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여전히 성장통을 겪고 있을 이 세상 모든 어른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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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리뷰]빤타지아
춘천에서 활동하는 청년 작가 ‘김수영·전영진’
‘빤타지아’ 주제로 이 시대 속 너무 빨리 어른이 된 이들 위로해

◇전영진(31) 작가는 도심 속 산책로인 춘천 석사천을 걸으며 이질적이지만 자연스레 녹아든 오리를 바라본다. “만약 이곳이 본래 화성이었다면?”이란 생각과 함께 인간을 이방인으로 표현한다. 사진은 오리가 살아가는 다세대 주택을 표현한 모습.

“너무 빨리 어른이 되어버린 이들에게 심심한 위로를 건넵니다”

의자와 담요만 있으면 어디든 우리의 아지트가 되고, 초록색 신 호가 켜지면 같은 색만 밟는 게임이 시작된다. 쉽사리 이루어지지 않을 것 같은 일들을 상상하고, 동네 곳곳을 탐험하거나 냇가 근처에 가서 돌을 빻으며 소꿉놀이를 했던 그때 그 시절. 어린 시절의 우리는 당찼고, 순수했으며 작은 것에도 꺄르르 웃음이 그칠 기미가 없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어른’이 돼 버린 우리들은 치열하게 반복되는 일상 속에 잠식 돼 반복되는 일상에서 어떠한 즐거움도 느끼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 이에 춘천에서 활동하는 김수영(27), 전영진(31) 작가는 내년 1월 3일까지 KT&G 상상마당 춘천 아트갤러리1에서 상상의 세계 ‘빤타지아’를 주제로 나이가 든다는 이유만으로 어른이 되어 버린 이들에게 심심한 위로를 전한다.

어쩌면 어른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한 지 오래인 두 청년 작가는 다소 유치할 수 있고, 현실감이 떨어져 보일 수 있지만 어릴 때 했던 무모한 생각들을 총 16점의 작품에 담아 일탈을 시도했다.

◇김수영 作 Into the Y hall

전시장은 A, B, C 구역으로 나누어 진행, 각자만의 빤타지아를 담았다. A구역은 김수영 작가의 작품들로 구성, 캔버스 안에는 올 한 해 SNS 안에서 쏟아졌던 무수히 많은 이미지를 각기 배치해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아가는 이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준다. 김 작가는 자극적이고 짧은 이야기들에만 주목하다보면 일상의 소중함을 잃을 수 있음을 꼬집기도 한다.

◇전영진(31) 작가는 자신이 갖고 있는 오리 세계관을 지속적으로 확장 시킬 준비를 한다. 오른쪽 작품은 춘천 소양강처녀상을 모티브로 한 전 작가만의 빤타지아 세계 속에 있는 오리상이다.

B구역은 전영진 작가의 작업 세계를 관통하는 ‘오리’가 등장한다. 그는 춘천 석사천 일대를 걸으며 했던 터무니없는 상상으로 일상의 풍경에 ‘또 다른 행성’이라는 프레임을 씌우고 그 안에서 인간은 낯선 이방인이 된다. C구역은 두 작가가 생각하는 ‘춘천’에 대한 이미지가 담겨있다. 김 작가는 현실과 또 다른 세계를 넘나들 수 있는 요소로 쿠키를, 전 작가는 추운 겨울 뜻밖에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지펴주는 눈오리를 그렸다.

전 작가는 “단순한 호기심에서 시작한 이번 작업은 어느 순간인가 어른이 되어버린 아이들에게 저마다의 판타지를 보여주며, 가끔은 철이 없어도, 허무맹랑한 상상을 해도 괜찮다는 위로를 전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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