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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반

[2023강원일보 신춘문예]단편소설_국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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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소은

남자의 두꺼운 손이 소년의 머리를 치던 날, 쇠기둥에 이마가 깊게 패었다.

핏물이 눈물처럼 소년의 얼굴로 흘러내렸다. 피를 닦아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여자가 저쪽 나라로 떠났다는 사실을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야 믿을 수 있었다.

소년은 여자가 있는 곳으로 가겠다고 결심했다.

낯선 곳에서부터 차가운 바람이 불어온다. 밤새 멈출 것 같지 않았던, 어둠을 뚫고 쏟아지던 눈은 이제 흰 빛으로만 남았다. 이마를 덮은 젖은 머리칼이 바람에 날린다.

바람은 남동쪽에서 불어온다. 지금 그가 가려는 곳, 그는 고개를 돌려 그곳을 바라본다. 어둡고 거대한 산에 가려진 미지의 공간.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숲의 냄새가 폐로 스며온다. 발목까지 쌓인 눈이 달빛에 드러난다. 바람은 쉬지 않고 틈새를 파고든다. 주머니 속에서 뻣뻣하게 얼어가는 양손을 빼내 천천히 비벼 본다. 감각이 사라진 손끝에 통증이 밀려온다.

그는 하얗게 눈이 덮인 거대한 나무들 사이에 서 있다.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가지들이 꺾이며 눈 속으로 파묻힌다. 도착할 때만 해도 검게 드러나던 아스팔트 길은 눈에 덮여 사라졌다. 나무들 사이에 몸을 웅크리고 있는 사내들이 초조하게 몸을 뒤척인다. 사내들이 움직이면 어디선가 마른 음성들이 떨어진다.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져도 사내들의 눈빛은 사그라지지 않는다. 저들은 무엇 때문에, 고개를 젓는다. 그와는 상관없는 일이다. 어디선가 알 수 없는 짐승의 날카로운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정적을 깨며 날아오르는 새들의 그림자가 검은 하늘로 흐리게 떠올랐다 사라져간다.

멀리서부터 두 개의 불빛이 서서히 다가온다. 쌓인 눈 때문에 빛은 서서히 걸어서 온다. 사내들은 불빛을 향해 몸을 세운다. 그는 사내들을 알지 못한다. 그들도 서로를 알지 못한다. 우리는 잠시 우연으로 이곳에 모였을 뿐이다. ‘우리’라는 호칭 역시 안내인의 편의를 위해 존재할 뿐이다. 몇 시간 후면 의미를 잃을 공허한 단어. 찰나의 호칭. 물론 모든 것은 ‘우리’의 목적이 무사히 달성됐을 때만 가능한 일이다.

흐린 달빛에 모습을 드러낸 차는 검은색 소형버스다. 이곳에 도착한 후 거리에서 몇 번 보았던 차량이었다. 차에 탄 관광객들이 창밖을 내다보며 손짓했다. 거리엔 특별할 게 없었다. 눈을 아래로 향한 채 걷는 사람들과 길거리에 쓰러진 사람들, 그리고 골목에 몸을 숨긴 그뿐이었다. 무엇을 보고 있는 것인가, 그는 사람들 눈에 띄지 않게 모자를 더 깊이 눌렀다.

브로커는 그에게 관광버스로 위장한 차를 타게 될 거라고 말했다. 굵은 체인을 감은 바퀴가 천천히 멈춰 선다. 전조등 빛에 눈이 이글어진다. 빛이 사라지는 동시에 엔진도 멈춰선다. 낡은 쇳소리를 내며 출입문이 열린다.

거대한 체구의 남자가 버스에서 내린다. 버스를 운전하는 현지인이다. 달빛에 빛나는 머릿결과 푸른 눈빛이 차다. 운전사는 사내들을 둘러보며 온몸을 감싼 긴 패딩 점퍼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문다. 바람 때문에 라이터에 불이 붙지 않는다. 뒤를 따라 내린 키 작은 남자가 손으로 바람을 막으며 담배에 불을 붙인다. 라이터 뚜껑을 닫은 남자가 사내들을 향해 돌아선다. 우리를 안내할 안내인이다.

