종 32년)에 가리파면으로 변경됐으며, 일제강점기인 1916년 신림리의 이름을 따서 신림면으로 개칭돼 현재에 이르고 있다는 설도 있다.

성황림은 통일신라 말기 원주의 중심지였다고 전해지는 신림면 성남리에 있다. 1933년 조선보물고적명승 천연기념물로, 광복 이후 1962년 천연기념물 제93호로 지정된 천연 숲이다. 평소 출입이 금지된 터라 아는 이들만 아는 '비밀의 정원'이다.

■온대지방을 대표하는 자연림의 보고='신증동국여지승람' 등에는 성황림에 대한 기록이 나온다. 치악산국립공원 상원사 방향의 동쪽 매화산 줄기, 서쪽 금창리, 남쪽 신림리, 북쪽 남대봉을 마주한 신림면 성남리 산191번지에 위치해 있다. 온대 낙엽활엽수림으로 우리나라 중부지방 자연림의 모습을 대표하며 학술 가치가 높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이유다. 성황림의 가치는 신단수의 원형을 엿볼 수 있다는 점, 서낭목과 함께 숲 전체가 숭배의 대상으로 보존되고 있다는 점, 평지에서 볼 수 있는 활엽수림이라는 점 등에 있다. 지정 규모는 5만4,314㎡에 달한다. 복자기, 귀룽나무, 느릅나무, 졸참나무, 갈참나무, 신갈나무, 찰피나무, 말채나무 등 50여종의 목본식물과 복수초, 꿩의 바람, 윤판나물, 대극 등 100여종의 초본류가 자라고 있다.

다만 신기하게도 신의 영역에는 신목(神木)인 전나무를 제외하고는 침엽수가 자라지 않는다고 한다. 윗당숲, 아랫당숲으로 나뉠 만큼 큰 숲이었는데 천연기념물 제92호였던 아랫당숲은 1970년대 초 수해로 천연기념물 지정이 해제되고 이제는 윗당숲만 남았다. 숲 양쪽에는 물이 흘러 식물의 생장에 적합한 환경을 만들어 주고 있다.

■마을 주민들이 지켜 온 숲=성황림에는 신이 산다고 믿어졌다. 출입문의 열쇠는 국립공원관리소장과 이장 두 명만 가지고 있다. 신성한 곳으로 여겨지는 만큼 마을 사람들은 치악산 성황신을 이곳에 모시고 제사를 지내면서 정성을 다해 숲을 지켜 왔다.

숲은 성황당 주변의 평지 숲과 성황당 서쪽의 산지 숲으로 구분된다. 마을 사람들은 성황당 앞을 가르는 길을 중심으로 서쪽은 신이 사는 영역이라 믿고 신성시하고 있다. 숲의 성황당에서는 해마다 음력 4월8일과 9월9일 성대하게 제사가 열린다. 이때가 일 년에 단 두 번, 아무나 들어올 수 없는 공간의 문의 열리는 날이다.

사월 초파일 날 성황제를 지내는 일은 드문 사례로 여겨진다. 주민들은 성황림에서 멀지 않던 곳에 있었던 석남사에서 연유했다고 이야기한다. 석남사는 궁예가 새로운 세상을 염원했던 곳인데 성남리는 후고구려를 건국한 궁예의 군사가 삼국통일의 꿈을 꾸며 출정한 곳이고, 성황당 앞길은 궁예가 출정할 때 지난 길이라고 전해지고 있다.

■100여년 동안 이어 온 성황제=매년 성황제가 열리는 날이면 마을 사람들은 상을 당하거나 궂은 일이 없는 깨끗한 사람을 제주(祭主)로 선정해 마을의 안녕과 행복을 기원하며 제사를 지내고 있다. 마을에서는 돼지나 소를 잡고, 떡과 술을 빚는 등 정성스럽게 음식을 준비한다.

제사는 성황림의 입구가 개방되고 제관 행렬을 시작으로 정문 개방, 강신 분향, 초헌관·아헌관·종헌관의 헌작, 독축, 삽시정저, 헌다, 철시복반, 철상, 수부제, 소지 올리기, 음복 등 경건한 분위기 속에 진행된다. 마을 사람들의 모습은 자연에 의지하며 삶을 영위하던 선조들의 옛 모습이 고스란히 투영된 듯하다. 물론 세월이 흐르면서 과거와 달라진 점도 있다. 평소 쉽게 접할 수 없는 장소에서 열리는 행사이다 보니 이날이면 전국 각지에서 소문을 들은 사람들이 하나둘 모이는 까닭이다. 이 때문에 관광객들도 자유 관람을 비롯, 헌작, 참신 및 사신 일동 재배, 숲 해설, 소원지 써서 금줄에 끼우기 등의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다. 제사 후에는 마을에서 주민과 방문객들의 뒤풀이 화합잔치도 마련된다.

지금도 성황당 옆에는 신목으로 모시는 숲에서 가장 오래되고 큰 전나무가 있다. 높이는 29m, 가슴높이 지름은 1.3m에 달하는 고목이다. 치악산 성황신이 오는 길이라는 나무다. 마을 사람들의 정성이 하늘에 닿아 성황신이 나무를 타고 내려왔을지 문득 궁금해진다.

■매주 토요일 성황림을 만나자=원주시는 최근 '신과 함께하는 숲 속 여행(성황림)' 사업으로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하는 '2020 생태테마관광 육성 공모사업'에 최종 선정됐다. 생태테마관광은 지역 고유의 생태자원과 그 안에 살아 숨 쉬는 이야기를 접목한 관광 프로그램을 육성하는 지역 특화 관광콘텐츠 통합 공모사업이다. 시는 국비 1억원을 지원받아 성황림 탐방 프로그램을 접목한 '숲 해설사와 함께하는 생태이야기' '숲 속 명상', 숲 속 부산물을 활용한 '나만의 숲 만들기 체험', 취인절미 만들기, 소원지 쓰기, 꽃마차 타고 마을부터 성황림까지 가기 등 차별화된 관광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이달부터 시작돼 지난 6일 처음으로 운영됐다. 신과 함께하는 숲 속 여행은 올해 매주 토요일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진행된다. 단 20명이 모여야만 프로그램이 시작된다. 참가비는 1만2,000원이다.

원주=김설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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