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강원포럼]‘시민 행복을 위한 ‘미라클 모닝’

김홍규 강릉시장

새벽 4시, 어김없이 눈을 뜬다. 새벽 기상으로 하루를 바꾸고 삶을 바꾼다는 ‘미라클 모닝’이 큰 호응을 얻고 있다지만, 개인적 차원의 성장을 위해서는 아니다. 여명의 어스름과 찬 기운도 주춤대는 곳, 역동적인 에너지와 단단한 생활의 훈김으로 하루를 활짝 여는 삶의 현장들이 생생히 떠올라, 단 1초도 등을 붙이고 누워있을 수 없다. 해도 뜨지 않은 시간, 찬 도로 위 좌판에 앉아 여린 고구마순과 깻잎순, 고춧잎나물, 감자와 고구마를 소담스레 담고 있을 새벽시장의 어머님들. 그분들께 늘 배운다. 삶을 대하는 건강한 마음가짐, 타인에 대한 애정, 공동체를 향한 연대의식, 머리로만 이해했던 가치들을 비로소 체득하게 된다. 이것이 내가 새벽시장을 자주 찾고 좋아하는 이유다. 그분들이 뿜어내는 치열함 속에서 서릿발 같은 성찰의 기회를 얻는다.

민선 8기 강릉시장의 새 직함으로 출발한 지 100일이 지났다. 같은 날 취임하여 함께 100일을 맞는 그 어떤 단체장보다도, 많은 현장을 다니고 많은 시민을 만났다고 자부한다. 지난 16년 의정생활과 강릉시종합자원봉사센터 이사장을 하면서 늘 어떻게 하면 강릉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을지, 어떻게 시민의 행복을 실현할지 고민해 왔다.

사실 8대 시의장에 이어 민선 8기 시장으로서 시민의 부름을 받고 보니, 숫자 ‘8’과 절묘한 ‘인연’이 있는 게 아닌가 싶다. 8을 옆으로 누이면 무한봉사를 의미하는 무한대(∞)가 되니, 자원봉사센터와 성덕등불학교까지 확장하면 ‘숙명’이라는 느낌마저 든다. 이런 숙명과 사명으로 지난 100일간 현장에서 만난 시민들은 한목소리로 ‘행복한 삶’을 소망하고 있었다. 행복이란 무엇일까. 행복에 대한 많은 정의가 있지만 명심할 것은, 행정의 영역에서 만큼은 행복을 구체화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먹고 살고 아이를 낳고 키우며 부모를 섬기는 일이 지극히 평범한 일상이 되고, 누구나 열심히 일하고 노력하면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다는 믿음이 상식으로 통용되도록, 행정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최근 팬데믹 장기화와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속에서 우리네 삶의 질이 많이 떨어졌다. 계층 간, 지역 간, 세대 간 격차가 심화되면서 소외감을 느끼는 분들도 많다. 때문에 소외된 시민, 소외된 지역, 소외된 분야부터 살펴보는 것이 행복한 도시를 향한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민선 8기 강릉시정의 비전은 ‘시민중심 적극행정 강원제일 행복강릉’이다. 어느 한 분도 소외되지 않도록 소통·경청하고, 행정이 적극적으로 다가가 받들고 해결하는, 든든한 지방정부가 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5대 시정목표와 달성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구체화, 수치화한 분야별 달성지표를 계속 점검해 나가면서 정책들을 내실 있게 추진해 나가는 중이다. 장밋빛 전망과 구호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정책의 성과가 시민 생활 곳곳에 녹아들고 시민의 삶의 질로 바로 연결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새벽 1시 36분’- 임기 4년을 하루 24시간으로 환산한다면, ‘첫 100일’에 해당하는 시각이다. 대부분 깊이 잠들어 있을 매우 이른 시간이지만, 새벽시장의 어머님들처럼, 밝아오는 하루를 준비하는 깨어있는 분들은 분명 있다. 나 역시 현장을 다니고 시민과 소통하며 한시도 허투루 보내지 않았다. 나에겐 운명이자 사명과도 같은 시간이다. 앞으로도 강릉시민이 행복하고, 누구든지 강릉에 살고 싶어 하는 행복 도시를 만들기 위해, 늘 깨어있는 정신으로 임할 것이다. 시민 행복을 위한 ‘미라클 모닝’의 실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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