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2023강원일보 신춘문예 당선소감]단편소설 한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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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소은(46)
△인천

◇2023 강원일보 신춘문예 단편소설 당선자 한소은씨.

여느 해처럼 12월이 왔습니다. 유독 추위에 약한 저는 어느새 움츠러든 어깨로 ‘이번이 마지막이다, 소설에 대한 짝사랑은 이제 끝이다’, 굳게 입술을 다문 채 예의 그 갈색 봉투를 들고 우체국으로 향했습니다. 바람은 시렸지만, 낯 모르는 직원에게 봉투를 전하고 나니 그제야 마음이 가벼워졌습니다. ‘할 일을 했다’라는 기분이랄까요.

수상소감을 쓰는 지금, 창밖엔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고 있습니다. 소설 속 주인공 역시 눈 덮인 숲에서 초조한 마음으로 떠남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그가 넘으려던 ‘국경’은 단순히 나라와 나라의 경계선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는 걸, 소설을 끝내고도 긴 시간이 지나서야 깨달았습니다.

저 역시 오랫동안 그곳에 가기 위해 달려왔습니다. 이제 더는 못하겠다고 무릎이 꺾이던 오후, 거짓말처럼 당선 전화를 받았습니다. 그렇게 저는 경계 너머, 그곳으로 한걸음 정도 가까워졌는지 모르겠습니다.

앞서 이 길을 걸어간 수많은 작가의 뒤를 따라 천천히 걷겠습니다. 걷는 일만큼은 누구보다 자신 있습니다. 처음 제 소설을 읽고 사람 얘기를 쓸 줄 안다며 용기를 주신 고(故) 이호철 소설가님, 늦었지만 감사합니다. 선생님의 웃음을 보며 글 쓰는 사람의 앞날을 그렸습니다. 손잡아 일으켜 주신 김도연, 김이정, 김미월 심사위원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설익은 제 글을 읽느라 귀한 시간을 내어준, 여기 이름을 다 밝히지 못한 많은 분들, 고맙습니다. 내 편이 되어준 고마운 친구들이 있었기에 벼랑 끝에 서 있던 한 시절을 무사히 넘길 수 있었습니다. 언젠가 그 이야기가 글이 되어 돌아올 것을 믿습니다. 무엇보다 지금 제 곁을 지켜준 가족 덕분에 다시 꿈꿀 수 있었습니다.

결국, 사랑이었습니다. 끝까지 달리고, 쓰는 일을 멈추지 않았던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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