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빨리 어른이 되어버린 이들에게 심심한 위로를 건넵니다”
의자와 담요만 있으면 어디든 우리의 아지트가 되고, 초록색 신 호가 켜지면 같은 색만 밟는 게임이 시작된다. 쉽사리 이루어지지 않을 것 같은 일들을 상상하고, 동네 곳곳을 탐험하거나 냇가 근처에 가서 돌을 빻으며 소꿉놀이를 했던 그때 그 시절. 어린 시절의 우리는 당찼고, 순수했으며 작은 것에도 꺄르르 웃음이 그칠 기미가 없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어른’이 돼 버린 우리들은 치열하게 반복되는 일상 속에 잠식 돼 반복되는 일상에서 어떠한 즐거움도 느끼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 이에 춘천에서 활동하는 김수영(27), 전영진(31) 작가는 내년 1월 3일까지 KT&G 상상마당 춘천 아트갤러리1에서 상상의 세계 ‘빤타지아’를 주제로 나이가 든다는 이유만으로 어른이 되어 버린 이들에게 심심한 위로를 전한다.
어쩌면 어른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한 지 오래인 두 청년 작가는 다소 유치할 수 있고, 현실감이 떨어져 보일 수 있지만 어릴 때 했던 무모한 생각들을 총 16점의 작품에 담아 일탈을 시도했다.
전시장은 A, B, C 구역으로 나누어 진행, 각자만의 빤타지아를 담았다. A구역은 김수영 작가의 작품들로 구성, 캔버스 안에는 올 한 해 SNS 안에서 쏟아졌던 무수히 많은 이미지를 각기 배치해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아가는 이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준다. 김 작가는 자극적이고 짧은 이야기들에만 주목하다보면 일상의 소중함을 잃을 수 있음을 꼬집기도 한다.
B구역은 전영진 작가의 작업 세계를 관통하는 ‘오리’가 등장한다. 그는 춘천 석사천 일대를 걸으며 했던 터무니없는 상상으로 일상의 풍경에 ‘또 다른 행성’이라는 프레임을 씌우고 그 안에서 인간은 낯선 이방인이 된다. C구역은 두 작가가 생각하는 ‘춘천’에 대한 이미지가 담겨있다. 김 작가는 현실과 또 다른 세계를 넘나들 수 있는 요소로 쿠키를, 전 작가는 추운 겨울 뜻밖에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지펴주는 눈오리를 그렸다.
전 작가는 “단순한 호기심에서 시작한 이번 작업은 어느 순간인가 어른이 되어버린 아이들에게 저마다의 판타지를 보여주며, 가끔은 철이 없어도, 허무맹랑한 상상을 해도 괜찮다는 위로를 전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