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성의 미학 살린 82편 수록
표제작 황제펭귄 ‘허들링' 소개
포옹의 힘 표현 인간사에 비유

시라는 꽃을 피워 팔며 살아 삶이 환하게 피어났다는 시인의 시집이 나왔다.
지난해 영월문화재단이 선정한 김삿갓문학상 수상자인 유자효 시인이 시집 ‘포옹'을 펴냈다. 단순성의 미학을 충실히 실현한 82편의 시와 시조가 수록됐다. 시편은 모두 이해하기가 쉽다. 제목도 대부분 한 단어다. 순간의 감탄 같기도 하다. 하지만 시인은 간결한 언어의 배치로 진한 메시지를 전한다.
표제작은 남극 황제펭귄의 허들링(Huddling)을 이야기한다. 황제펭귄들이 영하 수십도의 폭풍설을 견디기 위해 원 모양으로 둘러서서 바람을 피하는 모습을 시인은 ‘포옹의 힘'으로 표현한다. 수백 수천의 무리가 하나의 덩어리가 돼 끌어안고 뭉치는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지며 인간사를 생각게 한다.
시집은 이처럼 다양한 현상에서 생명의 신비와 지혜, 희망을 길어올린다.
시인은 “꽃을 잘 피우고 잘 팔아 더러 부자가 된 이도 있었다. 대부분의 꽃장수처럼 내 시의 살림살이는 아직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꽃을 팔다 보니 희한하게도 내가 다니는 골목이 환해지고, 내 삶도 덩달아 환하게 피어 있었다. 꽃장수로 산 생애가 이러하였다”고 했다.
시인은 정지용문학상과 김삿갓문학상 등을 받았고 현재 한국시인협회장, 구상선생기념사업회장, 지용회장으로 활동 중이다. 시집으로 ‘성자가 된 개', ‘아직', ‘꼭', ‘신라행' 등이 있다. 황금알 刊. 136쪽. 1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