안내인은 커다란 털모자에 두터운 털코트로 온몸을 감쌌다. 검정 마스크를 쓴 얼굴엔 눈동자 2개가 검은 구멍처럼 뚫려 있다. 그는 안내인이 추위에 약한 사람이거나 무언가로부터 자신을 감추기 위해 애쓰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안내인은 주의사항을 전한다. 앞으로 두 시간 후면 해가 뜰 것이다, 그때쯤이면 국경에 도착할 것이다, 그때까지 절대, 어떤 소리도 내서는 안 된다, 국경을 완전히 넘어설 때까지는 스스로 유령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앞으로 두 시간이 우리의 운명을 결정할 것이다. 안내인의 말은 보이지 않는 바람 사이로 흩어진다.

안내인은 뒤돌아서 운전사와 몇 마디 주고받는다. 그들이 주고받는 언어를 그는 알아듣지 못한다. 안내인은 몇 번인가 사내들을 뒤돌아본다. 그리고 사내들에게 마지막으로 소변을 보거나 담배 피울 시간을 준다. 그는 나무 사이로 들어가 바지 지퍼를 내리고 마렵지 않은 소변을 본다. 차갑게 쪼그라든 성기에서 한참 후에야 몇 방울이 떨어진다. 눈밭에 노란 구멍이 뚫린다. 숲에 흔적을 남긴다.

그와 사내들은 안내인을 따라 버스로 향한다. 계단을 올라서자 히터의 온풍이 먼저 살갗에 감겨온다. 2인용 좌석이 양쪽으로 늘어선 버스 내부는 겉모습처럼 무엇 하나 특별할 것이 없다. 이곳 어디에 그를 숨겨줄 공간이 있는 것일까. 그 앞에는 얇고 긴, 용도를 알 수 없는 가방을 든 가죽점퍼의 사내가 있다. 모두가 맨손인데 가죽점퍼만 가방을 품에 안고 있다. 뒤로는 안경을 쓴 사내와 나머지 세 명의 사내들이 줄지어 선다. 안내인은 버스 맨 끝, 긴 뒷좌석 앞에서 멈춰 선다.

안내인이 뒷좌석의 양옆을 손으로 더듬는다. 자물쇠 풀리는 소리가 차내에 울린다. 안내인은 뒷좌석을 덮고 있던 두꺼운 쿠션을 들어 올린다. 쿠션이 올라간 자리로 벌집 모양으로 얽힌 은색 철판이 드러난다. 안내인은 주머니에서 드라이버를 꺼내 철판 나사를 풀기 시작한다. 나사를 풀고 좌석 한 칸 크기의 철판을 들어 올리자 사람 한 명이 들어갈 수 있는 크기의 검은 공간이 드러난다.

안내인은 이곳이 사내들이 숨을 곳이라며 한 사람씩 들어가라고 말한다. 안으로 들어가면 구석부터 차례로 자리를 잡으라고, 일단 자리를 잡으면 벽을 두드려 신호를 보내라고 한다. 절대 말은 하지 말고 그냥 두드리기만 하라고. 가죽점퍼가 먼저 구멍으로 다가선다. 가죽점퍼의 두 다리와 허리가 사라지고, 마침내 머리 위로 들고 있던 가방까지 흔적없이 지워진다. 잠시 후, 차체를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고 안내인이 그를 향해 손짓한다. 그는 두 발을 차례로 구멍을 향해 뻗는다. 머리까지 내려오고 나니 그곳엔 섬뜩한 냉기와 어둠뿐이다. 산 채로 흙에 파묻힌다면 이런 기분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한다. 그는 무릎을 꿇고 기어간다. 무언가에 머리를 부딪치고 그게 먼저 들어간 가죽점퍼라는 걸 알아채고 옆으로 자리를 잡는다. 무릎을 세우고 최대한 몸을 구부려보지만, 뒤통수가 천장에 닿는다. 깊게 숨을 내쉬며 머리 위 벽을 두 번 두드려 신호를 보낸다. 차례로 사내들이 들어오고 그들은 어깨와 몸뚱이를 서로 맞댄 채 조금이라도 더 자리를 차지하려 몸을 뒤튼다. 무릎 사이에 얼굴을 파묻는다. 누군가의 침이 목젖을 타고 내려간다. 마지막으로 들어온 사내가 신호를 보내자 위에 있던 안내인이 흐린 빛이 스며들던 구멍의 철판을 덮는다. 나사가 채워지는 소리, 쿠션이 덮이고 잠금장치가 잠기는 소리, 안내인이 멀어지는 발소리를 듣는다. 사내들은 아무 말 없이 한 치의 틈도 없는 어둠 속에서 이제 곧 시작될 이동을 준비한다.

