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중언

[언중언]‘자중지란(自中之亂)’

사면초가(四面楚歌)는 ‘사면(四面)에서 들리는 초(楚)나라의 노래’라는 뜻이다. 기원전 202년 초나라 항우(項羽)와 한(漢)나라 유방(劉邦)이 천하를 다투던 때다. 항우의 군사가 한나라의 명장 한신(韓信)에게 포위당하고 말았다. 한신은 한나라 병사 중 초나라 출신들을 뽑아 밤마다 초나라 노래를 부르게 했다. 초나라 병사들은 고향에 대한 그리움에 결국 전의를 상실해 도망가거나 항복하고 항우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한나라가 심리전으로 승리를 거두고 중국을 통일하게 된 배경이다. ▼‘징비록(懲毖錄)’은 조선 선조 때 재상 류성룡이 벼슬에서 물러나 고향으로 돌아와 임진왜란에 대하여 적은 책이다. 군사(안보)를 모르는 임금과 전시에도 정파 대립의 자중지란을 경계토록 한 최고의 위기관리 지침서다. 백성을 버리고 떠난 못난 임금과 사리사욕을 위해 싸움질만 일삼는 위정자들을 역사의 심판대에 올린 저서다. 동시에 유사시 우리를 도울 맹방의 중요성 등 국제정세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외교 전략에 대한 통찰도 담아 후일 닥쳐올지도 모를 우환을 경계하게 했다. ▼동서고금 어디에서나 정치세력 간 갈등은 빚어졌다. 신라, 고려 때도 있었고 조선 전기엔 훈구파와 사림파 간 혈투도 벌어졌다. 중국에는 당나라 ‘우이(牛李)당쟁’, 송나라 신법당과 구법당, 명나라 동림파(유림)와 비동림파(환관) 등이 있다. 그럼에도 조선 후기 당쟁이 유독 비판받는 것은 임진왜란, 병자호란을 겪고도 백성은 안중에도 없이 권력다툼으로 날을 지새웠던 탓이다. ▼자중지란(自中之亂)은 같은 무리나 같은 패 안에서 의견이 엇갈려 분란이 일어나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최근 북한은 핵과 미사일 등을 앞세워 우리를 위협하며 심리전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정작 정치권에서는 여야가 엇갈린 목소리로 내부 분열과 혼란을 부채질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국민의 불안감은 더 커지고 있다. 지금은 모두가 똘똘 뭉쳐 류성룡의 강군 육성, 동맹 강화, 유비무환의 정신을 되새길 때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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