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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

[언중언]자식 잃은 슬픔

육친(肉親)을 잃은 것을 천붕지통(天崩之痛)이라고 하는데, 이는 하늘이 무너지는 아픔이라는 뜻이다. 자식의 죽음은 창자가 끊어지는 아픔이라 해 단장지애(斷腸之哀)라고 한다. 부모 주검은 산에 묻고 자식 주검은 가슴에 묻는다는 말도 있다. 자식 잃은 아픔은 동물적 본능의 슬픔이다. 그래서 세상에서 가장 참혹한 슬픔을 참척(慘慽)이라고 하는데, 이는 자식 잃은 슬픔과 고통을 일컫는 말이다. 참척의 고통은 눈을 감을 때까지 부모 가슴에 납덩이로 얹혀 있고, 세월이 흘러도 딱지가 앉지 않는 상처다. ▼소설가 박완서는 1988년 스물다섯 외아들을 앞세웠다. 의대를 졸업하고 레지던트 과정을 밟던 ‘청동기처럼 단단하고 앞날이 촉망되던 젊은 의사 아들’을 잃은 그는 스무 날이 넘게 부산 수녀원에 칩거하면서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 말씀만 하시라고 하나님께 대들며 따졌다. ▼“내 아들아. 이 세상에 네가 없다니 그게 정말이냐. 이 어미에게 죽음보다 무서운 벌을 주는 데 이용하려고 그 아이를 그토록 준수하고 사랑 깊은 아이로 점지하셨더란 말인가. 하나님이란 그럴 수도 있는 분인가”라고 통한에 몸부림쳤던 박완서는 후일 그렇게라도 따져 묻고 분풀이할 하나님이 계시지 않았다면 참척의 고통을 견딜 수 없었을 거라고 회고하며 감사했다. 자식의 죽음 앞에 오열하는 부모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만큼 참담한 일은 없다. 세월호 참사가 그랬고,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그랬다. ▼지금 대한민국에서는 이태원 참사로 참척의 고통을 터져 나가는 가슴으로 삼키며 견디는 이가 수백명이 넘다. 참척을 당한 부모에게 조문은 아무리 조심스럽고 진심에서 우러나온 것일지라도 견디기 힘든 모진 고문이다. 이제 늦은 밤 공용화장실 가기가 두렵고, 여자 혼자 사는 게 무섭다. 우연히, 운 좋아서 살아남는 게 아니라 기본적인 안전이 보장되는 사회는 요원한 걸까. 최소한 수학여행 갔다가, 직장에서 일하다가, 공용화장실에 갔다가, 축제장에 갔다가 비명횡사하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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