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박종홍칼럼] 민선 8기 출범 100일, 말이 아닌 행동으로 성과 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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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판 유토피아 스페인 마리날레다 자치시
주민들 빚 없고 집도 일자리도 걱정 안 해”
단체장, 행복한 공동체 만들기에 열정을
시장·군수 존재감 보여줄 때
“벽돌 쌓듯이 꿈

스페인의 안달루시아 지방에는 현대판 낙원으로 알려진 마리날레다 자치시가 있다. 인구 2,800명, 면적 25㎢로 우리나라의 면 정도 규모의 작은 마을이다. 공동재산 협동농장 시영주택 등 스페인의 다른 지역에선 찾아볼 수 없는 사회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다. 주요 산업은 농업이며 주민들은 모두 일자리를 갖고 있는 완전고용 상태다. 주민 대부분은 시가 운영하는 협동농장에서 일하고 있다. 직장을 잃으면 노동조합에서 바로 해결해 주고 주택도 시가 직접 지어 나눠준다. 집도, 실직도 걱정이 없으니 마리날레다 주민 중에는 빚지고 사는 사람도 거의 없다. 마리날레다가 ‘유토피아 마을 공동체’로 불리는 이유다. 물론 마리날레다가 스페인 중앙정부와 안달루시아 지방정부 지원금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포퓰리즘 정책에 의해 지상낙원으로 과대포장됐다는 논란도 있다. 하지만 부동산 문제, 일자리 걱정이 없는 마리날레다가 시사하는 바는 크다. 그리고 이 모든 마리날레다 혁명의 중심에는 후안 마누엘 산체스 고르디요(Juan Manuel Sanchez Gordillo) 시장이 있다는 점이다. 사회주의를 신봉하는 그는 1979년 당선된 뒤 시민들과 함께 오랜 기간에 걸쳐 이 도시를 변화시켰다.

민선 8기 지방자치단체가 출범한 지 100일을 맞았다. 올 7월1일 업무를 시작한 민선 8기 도내 자치단체장들은 취임 100일에 강원특별자치도 출범에 따른 자신의 계획과 정책 등을 다시 밝혔다. 또 지역 발전을 위한 새로운 각오, 초심의 진정성과 의욕 등을 보여줬다. 사실 단체장이 취임 100일 만에 어떤 성과를 내기는 결코 쉽지 않다. 그러나 단체장의 성공 여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중요한 시간이기도 하다. 그동안 ‘뭐하고 다녔는지 모르겠다’는 평가가 벌써 나오고 있는 단체장이라면 문제가 심각하다. 혁신하고 소통하며 상생하겠다는 말은 한 것 같은데 핵심 정책을 주민들이 모르고 있다면 임기 4년이 어떨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특히 올 5월29일 강원특별자치도 설치 등에 관한 특별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2023년 6월11일에 강원특별자치도가 정식 출범한다. 따라서 지금은 강원도가 자치행정의 대전환을 앞두고 있는 중요한 때다. 민선 8기 단체장들에 대한 주민들의 기대치가 더 높을 수밖에 없다. 민심은 무섭다. 침묵하는 것 같아도 살아 있다. 만약 지금까지 평가가 긍정적이지 않다면 무엇 때문인지 되짚어보고 주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이를 가슴 깊이 새겨야 한다.

단체장은 자신의 능력을 증명해야 하는 자리다. 무엇보다 말이 아닌 행동으로 입증해야 한다. 2012년 8월 마리날레다의 소매업체 까르푸에 수백명이 들이닥쳐 10여대 카트에 생필품을 잔뜩 싣고 돈을 내지 않은 채 무단으로 계산대를 통과했다. 이들은 강탈한 물건을 노숙자와 형편이 어려운 빈곤층에게 나눠줬다. 다소 황당하기까지 한 이 유명한 ‘슈퍼마켓 약탈’을 진두지휘한 사람은 다름아닌 마누엘 산체스 시장이었다. 과격하다거나 지나치다고 꼬집을 수도 있겠지만 이 시대가 요구하는 단체장의 사례로 꼽힌다. 강원특별자치도 정식 출범까지 남은 시간은 이제 8개월이다. 현재 강원도 92건, 18개 시·군에서 348건 등 총 440건의 특례 조항이 제안된 상태다. 도는 이를 첨단지식산업, 관광·문화, 농업·축산, 수산·임업, 자원·식품, 권역·시군 등 14개 과제로 분류했다. 12월까지 특례 조항들을 담은 100여개의 법 조항을 만들어 개정안을 완성한다는 방침이다. 도와 18개 시·군은 특별자치도로 오래된 지역현안도 해결하고 침체된 경제도 되살려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금부터 우리의 마리날레다를 만들어 갈 수 있는 행동이 필요하다.

“지금 여기에 유토피아를 세워야 합니다. 벽돌을 쌓듯이 차곡차곡, 끈기 있게, 꾸준히 우리가 오랜 꿈을 현실로 만들 수 있을 때까지. 모든 사람에게 빵이 있고, 시민들 사이에 자유가 있고 문화가 있을 때까지. 평화라는 말을 존경심을 가지고 말할 수 있을 때까지. 우리는 현재에 세워지지 않는 미래는 없다고 믿습니다.” 마누엘 산체스 시장의 말이다. 민선 8기 단체장들이 모두 마누엘 산체스 시장처럼 일한다면 ‘이번에는 정말 잘 뽑았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지자체와 단체장이 남은 임기 동안 제대로 일을 해 강원도와 18개 시·군이 도민들이 행복하고 살기 좋은 유토피아 공동체가 되는 희망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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