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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등] 문화예술이 가지는 의미를 고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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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정 문화체육부 기자

이태원 참사에 대한 슬픈 마음을 안고, '일'(기사 쓰기)을 하기 위해 이번주 예정됐던 공연의 관계자들에게 전화를 돌렸다. 진행 여부를 묻기 위해서 였다. 예상과 다르지 않게, 강원도내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이 지원하는 많은 공연이 취소됐거나 연기됐다. 코로나19로 이미 한 차례 뮤지컬을 연기했던 도립극단은 더이상 일정을 미룰 수 없어 공연은 취소하고, 대신 추후 공개를 목적으로 영상으로만 제작했다. '일'을 하지 못한 많은 예술인들은 이태원 참사에 슬퍼하는 일을 당연하게 여기면서 자신의 안타까움을 애써 목 너머로 삼켜야 했다.

전국적으로 많은 공연들이 취소되거나 연기되는 가운데 '관에서 예술 관련 행사를 애도라는 이름으로 일괄적으로 닫는 방식'에 대해 반대하는 이들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추모의 방식을 획일화 하지 말라는 것이다. 무조건 침묵하는 것만이, 문화예술을 하지 않는 것만이 애도의 방법은 아니다. 예술을 하는 노동자들에게는 예술을 하지 않는 것뿐만이 아니라 예술하기도 애도의 방식일 수 있다. 문화예술을 일괄적으로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문화예술을 '유흥'으로만 보는 시선 때문이 아니겠나.

우리는 갖가지 이유로, 예정돼 있던 문화예술을 하지 못하게 하는 모습을 보아왔다. 하지만 문화예술은 흥겹게 노는 것만이 아니다. 누군가에게는 먹고 사는 일이다. 또 안타까운 희생을 추모하고, 남은 이들을 치유하는 의미를 가지기도 한다. 앞으로 우리가 나아가야할 방향 혹은 가져야 할 가치에 대해 생각케 할 수도 있는 행위다. 실제로 지난달 30일 상중도 배터에서 열린 '어웨이크 흐르는 강 리버 뮤직 콘서트'와 지난달 31일 춘천 죽림동성당, 지난 2일 춘천시청에서 열린 '우예주와 뉴욕친구들' 공연은 프로그램 성격을 바꿔 추모의 의미를 담아 진행됐다. 관객들은 무용수의 몸짓과 음악의 선율로 슬픔을 위로 받았다. 영국 에든버러 국제페스티벌은 제2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살기 힘들어진 이들의 사기를 북돋우고 전쟁의 상처를 문화예술로 회복하고자 만들어져 세계 최대 공연예술 축제가 됐다.

더군다나 하반기 강원 문화계는 참으로 흉흉한 상황이다. 4년전 막을 올린 평창국제평화영화제, 강릉국제영화제가 강원도와 강릉시의 보조금 중단으로 지속이 힘들어졌다. 숙의 과정은 없었다. 영화제가 자생능력을 키울 시간도 없었다. 단체장의 단호한 의지는 수많은 이들이 쌓아 올린 노력을 너무나 쉽게 무너뜨리고 만다는 생각이 든다. 7년간 이어온 대관령겨울음악제도 당장 올 겨울부터 볼 수 없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이 와중에 지난달 21일부터 춘천 근화동 720번지 빈 건물에서 열리고 있는 문화예술행사 제목이 흥미롭다. 오는 6일까지 이어지는 이 기획전은 '예술이 없는 도시에서 단 하루만이라도 살아봐'라는 제목을 택했다. '을'이 '갑'에게 던지는 최후의 통첩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공연이 취소되고 음악제가 없어지고 영화제가 사라진다는 것이 과연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남길까. '문화예술을 보지 못한다'는 단순한 의미만을 갖지는 않을 것이다. 침묵 혹은 다른 방식 속에서 그 무거운 의미를 깊게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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