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강원포럼]외국인 인력 체류기간 늘려야

신영재 홍천군수

“외국인 없으면 농사 못 지을 판”, “한국 사람들은 시골까지 찾아와 고된 농사일을 하려고 하지 않고, 농사일을 하려는 사람은 70~80대의 고령.”

오늘 기사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은 이 내용은 놀랍게도 2007년도 강원일보의 기사다. 그로부터 15년이나 흐른 지금도 같은 문제를 겪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외국인의 입국마저 어려워지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청년농 육성이나 도시농부 유치는 말처럼 쉽지 않다.

우리나라는 1980년대 이후의 산업구조 고도화와 인구 감소로 노동력이 부족해진 틈을 비집고 외국인 인력이 등장했다. 올림픽을 치르며 발전상이 다른 나라들에 알려지고 비자 면제 협정이 확대되면서 이런 현상은 가속화됐다.

1990년대의 외국인 산업연수생 제도로 시작해 2000년대의 고용허가제로 정책이 발전하면서 합법적인 외국인 고용이 가능해졌다. 2017년부터는 영농철에만 단기간 고용할 수 있는 외국인 계절근로자 제도가 정식 도입돼 극심한 인력 부족을 빚던 농촌에 단비와 같은 존재가 됐다.

코로나19가 완화되자 농촌지역 시장·군수들이 동남아시아, 중앙아시아로 날아가 외국 인력 모셔 오기에 나섰다. 다행인 것은 홍천군은 일찌감치 이 제도를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농사지어 봐야 외국인만 돈 벌어주는 일’이란 의견도 있었지만, 545명이라는 가장 많은 계절근로자가 투입된 올해, 내면 농협은 803억원이란 전례 없는 농산물 판매 수익을 기록했다.

홍천군과 13년째 국제교류를 이어 온 필리핀 산후안시 주민이 이 제도를 통해 지금까지 1,248명이 입국, 홍천군의 농가를 도왔다. 이탈자는 한 명도 없었다. 홍천군의 농가는 계절근로자의 무단 이탈을 걱정하지 않고 영농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을 반겼고, 계절근로자는 수입을 얻으며 새로운 농업기술도 체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계절근로자의 체류기간이다. 이 제도의 초기에는 단기취업 비자(C-4)를 활용해 3개월만 고용이 가능했지만, 계속되는 농가의 요구로 계절근로 비자(E-8)가 신설되며 5개월로 늘어났다. 그렇지만 여전히 너무 짧다는 의견이 터져 나온다. 파종 후 미처 수확도 하지 못하고 출국해야 하기 때문이다. 수확 시기에 근로자를 내보내야 하는 농가로서도 큰 손실이지만, 새로운 영농기술을 접하는 계절근로자의 입장에서도 아쉽다. 영농 준비부터 파종, 재배, 관리, 수확과 마무리까지 이어지는 영농의 전 과정을 지켜보기에 5개월은 너무 짧다.

해외의 사례를 보아도 미국이나 캐나다, 호주와 같이 계절근로자 제도를 운영하는 나라들도 8개월까지부터 1년 이상까지의 체류자격이 주어지고 있다. 1년 이상의 고용이 필요한 경우에는 고용허가제를 활용하면 되지만 1년 미만의 수요를 위해 우리나라도 보다 탄력적인 체류기간 연장이 필요하다.

올 9월 국무조정실에서는 계절근로자 관리체계 전면 개선 방향을 발표했다. 성실근로자의 경우 출국해야 하는 번거로움 없이 체류기간 연장이 가능해진다. 발표대로라면 안정적인 계절근로자 인력 선발과 탄력적인 고용으로 계절근로자 제도가 한층 발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빠른 시간 내에 농촌 현장에 적용돼 일손 걱정 없이 농사에만 전념할 수 있는 ‘희망과 기회가 넘치는 농촌’이 만들어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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