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강원도 양봉농가 꿀벌 폐사에 양봉업 초토화 비상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제 양봉농가 58% 응애 피해…춘천, 원주, 홍천 등도 발생
농가 "정부차원 보상 필요"…도 “내년 약품 등 지원 예산 증액”

꿀벌이 폐사하거나 사라지며 도내 양봉농가들이 양봉업을 접어야 할 위기에 처했다. 꿀 채집이 불가능한 것은 물론 내년 양봉마저 불투명해짐에 따라 일부 농가에서는 생계대책을 호소하고 나섰다.

지난 15일 인제군 북면 한계리에서 50여년째 양봉을 하고 있는 이경수씨의 양봉장 창고에는 빈 벌통이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기르던 꿀벌이 응애 피해를 입어 폐사하고 대부분 벌통으로 복귀하지 않아 벌통 속 벌의 수는 평소 3분의1도 못 미쳤다. 꿀 생산이 불가능해진 것이다.

응애는 진드기 종류의 기생충으로 어린 벌을 기형으로 만들고 성충 벌을 약화시켜 정상적인 활동을 방해하는 등 꿀벌의 천적으로 불리고 있다. 피해를 입은 벌통은 250개 벌통(군) 중 200개에 달한다. 한 통당 25만원으로 계산해도 피해액만 5,000만원에 이른다.

이씨는 “양봉업 50년만에 이런 피해는 처음”이라며 “소나 닭, 돼지는 법정전염병에 걸려 살처분하면 피해보상금이라도 나오지만 양봉업자들의 벌 폐사 시 보상은 커녕 응애 소독약 지원이 전부”라고 하소연했다.

◇이경수씨가 꿀벌이 폐사해 거의 남아있지 않은 벌통의 소비를 들어보이고 있다. 인제=김보경기자
◇일반적으로 꿀벌이 많이 붙어있는 소비. 인제=김보경기자

북면 월학리에서 40년 넘게 양봉을 하고 있는 김정수씨도 사정은 비슷했다. 김씨는 400통 가운데 200통이 피해를 입었다.

김씨는 “정부에서는 기후변화와 위생상태를 소홀히 한 양봉농가 책임이라고 돌리고 있다”며 “올해 특히 피해가 심각한 것에는 무언가 원인이 있을텐데 힘 없는 양봉농가들만 피해를 떠안는다”고 주장했다.

한국양봉협회 인제군지부에서 지난 5일 84개 회원농가를 전수조사한 결과 1만2,733개 벌통 가운데 58%인 7,349통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피해는 인제 지역뿐만이 아니다. 도에 따르면 올해 9월말 기준 인제를 비롯한 춘천, 원주, 홍천, 횡성, 철원, 화천, 양양 등에서 응애 피해가 확인된 상태다.

양봉농가에서는 정부 차원의 보상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부 광역자치단체와 달리 강원도는 아직 양봉농가 꿀벌 폐사에 따른 실질적인 보상은 미미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인제지역 양봉농가들은 이달 중 이양수 국회의원과 간담회를 열고 피해현상과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도 관계자는 “이번 꿀벌의 집단폐사는 응애류에 의한 피해와 이상기후 및 벌통의 위생저하 등 복합적인 원인이 작용하는 것으로 추측된다”며 “방역 약품, 채밀기, 벌통 등 기자재 지원을 위해 내년 예산을 증액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피플 & 피플

이코노미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