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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 입어도 가해자로 둔갑" 억울한 경계선 지능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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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경계를 걷는 사람들] (2)갈 곳 없는 경계선 지능인

논리적 설명 못 해 가해자 몰려
학교폭력·갈취 등 범죄에 노출
사회적 지원 전무 부모도 피폐

◇강원지역 느린학습자 부모 커뮤니티 '마주봄' 구성원들이 지난 25일 춘천 에너지카페 사과나무에서 경계선지능인 자녀들이 겪는 어려움과 시급한 지원책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현정기자

"학교에서 친구와 선생님에게 계속해서 부정적인 반응들만 받으니까 경계선지능인 아이들은 점점 주눅이 들어요. 경계선지능인 아이들은 그저 속도가 느릴 뿐인데요."

지난 25일 춘천에서 만난 강원지역 느린학습자 부모 커뮤니티 ‘마주봄’ 구성원들은 경계선 지능인 아이들의 상황을 털어놓으며 울먹였다.

사회적 지원이 전무한 상황에서 경계선 지능인은 갈 곳을 잃고, 이들을 돌보는 가족들 역시 점차 피폐해가고 있다. 특히 경계선지능인은 가정이라는 울타리를 넘어 학교나 사회에서 범죄 피해를 입거나 가해자로도 쉽게 둔갑하고 있기도 하다.

초교생 자녀를 둔 A씨는 “아이가 학교에서 학교폭력 피해를 입었는데, 가해자들이 교묘하게 아이를 폭력 가해자로 만들었다. 아이는 자신의 상황을 논리적으로 설명하지 못하고, 경계선지능인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교사는 겉보기에 ‘아이가 멀쩡하다’고 생각해 다른 아이들의 말을 믿었다”고 설명했다.

또 B씨는 “아이가 하교 후, 본인은 200원 사탕을 사 먹고 나머지 4,800원은 친구들을 다 사줬다고 하더라. 아이에게 당시 상황에 대해 다시 물어보니 친구들이 놀아주는 대가로 먹을 걸 사달라고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춘천시 경계선지능인 지원 조례안을 발의했던 김지숙 춘천시의원은 “전문가들은 지능검사 정규분포 곡선 등을 근거로 전체 인구의 약 14%가 경계선지능인으로 보고 있다. 아이들은 커서 범죄에도 쉽게 노출되는데 현재 경계선지능인에 대한 지원 정책이 전혀 없고, 문제가 터져야 대책을 세우는 ‘사후약방문’인 상황”이라고 밝혔다.

부모들은 아이들의 심리 문제도 걱정하고 있다. 청소년기를 지나면서 계속해서 부정적인 반응을 받고 또래에서 소외되는 경험을 겪은 경계선지능인 아이들 상당수가 우울함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이명예 세연아동발달연구소장은 “경계선지능인 아이들은 어른이 되어갈수록 자신들이 민첩하게 할 수 없는 것에 대해 깨달으면서 성격 자체가 소심해지기 쉽다. 사회에 나가도 조직이나 환경에 자연스럽게 적응하기가 어렵다. 학교에 활동보조 선생님을 둔다든지 사회 모두에서 이들을 위한 제도적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계선지능인 =지능 지수(IQ)가 71~84 사이로 지적장애(IQ 70이하)에는 해당되지는 않지만, 평균 지능에 미치지 못하는 인지능력으로 인해 복지 사각지대에 방치돼 지원과 보호가 필요한 사람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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