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기획] ‘경계선 지능인’을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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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를 걷는 사람들]
지능지수(IQ) 71~84사이 적응능력 일부 손상
지적장애 범주 해당되지 않아 사각지대 방치
전체인구 14% 추정될 뿐 실제 통계도 부재

◇사단법인 늘봄 청소년이 올 9월 춘천시의회 소회의장에서 '춘천시 경계선지능인 지원조례와 지원센터 마중물 토론회'를 개최한 모습. 이현정기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라는 이분법으로 나눠진 사회에서 경계를 걷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이름도 낯선 '경계선 지능인'들이다. 이들은 지능지수(IQ) 71~84사이에 속하며 적응능력 일부에 손상이 있지만, 지적장애 범주인 70이하에 해당되지 않아 복지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다. 이들에 대한 명확한 통계도 없다. 강원일보는 경계선지능인들이 걷고 있는 길을 들여다보고 그 어려움과 필요한 지원책 등을 알아보는 기획보도를 3회에 걸쳐 싣는다.

#1. 강원도내 모초교 4학년에 재학중인 경계선지능인 A양은 필기구가 필요한 어머니가 필통을 가져오라고 하면 안에 있는 펜을 모두 빼고 필통껍데기만 갖다 준다. 자신의 용돈을 빼앗는 친구들을 보면서도 함께 노는 일로만 생각한다.

#2. 최근 춘천시의회 소회의장에서 열린 '경계선지능인 지원조례와 지원센터 마중물 토론회'에서는 경계선지능인을 자녀로 둔 부모들의 울음소리가 터져나왔다. B씨는 "학교에 가면 '장애인'이라며 친구들이 자녀와 함께 어울리려 하지 않고, 장애인에는 해당되지 않아 제대로 된 지원은 받을 수 없어서 갈 곳이 없다"고 토로했다.

'느린학습자'로도 불리는 경계선지능인을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당사자에 대한 지원은 턱 없이 부족하다.

경계선지능인은 인지, 학습에서뿐 아니라 사회 적응력, 정서 발달 등이 또래에 비해 늦어 학교에서는 폭력과 따돌림의 대상이 되고 학교를 졸업한 후 사회에 나와도 배제되기 쉽지만 이들을 위한 강원도의 대책은 사실상 전무하다.

그나마 강원도의회에서는 사회문화위원장 정재웅 도의원이 발의한 ‘강원도 경계선 지능인 지원 조례’를 올 9월 통과시키면서 실마리를 찾는 듯 했지만 경계선지능학생을 지원하기 위한 별도의 조례안이 기존 조례와 비슷하다는 이유 때문에 계류됐다.

지난달 조례안을 부결시킨 춘천시의회를 비롯해 도내 18개 시·군 어디에도 시·군 상황에 맞는 지원 조례를 채택한 곳은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경계선 지능인 부모들과 시민사회단체는 시대의 요구에 맞지 않는 일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최수진 느린소리 센터장은 "보호자들에게 경계선지능인 아이·청년들은 매 순간 걱정거리인데 사회에서 우리들을 계속 방치하려나 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들을 돌보는 일이 너무 어려워 일부 부모들은 억지로 지능지수 결과를 낮춰 장애 판정을 받게 하려고도 한다. 경계선 지능인들이 그 자체로 제대로 살아갈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소영 한림대 사회복지대학원 겸임교수는 “실제 경계선지능인 부모들은 자녀들의 언어·인지·작업치료에 한달 60~100만원의 치료비를 지출한다”며 “이제 막 목소리를 내고 있는 이들인데 그간 소외되고 배제됐던 것까지 감안을 해 더 발빠른 대응이 필요하다. 이들의 다방면 욕구가 채워질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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