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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강원중도개발공사는 경제위기의 뇌관이 되는가?

유정배 전 대한석탄공사 사장

지난 9월 28일 김진태 지사는 강원도 지방재정혁신을 위해 중요한 입장을 발표 했다. 강원도는 강원중도개발공사가 레고랜드 사업을 위해 발행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2050억원에 대한 보증 부담에서 벗어나기 위해 법원에 회생을 신청하겠다고 천명했다. 법정 관리인이 제값을 받고 중도개발공사의 자산을 잘 매각하면 대출금을 갚을 수 있게 되어 레고랜드 사업으로 발생한 재정부담을 털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고금리, 고유가, 고물가, 고환율 4중고를 겪고 있는 비상한 경제상황에서 강원특별자치도를 잘 끌고 가기 위해서는 만성적인 재정위기를 극복할 재정혁신이 절박하다고 했다. 그 해법으로 하반기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지 않고 1,600억 원대의 기채 발행 계획도 취소했다. 강원중도개발공사의 기업어음에 대한 보증의무를 법원의 판단에 맡기기로 한 것도 빚을 줄이고, 허리띠를 졸라매 강원도의 재정 체질을 개선하겠다는 충정의 발로이다.

그러나 기자회견 이후의 상황은 김진태 지사의 바램처럼 진행되고 있지 않는 듯하다. 투자시장에서 강원도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있다. 당장 강원도가 보증한 CP에 연체이자가 붙어 이자율이 8%에 육박했다. 투자자들이 피해를 줄이고 업무상 배임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채권단을 구성했고 소송을 추진하고 있다. 투자시장에서 지방정부가 보증한 유동화 어음을 사려는 사람들이 없고 금리가 치솟고 있다. 이미 지방정부가 발행했거나 발행하려고 하는 매출 채권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해서 일부 사업은 진행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한다.

여파는 점차 커지고 있다. 지방정부가 신용보강한 유동화 증권시장이 위축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차환발행이 불가능한 상황으로 발전할 가능성까지 대두하고 있다. 금융기관 및 투자기관들은 공기업 회생 신청을 정부 신인도에 대한 평가절하의 입구로 이해한다. 지방채와 부동산 PF 유동화증권에 대한 신뢰저하와 투자심리 위축 현상은 다른 한편 차환 리스크를 금융 시스템으로 확산시켜 나가고 있다.

한신평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대형 증권사(자기자본 3조원 이상)의 부동산 PF중 자기자본 대비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자본 비율이 35%, 중소형사는 50%에 달한다고 한다. 강원도발 신뢰 위기가 중소 증권사로 불붙을 태세이다. 해외 자본시장에서도 이번 사건을 “워치 리스트”에 등재 하는 등 주시하고 있다고 한다. 금융감독원도 모니터를 하고 있다.

강원도 재정은 그동안 동계올림픽, 코로나, 복지수요 증가 등으로 정부지출이 늘어나면서 ‘재정의 화폐화’ 현상이 확산되었고 재정운용의 어려움이 증가되어 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경제위기가 급속히 진행되어 금융구조 불안정성이 높아져 가는데 재정과 금융이 연결되어 있는 지점에서 채무이행을 둘러싼 신뢰위기가 터진 것이다. 강원도가 채권단 회의에서 채무이행을 약속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하다. 어차피 갚아야 하는 빚인데 강원도가 시장에 마치 갚지 않겠다는 신호를 준 꼴이 되어 신뢰위기를 자초한 형국이다. 강원도는 빨리 시장 불안을 털어내서 강원도에 대한 불신과 경제위기 확산 요인을 제거해야 한다.

강원특별자치도가 본격화 되면 각종 개발수요가 커지고 이를 재정으로만 부담하기 어렵다. 투자시장의 신뢰가 절대적으로 요구되는 이유이다. 투자시장에서는 이번 사건을 2010년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의 모라토리엄 선언과 견주어 평가하고 있다고 한다. 강원도정에 대한 시장의 신뢰회복이 재정 건정성 증대와 투자유치에 핵심 사안이 되고 있다. 정치가 경제를 북돋아 주어야 민생이 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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