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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안전사고’

1960년 1월26일 이른 아침부터 다른 지역으로 귀향하려는 승객들이 서울역에 몰려 인산인해를 이뤘다. 평소보다 3배가량 많은 3,926명이 열차표를 예매했다. 출발 5분 전인 오전 10시45분에 개찰을 시작하자 열차를 놓칠까 봐 우려한 탑승객들은 개찰구에서 무리하게 뛰어나가기 시작했다. 먼저 타려는 승객들이 폭이 좁은 플랫폼 계단으로 무질서하게 몰려들면서 승객 한 명이 앞으로 쓰러지자 연쇄적으로 후속 승객들이 밀려 넘어지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31명이 압사하고 49명이 부상을 입었다. 고향을 찾는 이들이 허망하게 숨진 사고다. ▼1959년 7월17일 오후 5시 부산 구덕 운동장에서 제2회 시민 위안의 밤 행사가 진행됐다. 이날 행사에는 사회자 후라이 보이 곽규석을 비롯해 영화배우 복혜숙·최은희, 가수 김정구·현인·황금심·나애심·백설희·권혜경, 코미디언 구봉서·김희갑 등이 출연했다. 무려 10만여 명의 관중이 운집했다. 그러나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면서 비를 피해 서로 먼저 빠져나가려고 좁은 입구로 몰리면서 59명이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일어났다. 희생자 대다수는 부모들을 따라 구경을 나온 어린이였다. 연예인을 만나 보겠다는 팬들의 비극이었다. ▼이후에도 안전사고는 끊이지 않았다. 304명이 사망한 2014년 세월호 사건, 326명의 목숨을 앗아 간 1970년 남영호 및 1993년 서해훼리호 침몰, 1994년 성수대교·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1999년 화성 씨랜드 수련원 화재와 인천 호프집 화재, 불과 20분 만에 192명의 사망자와 146명의 부상자를 낸 2003년 대구 지하철 화재 등은 인재(人災)가 빚은 참혹한 사고다. ▼지난달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서 많은 젊은이가 모여 핼러윈(Halloween) 축제를 즐기던 중 154명이 숨지는 참사가 일어났다. 핼러윈은 ‘모든 성인의 날’인 11월1일 전날인 10월31일 밤 열리는 축제에서다. 꽃다운 젊은이들이 예기치 못했던 안타까운 사고로 세상을 등졌다. 삼가 고인들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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