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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반

[강원의맛·지역의멋]100일간 얼었다 녹길 반복쫄깃·부드럽게 말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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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1월31일까지 운영 오후 2시부터 통제
편도 1시간 트레킹코스 하산시 아이젠 필수
매운탕으로 몸녹이고 건강 디저트로 마무리

◇부흥식당 황태구이.

■겨울, 황태 1번지 용대리

영동과 영서의 경계, 설악산 끝자락에 위치한 인제 용대리 황태마을은 황태 생산의 최적지로 꼽히는 곳이다. 진부령과 미시령에서 불어오는 매서운 칼바람과 잦은 폭설, 큰 일교차가 덕장에 걸린 명태를 부드럽고 맛 좋은 황태로 만들어낸다. 흔히 황태산업을 ‘날씨와 동업한다’고 말할 만큼 날씨가 중요한데, 눈과 바람, 추위가 모두 맞아떨어져야 품질 좋은 황태가 된다고. 명태에 쌓인 눈이 얼었다 녹으면서 명태에 수분을 공급하고, 수십 차례 팽창하고 또 수축하면서 쫄깃한 맛을 갖게 된다. 용대리 황태의 유래는 정확한 기록이 남겨져 있지 않지만 지역 주민들은 1960년대 말부터 황태 덕장이 만들어졌다고 말하고 있다. 한국전쟁을 거쳐 피난 온 함경도 사람들이 고향을 그리워하며 함경도와 날씨가 비슷한 이 일대에서 황태를 만들어 먹었다는 것이다. 잡히는 방법, 계절, 크기에 따라 60여가지 이름으로 불리며 사랑받았던 명태는 동해안에서 주로 잡혔으나 급속한 기후위기로 현재 북태평양쪽으로 올라갔고, 그래서 용대리로 들어오는 명태 역시 대부분 러시아산이다. 할복 작업을 거친 명태는 냉동 보관 후 12월 말께 덕장으로 옮겨지고 3~4개월간 덕장에서 말려져 황태가 된다.

◇용바위식당 황태정식.

■인근 가 볼 만한 식당

#부흥식당=35년 역사를 자랑하는 원대리의 터줏대감 같은 식당이다. 황태 덕장과 작업장을 갖추고 있어 식당에서 직접 말린 최상의 황태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대표 메뉴는 황태구이정식. 주문하면 돌판 위에 자글자글 맛있는 소리를 내며 익는 중인 양념황태구이와 밑반찬 14종, 황탯국이 식탁 위에 푸짐하게 오른다. 황태구이는 다른 지역에서 흔히 먹어볼 수 있는 것과 달리 쫀득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이 특징이다. 씹을 때마다 매콤달달한 양념과 고소하게 응축된 황태의 육즙이 배어나와 감칠맛을 극대화한다. 돌판 위에 함께 나오는 더덕을 곁들여 먹으면 알싸함이 더해져 맛이 배가된다. 맛의 비결은 황태 생산 방법에 있다고. 부흥식당의 황태는 냉동보관 기간이 15일 미만인 명태만을 사용해 신선함이 남다르다.

#용바위식당=덕장과 식당을 같이 운영하고 있는 50년 전통의 황태요리 전문 식당이다. 가장 많이 팔리는 메뉴는 황태정식으로 음식을 시키면 뽀얀 국물과 함께 촉촉하게 양념된 황태구이가 나온다. 황태구이는 연영숙(67) 사장의 비법이 더해진 특제 소스가 잘 스며들어 있어 매콤달콤하다. 소스에서 느껴지는 마늘의 감칠맛과 매콤함, 황태의 구수함이 어우러져 밥 반찬으로 제격이다. 뽀얗게 고운 구수한 황탯국을 후루룩 들이키고, 이와 함께 조리한 나물, 직접 담근 김치를 한 입 먹으면 환상 궁합이다.

■동화속 하얀 숲길 자작나무숲

코끝이 빨개지는 추위와 새하얀 풍경, 인제 원대리 자작나무숲에선 ‘진짜 겨울’을 느낄 수 있다. 내비게이션에 ‘속삭이는 자작나무숲’을 검색하고 구불구불한 산길을 달리다 보면 주차장에 도착한다. 주차장은 별도의 입장료나 주차 요금은 없다. 동절기인 12월16일부터 이듬해 1월31일까지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하는데, 오후 2시부터는 입산이 통제된다. 매주 월요일과 화요일은 휴무이고, 2월1일부터 5월15일까지는 산불위험기간으로 운영을 중단한다. 숲에 닿기까지는 적지 않은 체력이 요구된다. 편도로 대략 1시간 거리의 트레킹 코스를 거쳐야 하기 때문. 코스 대부분이 눈 덮인 오르막길이므로 따뜻하고 편한 복장과 운동화를 착용하길 권한다. 안전한 하산을 위해 아이젠 착용도 필수다. 미리 구비하지 못했다면 입구에서 일회용 아이젠을 개당 5,000원에 구입할 수 있다.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땀이 찔끔 흐를 정도의 오르막을 걷다 보면 어느 순간 빽빽하게 들어찬 자작나무숲이 눈앞에 펼쳐진다.

◇인제 자작나무집 빠가사리 매운탕.
◇카페 하추리. 음료·팥옥수수범벅.

■인근 가 볼 만한 식당

#자작나무집=언 몸을 녹여줄 뜨끈한 음식들이 기다리고 있다. 메뉴는 소양호에서 잡은 물고기로 끓인 시원한 매운탕과 황태구이 정식이다. 매운탕 종류는 빠가사리 매운탕과 쏘가리 매운탕, 잡어 매운탕 등이 있다. 빠가사리 매운탕을 추천받고 음식을 주문하니 반찬이 한 상 가득 나온다. 이 집의 별미가 바로 정성 가득한 반찬이다. 자작나무집은 송재현(39) 대표와 부모님이 운영하고 있는데 반찬은 어머니인 김복순(64) 주방장 솜씨다. 1989년부터 2003년까지 원대막국수를 운영한 그의 경력이 담긴 반찬을 맛보면 대접을 받는 느낌이다. 질경이나물, 시래기나물볶음, 마늘쫑무침 등 그의 손길이 닿지 않은 반찬이 없다. 매운탕은 빠가사리 특유의 부드러운 살과 얼큰한 국물이 일품이다. 손수 반죽한 수제비는 쫄깃하고 미나리, 쑥갓 등이 들어가 시원하다.

#마을 카페 하추리=인제읍 하추리에 위치한 ‘카페 하추리’는 정이 가득한 곳이다. 산골짜기에 위치해 있지만 추위를 녹이는 낭만으로 채워져 있다. 하추리영농조합법인이 운영하고 있는 카페에는 하추리 주민들이 기르고 거둔 잡곡과 콩, 팥, 옥수수, 오미자, 블루베리, 벌꿀 등을 활용해 음료와 간식을 판매하고 있어 믿음직하다. 직접 기른 서리태로 크림을 만들어 커피와 섞은 하추커피, 하추크림라테가 대표 메뉴인데 서리태크림은 고소하면서도 커피와 라테의 맛을 한층 더 부드럽게 해줘 입맛을 돋운다. 팥과 옥수수범벅을 버무린 강원지역 향토음식 ‘팥옥수수범벅’도 소박한 옛맛을 그대로 지니고 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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