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외로움도 사회적으로 다룰 문제…고립된 이에게 손 내밀 수 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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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문화재단 지역과 문화포럼 ‘고립과 단절의 시대, 예술로 공감하고 어루만지기’
강원일보 신춘문예 희곡 부문 당선작 신영은 작가 ‘마주 보는 집’ 공연 후 강연, 토크

◇춘천문화재단 제42차 지역과 문화포럼이 지난 27일 춘천 봄내극장에서 진행돼 2022 강원일보 신춘문예 희곡 부문 당선작 ‘마주 보는 집’ 공연 후 토크가 진행됐다.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감은 개인의 영역을 넘어서 사회적으로 다룰 문제라는 의견이 제기됐다. 지난 27일 춘천 봄내극장에서 열린 춘천문화재단 제42차 지역과 문화포럼에서는 정부와 지역사회가 외로움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고, 또 고립된 이의 문을 두드릴 시민들과 예술의 역할도 중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고립과 단절의 시대, 예술로 공감하고 어루만지기’를 주제로 한 이날 포럼은 2022 강원일보 신춘문예 희곡 부문 당선작 ‘마주 보는 집’ 공연에 이어 강연, 토크가 진행됐다. ‘마주 보는 집’은 집 밖 세상이 두려워 4년 넘게 집 밖을 나가지 않은 남자와 홀로 자취를 하며 취업을 목표로 살아가는 여자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외롭지 않은 세계, 홀로이지 않은 예술’ 에 대해 강연한 정치철학자 김만권 경희대 학술연구교수는 “어려운 처지에 놓였을 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중요한데,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경우 존재 자체에 대해 의문을 품게 된다. ‘당신이 어려울 때 도움을 청할 사람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한국인 다섯 명 중 한 명이 그렇지 못했다고 답했는데 세계 최초로 외로움부 장관(사실상 차관)을 임명해 화제가 됐던 영국보다도 비율이 낮았다”고 강조했다.

◇연극 ‘마주 보는 집’ 공연 사진.

김 교수는 이어 “우리 사회에서는 개인에게 닥친 어려움은 스스로 극복해야 한다는 ‘자기책임의 윤리’가 지배적이다. 그럴수록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은 도움을 구하기 어려워진다. 공연 중 남자가 여자의 집 문을 두드렸듯, 정부가 고립된 이의 문을 두드릴 수 있어야 한다”며 “철학자 한병철의 이야기처럼 공동체는 경청하는 집단이다. 우리가 공동체를 상실했다면 그건 우리가 경청하는 능력을 잃었기 때문인지 모른다. 판단을 유보하고 또 인내하는, 경청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공연과 강연에 이어서는 허소영 한림대 사회복지대학원 겸임교수의 사회로 김동일 현대무용가, 조재학 강원명진학교 교사 등이 ‘고립과 단절’에 대한 경험과 해결 방안을 나눴다.

신영은 작가는 “고립된 이들을 위한 국가 시스템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고 요구하는 목소리도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연극을 비롯한 예술이 힘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며 “길을 오가면서도 스마트폰만 들여다보기 보다는 주변의 사람들을 보시면 어떨까. 외로움에 끝까지 지지 않고 서로를 도우며 살아남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김춘자 춘천남부노인복지관 실버연극단 ‘봄소풍’단원은 “일본에도 고독고립담당장관이 생겼다고 들었고 정부의 역할도 중요한데, 시민들도 자원봉사, 연극에 참여하며 단절된 이를 보듬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면 좋겠다. 조금 더 나은 상황에 있는 이들이 다른 이들을 위한 태양이 돼 빛을 내고, 따뜻한 말을 건넬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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