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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의맛·지역의멋]설악산 으뜸가는 명물 바위산 자태 탄성이 메아리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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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명·찾 가이드 (11) 울산바위가 반겨주는 속초

◇설악산 울산바위. 속초=신세희 기자

둘레 4㎞ 이르는 장엄하고 늠름한 모습

미시령터널 빠져나오면 시선 사로잡아

계절·날씨에 상관없이 환상적인 풍광

다양한 전설까지 서려 있어 더욱 눈길

날이 좋은 날, 속초 시내에서 멀리 설악산을 바라보면 웅장한 바위가 선명하게 모습을 보여준다. 인제에서 속초로 넘어가는 길, 미시령터널을 빠져나가다 보면 오른편에서 ‘자, 이제 속초’라며 반겨주고, 서울~양양고속도로나 44번 국도를 타고 속초를 빠져나가는 길에서는 ‘잘 가고 또 오라’며 찡긋 인사해주는 바위, ‘울산바위’다.

속초와 고성군 경계에서 늠름한 모습을 자랑하는 울산바위는 길을 지나가는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데 이어 발길도 잡곤 한다.

미시령 톨게이트 앞 ‘울산바위촬영휴게소’뿐 아니라 울산바위가 보이는 곳곳에서는 카메라를 들고 이 장엄한 바위를 담아 보려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둘레가 4㎞에 이르는 화강암으로 이뤄진 이 거대한 바위는 흐린 날에는 그 모습을 안개 속에 감추기도 하지만 푸르른 하늘과 함께 있든, 눈이 소복이 쌓인 모습으로 있든 사계절 내내 시선을 끈다.

울산바위는 그 커다란 크기만큼이나 여러 이야기를 품고 있는데, 가장 널리 전해진 전설은 사랑스러우면서도 마음이 아프다. 조물주가 금강산을 만들 때 전국의 바위를 모았는데 경상도 울산지역 바위가 금강산으로 찾아가다가 1만2,000 봉우리 모집이 다 끝나 버렸다는 소식을 듣고 그 자리에 주저앉아 울산바위가 됐다는 이야기다. 몸집이 커서 힘에 부쳤는지, 고향으로 돌아가기가 부끄러워서 그랬는지, 설악산의 풍경이 마음에 들어서 그랬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너그러운 상상력으로 큰 결심을 하고 고향을 떠나 걸음을 재촉했던 바위가 목적을 잃고 낯선 곳에 자리를 잡았을 마음을 생각하면, 잠시만 머무를 줄 알았다가 영영 고향에 가지 못한 속초의 실향민들도 스치게 된다.

설화에 보태진 이야기에는 울산 원님이 설악산 신흥사 주지스님에게 ‘울산바위가 원래 우리 고을 소유이니 세금을 내라’고 독촉했다고 한다. 이에 신흥사 동자승이 저 바위는 울산의 것이니까 새끼줄을 묶어줄 테니 도로 가져가라고 했단다.

울산 원님이 재로 꼰 새끼로 묶어주면 가져가겠다고 맞받았는데, 동자승은 새끼를 꼬아 바위를 동여맨 뒤 불을 태우는 묘안으로 원님을 상대했다. ‘묶을 속(束)’과 ‘풀 초(草)’를 합해 속초라는 지명이 이 이야기에서 유래됐다는 설도 있다.

오랜 세월 바람을 맞고 서 있던 울산바위는 가까이서 보면 표면이 아주 거칠다. 30여개의 크고 작은 봉우리가 굴곡진 모습은 주변의 부드러운 산의 형태와 대비돼 장엄하기도 하다.

반대로 멀리서 보면 바위가 펼쳐진 모습이 마치 병풍 같아서, 우리 지역을 위험으로부터 지켜줄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울타리’ 같이 생겼다고 하여 ‘울산’이라는 설과 또 바위를 통과하는 바람소리가 마치 우는 소리처럼 들려 ‘우는 산’에서 유래했다고도 한다.

올겨울에는 지역민들에게 든든한 바람막이가 되어주는 울산바위를 찾아가 보는 건 어떨까. 묵묵히 제자리에서 속초와 고성을 찾아오는 이들을 반기고 또 떠나는 이들에게는 일일이 인사를 건네주는 이 늠름하고도 사랑스러운 바위를 말이다.

편집=이상목 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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