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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포럼]오징어 자원 회복을 기대한다

이채성 강원도수산자원연구원 자문위원

동해안 바닷가에는 횟집들이 즐비하다. 특히 강릉은 물회 마을로 유명해 전국적으로 명성을 얻어 번호표를 받고 대기하는 풍속이 예전부터 생겨났고, 최근에는 로봇이 서빙하는 횟집도 생겨났다. 이렇듯 오징어는 동해안의 대표적인 먹거리이다. 오징어는 옛날부터 수산계 교과서에 주산지가 주문진으로 돼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오징어는 나의 고향 주문진과 관련이 깊고, 나와는 뗄레야 뗄 수 없는 인연이 많다.

어릴 때 기억으로는 오징어가 너무 많이 나서 덕장(건조장)으로 실려 온 오징어를 널 장소가 모자라 길가에 줄을 치면서까지 널어야만 했다. 건조하는 오징어가 얼마나 많은지 손질을 위해 저녁에 오징어를 걷어 방안에 산더미처럼 쌓아 두고 가족과 이웃들을 불러 손질하다보면 새벽이 돼야 손질이 끝난 적이 많았다. 여름방학이면 바다에 놀러가고 싶은 생각이 많았지만 항상 오징어 건조 때문에 덕장을 지키면서 일해야 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주문진수산연구소에서 근무하던 1984년 무렵에는 조사선을 타고 오징어 시험조업을 위해 동해안 연안과 울릉도 주변 해역에서 오징어를 직접 잡아 보기도 했다. 오징어는 어두운 밤에 불빛을 보고 몰려오기 때문에 밤을 새면서 잡는다. 밤늦은 시간 배가 고파져 갓 잡은 싱싱한 오징어를 썰어서 고추장에 비빈 후 얼음물을 부어 즉시 먹으면 쫄깃쫄깃한 것이 얼마나 맛있었는지 지금도 군침이 돈다.

그런데 그 많던 오징어 자원이 감소해 안타깝다. 동해안 오징어 어획량은 1970년대 4만 3,000톤에 달했다. 하지만 2019년에 4,022톤으로 급격히 감소해 소비자 가격이 오르다 보니 ‘금(金)징어’로 불러지고 있다. 몇 년 동안 기후변화와 중국 어선이 오징어를 싹쓸이 한 탓이다. 마침 동해수산연구소에 근무하면서 명태 완전양식에 성공한 경험이 있기에 오징어 자원회복의 필요성을 느껴 종자생산을 시도했다. 오징어 종자생산은 일본에서 수십년 전부터 연구했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우리는 야심차게 도전했으나 역시 쉬운 일이 아니었다. 도무지 먹이를 먹지 않는 것이다. 오징어는 번식 매커니즘이 일반 어종들과 많이 다름을 깨달았다.

상식적으로 오징어가 희귀 어종도 아니고 동해안에서 자원이 넘쳐 났었는데 왜 이렇게 어렵다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그러나 그것이 현실이다. 쉬운 것 같으면서도 어려운 상황이다. 그래서 세계적으로 초기 먹이라는 먹이는 거의 동원했다. 초미소 플랑크톤(1㎛)과 마이크로캡슐까지 제조해 공급했으나 허사였다.

오징어는 여러 종이 있다. 그러나 우리가 많이 먹는 오징어는 살오징어와 갑오징어다. 그 중 동해안에서 가장 많이 잡히는 것이 살오징어 다. 이렇게 살오징어 종자생산이 어렵다보니 다른 오징어도 함께 연구 해보면 어떨까 해 갑오징어를 종자생산 해보기로 했다. 어미를 구입해 산란을 유발하고 개발된 초기 먹이를 공급했더니 연구가 잘 진행됐다. 드디어 종자생산에 성공하게 됐고, 실내에서 어미까지 키우는데 별 어려움 없이 전주기적 양식이 가능해져 현장에서 양식시험이 이뤄지고 있어 매우 고무적이다.

그러나 동해안 어업인이 꼭 필요한 살오징어는 초보수준을 못 벗어나고 있어 안타깝다. 우리나라와 일본의 종자생산 기술은 세계 최고라 해도 과언이 아닌데, 살오징어에게 만큼은 허용되지 않는 것 같다. 그래도 도전의 꿈을 버리지 않고 인내를 가지고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 ‘지성이면 감천이다’는 말이 있듯이 최선을 다하다보면 언젠가는 비전이 보일 것이다. 시간이 좀 많이 필요할 뿐이다.

오징어가 우리와 늘 함께 하도록 살오징어의 종자생산이 가능하다는 소식과 함께 오징어 자원이 빨리 회복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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