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현대미술가로 손꼽히는 영월 출신 이불(58) 작가의 초기 그리고 현재 작업과 조우할 수 있는 전시가 온·오프라인에서 동시에 마련돼 눈길을 끌고 있다.
1987년 홍익대 조소과를 졸업한 작가는 기존의 단단한 재료와는 다른 천과 솜, 실, 철사 같은 부드러운 재료로 만든 이른바 ‘소프트 조각’을 실험하게 되는데, 당시 첫 개인전(1988년)에서 선보인 ‘(무제)갈망’이라는 작품이 그것이다. 이불은 당시 손모양의 촉수가 달린 기이한 형태의 소프트 조각을 입고 퍼포먼스를 선보여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 퍼포먼스의 장면들은 한·중 수교 30주년을 기념해 온라인(www.kode.or.kr)에서 진행되고 있는 ‘오픈 업(Open Up)!’ 전시에서 확인 할 수 있다. 양국을 대표하는 현대미술 작가 30인이 참여하는 이 전시는 시대의 모습을 상징하는 한국의 ‘광장’을 전시 공간의 모티브로 삼고 있다. 이불의 퍼포먼스는 1992년에서 2001년까지를 대표하는 서울역 광장 섹션에서 만나 볼 수 있다. 빌딩 벽에 설치된 대형 모니터를 통해 1988년 경기도 장흥의 추수가 끝난 어느 논바닥에서 펼친,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을 드러내는 ‘갈망(cravings)’ 퍼포먼스를 관람할 수 있다.
지난 27일 서울 성북구 BB&M 갤러리에서 개막한 ‘마그네틱 필즈(Magnetic Fields)’전에는 이불작가의 이전 작품들과는 확연한 차이점을 보이는 평면 작품들이 걸려있다. 대형 설치작업 등 주로 입체 작품 창작에 몰두하던 작가가 최근 집중하기 시작한 평면작업, 그 중에서도 지난해 국내에서 첫 선을 보인 입체적 회화, ‘퍼듀(Perdu)’ 시리즈의 보다 진전된 작업이 소개된다. 이 작업은 돌가루를 섞은 물감으로 선을 만들어내고, 그 위에 물감을 계속해서 덧 씌운 후 다시 샌딩기로 갈아내며 형상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제작된다.
이 작품은 작가의 초기 바이오모픽(biomorphic·살아 있는 유기체의 모양에 근거한 추상 형태) 형태의 조각에서 모티브를 얻었다고 한다. 갤러리 측은 “작품 속 이미지들은 기술 지향적 문화에서 신체를 둘러싼 다양한 질문과 탐구에 기반하여 기계적이면서도 유기적인 모습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