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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아슬아슬, 사각지대를 걷는 경계선 지능인 지원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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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경계를 걷는 사람들] (3·完) '포레스트 검프'와 함께 걷는 세상을 꿈꾼다
가정과 학교, 지역사회 역할 모두 중요
“생애주기별 지원과 지원센터 필요”

◇영화 포레스트 검프 스틸컷. 영화에 나오는 검프는 IQ75의 경계선지능인이다. 영화 속 검프의 엄마는 검프에게 “명심해, 넌 남들과 다르지 않아”라고 말해준다.

경계선지능인이 한 사회 구성원으로 잘 살아가기 위해서는 가정과 학교, 지역사회 역할이 모두 강조된다.

부모와 전문가들은 이들을 위한 생애주기별 지원책 마련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지원책이 전무한 상황에서 경계선지능인에 대한 부담을 전적으로 가족이 담당하며 가족 구성원의 좌절감이 심화되고 있고, 학교와 사회 모두 경계선지능인을 방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경계선지능인 부모들은 학교 내 제도 마련이 우선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교내 경계선지능인 학생에 대한 지원은 교사의 자율에만 맡겨 있어서 교사가 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면 소통을 하기 어렵다.

춘천지역 초교생 경계선지능인 자녀를 둔 A씨는 “경계선지능인에 대해 인식하고 있는 교사를 만나는 행운이 있으면 한해를 무사히 보낼 수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이해도가 없기 때문에 아이와 부모 모두 교사에게 많은 상처를 받는다. 현재 교내 성교육 역시 경계선지능인은 이해하기 어렵도록 진행된다”고 말했다.

박현숙 경계선지능연구소장은 “경계선 지능인은 성적 평가에 치중한 한국 교육 환경에서 반복적으로 실패, 학업 뿐 아니라 또래관계에서도 소외를 경험하게 된다. 공교육 영역에서 경계선지능인이 소외 받지 않도록, 교사들이 의무적으로 경계선지능인과 관련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 ”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또 현재 전국에서 지원 조례가 양적으로 확대되고 있지만 대부분의 지원책이 의무 조항이 아니며, 학령기 학생만 지원대상으로 한정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이재경 한신대 민주사회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평생에 걸친 생애주기별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 특히 가족들의 역할이 중요한데 피로감이 심화되고 있어 가족 지원도 고심해야 한다. 유·아동기 진단을 받고 적절한 치료, 교육이 필요하지만 현재 가정에서 전액을 사비로 부담하다보니 경제적으로 어려운 경우에는 할 수 없다”며 “ 학령기 치료비와 함께 사회성, 진로·직업 교육 등 사회 구성원으로 자립할 수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 군대 적응이 어렵고 범죄에 휘말릴 가능성도 높은데 보호되지 않는 부분이 있어 정책적 고려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부모와 전문가들은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나누고 정책 개발을 전담할 경계선지능인 종합지원센터 필요성도 강조하고 있다. 춘천의 경우 올 7월 민간에서나마 지원센터를 개소, 이를 구심점으로 부모커뮤니티가 운영되는 중이다.

이재경 연구위원은 “우리 사회가 조금만 더 천천히 가고, 인간미 있는 사회였다면 경계선지능인이 사회에 잘 녹아들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말도 남겼다. 빠르게만 흘러가고 있는 사회, 아슬아슬 사각지대를 걷고 있는 경계선지능인에 대한 지원책 마련이 절실한 이유다.

※경계선지능인 =지능 지수(IQ)가 71~84 사이로 인지, 학습, 사회 적응력, 정서 발달 등이 또래에 비해 늦다. 하지만 지적장애(IQ 70이하)에 해당되지 않아 정책적인 지원을 전혀 받지 못하고 복지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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