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총선
총선
총선

칼럼

[권혁순칼럼]정치인 평화 외칠 때 軍은 전쟁 각오해야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북 올들어 미사일 발사 등 도발 끝이지 않아
24일 새벽에는 북 상선 서해북방한계선 침범
지금 대한민국의 안보상황-의식 문제는 없나

옛날에는 대한민국 남자치고 효자나 애국자 아닌 사람이 없었다. 목숨을 바쳐 ‘조국’을 지키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겼다. 하지만 국기에 대한 경례 글에서조차 조국이 빠진 지 이미 오래다. 이제 조국이라는 말은 일상생활에서 듣기가 쉽지 않다. 다문화가정이 늘어나서 그런지 국기에 대한 경례 글에서 ‘민족’이라는 말도 사라졌다. 오래 전 일이다. 어느 장군을 만났다. ‘조국과 민족’이 사라진 우리 현실에서 장병들은 용병처럼 생각하고 행동한다고 했다. ‘연봉이 얼만데 내가 왜 이 나라를 위해 죽어야 하지?’ 따지기 시작하면 그 군대는 전쟁에서 이길 수 없다. 이는 심각한 문제다.

군 자긍심은 저절로 안 생겨

 1980년대 군에 갔다 온 사람은 다 안다. 내무반 생활은 얼마나 비인간적이었는지를. 휴가가 끝날 무렵 귀대 일이 다가오면 가슴은 울렁거린다. 탈영해 버릴까 하는 생각을 해본 기성세대는 꽤 있을 것이다. 나도 그랬다. 도살장에 끌려 들어가는 소의 심정을 알 것 같았다. 막사 뒤 집합은 일상적인 일이다. 집합이란 말은 구타와 정확히 일치한다. 그래서 쓰라린 군 생활을 떠올리면 지금도 자기연민에 울컥해진다. 군 생활에 자긍심과 애국심이 생길 수 없다. 2015년 10월부터 모든 군인들이 군복에 태극기가 부착됐다. 그간 해병대 및 카투사, 해외파병 장병들의 전투복에만 태극기가 붙어 있었다. 국방부는 “천안함 폭침 5주년과 광복 및 분단 70주년을 맞아 대한민국 군인의 자긍심과 애국심을 높여 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미국도 9·11테러 이후 군복에 성조기를 달기 시작했다. 군복에 태극기만 붙인다고 자긍심이 절로 생기는 게 아니다. 군이 유능해야 태극기에 값하는 자긍심이 생긴다. 성폭력을 포함한 군대 안의 폭력을 없애고, 세금 축내는 방산비리가 사라지고, 천안함 같은 사건이 터졌을 때 적을 섬멸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을 때 애국심이 우러나는 것이다. 지난 10월 4일 밤 강릉에서 한·미 군사훈련 중 추락한 현무-2C 미사일 낙탄이 군 부대 골프장뿐 아니라 유류저장고 인근에 떨어진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또 두 시간 뒤 군이 동해상으로 발사한 에이태큼스(ATACMS) 전술지대지미사일 2발 중 1발은 추적신호가 끊겨 표적에 명중했는지 확인하지 못했다. 그런데도 군은 이 같은 사실을 일주일이나 감추었다. 이런 우리 군의 상황을 북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북한의 도발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北 상선 1척이 24일 새벽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해 우리 군의 경고사격을 받고 NLL 이북으로 물러났다. 북한군은 적반하장식으로 남측 함정이 해상군사분계선을 침범했다면서 방사포탄 10발을 위협 사격했다고 주장하는 마당이다. 이런 북한을 상대해야 하는 군이 국민의 신뢰를 잃고 사기가 떨어지면 강군이 될 수 없다. 군복에 태극기를 단지 6년이 지났지만 무엇이 달라졌나? 군은 혁신을 통해 사기와 명예를 먹고 살아야 한다.

 국민 신뢰를 얻어야 강군 돼

혁신의 혁(革)은 원래 가죽을 벗긴다는 뜻이다. 뼈와 살을 도려내는 고통 없이 진정한 혁신은 기대하기 어렵다. 환부에 칼을 대지 못하고 고약만 바르는 처방으로는 군 혁신은 백년하청일 수 있다. 군이 달라지면 나라가 달라진다. 군대 내에 쌓여있는 적폐를 청산해 자랑스럽고 자부심 넘치는 군대, 진심어린 신뢰와 찬사를 바탕으로 필승의 군대로 거듭나야 할 때가 바로 지금이다. 누가 뭐라해도 군은 국민의 최후 보루다. 4세기 로마 전략가 베게티우스는 “평화를 원하면 전쟁을 준비하라”고 했다. 지금은 평화가 아니라 안보를 말할 때다. 정치인들이 평화를 외칠 때 군은 전쟁을 각오해야 하는 것이다. 서애 유성룡의 징비록의 내용이다. 임진왜란이 터지기 전 조정에서 전쟁에 대비해 성을 보수하라고 지시하자 한 양반이 유성룡에게 편지를 보내 비난했다. “왜적이 날아서 강을 건널 수 있겠는가. 왜 쓸데없이 성을 쌓아 백성들을 고단하게 하나.” 지금 우리의 안보의식이 그때보다 나은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피플 & 피플

이코노미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