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발언대]맹물로 가는 자동차 시대가 온다

우승순 수필가

1974년 ‘맹물로 가는 자동차’라는 영화가 개봉된 적이 있었다. 48년 전 그 엉뚱한 생각이 지금은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기후변화가 지구촌의 화두가 되면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자동차부문에서도 에너지혁명이 일어나고 있다. 기름을 태우는 내연기관 자동차에서 엔진도 없고 배기가스도 없는 전기자동차로 큰 흐름이 바뀌고 있다. 전기자동차의 연료는 전기와 수소 두 종류다. 휴대폰처럼 차량에 탑재된 배터리에 전기를 충전하면 전기자동차고, 차량에 설치된 연료전지에 수소를 공급하여 차체에서 전기를 생산하면 수소전기자동차다. 줄여서 통상 전기차와 수소차로 구분하지만 사실은 둘 다 전기자동차다.

국토교통부의 자료에 의하면 2022년 3분기 현재 우리나라의 누적 자동차등록대수는 2,535만 6,000여대로 인구 2명당 1대 꼴이다. 이중 전기차가 약 34만7,000대, 수소차가 2만7,000대로 아직은 전체의 1%정도에 불과하지만 5년 전인 2016년과 비교해보면 각각 32배, 310배나 증가한 셈이다.

그러나 한편으론 탄소중립과 에너지안보정책이 상충되기도 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유럽에 천연가스공급이 어렵게 되면서 탈석탄 정책에 제동이 걸리기도 하고, 자국의 산업보호와 국제관계의 역학구도에 의해 전기자동차에 대한 보조금지급을 축소하거나 폐지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미국은 2022년 8월 북미지역에서 조립되거나 생산되는 전기차 외에는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겠다는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발표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배터리의 핵심원료인 중국산 리튬가격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어 우리나라는 당분간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잘 극복할 것이라 믿는다. 난관은 있겠지만 모빌리티의 혁명은 이미 시작되었고 큰 방향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자동차의 환경규제는 국제적으로 더욱 강화되고 있다.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을 규제하는 것은 기본이고 2025년부터는 노르웨이를 필두로 2040년이면 대부분의 유럽 국가와 일본, 태국, 대만 등 아시아의 일부 국가에서도 내연기관 자동차의 신차 판매를 금지할 예정이다. 결국 전기자동차로 바뀔 수밖에 없는데 재생에너지로 물을 전기분해서 그린수소를 생산하여 연료전지에 공급한다면 오염물질 배출이 없고 완벽한 맹물로 가는 자동차가 완성되는 것이다.

아직은 비싼 자동차가격과 충전 인프라의 부족, 긴 충전시간, 기존 내연기관 부품업체들의 일자리 문제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고 갈 길이 멀지만 탄소중립시대에 에너지전환의 시대적 흐름은 거스를 수 없다. 130여 년 전 말이 끌던 마차가 역사 속으로 사라졌듯 내연기관 자동차도 언젠가는 자취를 감출 것이고 맹물로 가는 자동차가 거리를 누비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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