거대한 엔진과 부품들이 얽히며 부딪치는 소음이 날카롭게 귓속으로 파고든다. 드디어 출발이다. 그는 무릎에 얼굴을 파묻은 채 얼마 남지 않은 순간을 상상한다. 아침 해가 떠오를 시간, 크리스마스의 아침이 밝아올 무렵이면 사내들은 국경에 도착할 것이다. 그는 국경수비대원이 신실한 기독교인이기를 기도한다. 오늘만은 그들의 눈이 멀고 귀가 닫히기를. 보고도 보지 않은 척하는 아량을 지니기를. 영원할 것 같던 긴장이 잠시 육체를 피하자 정신이 몽롱해진다. 어딘가 빈 구멍을 비집고 들어오는 찬 공기를 느끼며 그는 눈을 감는다.

*

그가 아이였을 때, 남자는 늘 술에 취해 있었다. 아이를 감싸던 여자의 머리카락 사이로 검붉은 핏방울이 흘러내렸다. 남자가 잠이 들면 여자는 수돗가에서 무심히 피를 닦았다. 그리고 낡은 외투를 입고 일터로 떠났다. 여자는 종일 무거운 쇠솥을 닦는다고 했다. 쇠솥의 무게만큼 여자는 지쳐 보였다. 여자는 추운 겨울이면 피딱지가 앉은 입술로 차가운 물에 손을 담갔다. 남자가 아무렇게나 던져놓은 그릇들을 씻으며 희미한 입김을 뱉어냈다. 살얼음이 언 물속에서 여자의 손은 얼어붙을 것 같았다. 얼어버린 손목이 얼음막대처럼 뚝, 부러져 버리는 게 아닐지 아이는 무서웠다. 추운 계절이 지나서야 아이는 참고 있던 긴 숨을 내쉬었다.

아이는 자라 소년이 되었다. 여자가 사라진 그 겨울, 여자의 손에는 무언가 들려 있는 날들이 많았다. 소년은 졸린 눈을 치켜뜨며 여자가 가져오는 음식들을 기다렸다. 소년에게 음식을 먹이는 여자의 손은 뼈만 남아 앙상했다. 여자는 떠나기 전날 밤 공책과 연필을 소년에게 주었다. 소년은 흰 종이에 여자를 그렸다. 그 모습을 보며 여자가 희미하게 웃었다. 소년은 오래도록 그 모습을 잊을 수 없었다. 여자 품에서 잠이 들 무렵, 어디선가 남자의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여자는 소년의 머리를 가슴팍에 거세게 안았다. 여자가 아무리 세게 안아도 소년의 몸은 헐벗은 듯 떨렸다. 그래서 소년은 자신을 감싼 여자의 손이 자신보다 더 심하게 떨리는 것을 알지 못했다.

자는 소년의 삶에서 사라졌다. 일을 나갔던 여자는 돌아오지 않았고 소년은 밤새 골목에서 여자를 기다렸다. 소년은 배달부가 흔들어 깨울 때까지 전봇대에 기대 잠들어 있었다. 혼자 집으로 돌아온 소년은 그 후 며칠을 앓았다. 차가운 방에 누워 여자의 꿈을 꾸었다. 여자는 소년을 일으켜 앉히고는 따뜻한 물을 소년의 입에 넣어 주었다. 바싹 말라 터진 입술이 쓰라렸다. 여자가 다시 소년을 눕히면 소년은 헤어날 수 없는 어지럼 같은 깊은 잠 속에 빠져들었다. 소년이 다시 일어났을 때, 남자는 여자에 대한 분노로 소년을 더 가혹하게 때렸다. 소년을 막아줄 여자는 이제 없었다. 목소리는 비명으로밖에 나오지 못했다.

소년은 남자를 따라 다른 도시로 떠났다. 구경하던 누군가 여자가 먼 나라로 소년을 버리고 떠났다며 혀를 찼다. 남자가 욕을 하자 사람들은 흩어졌고, 소년은 그 말을 잊지 않았다. 남자는 농장에서 잡일을 하며 술에 취해 지냈다. 이제 폭력은 온전히 소년 혼자 감당해야 할 몫이 되었다. 남자의 두꺼운 손이 소년의 머리를 치던 날, 소년은 쇠기둥에 이마가 깊게 패었다. 핏물이 눈물처럼 소년의 얼굴로 흘러내렸다. 피를 닦아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소년은 축사에 머물며 큰 눈망울을 이리저리 굴리는 소들을 바라보았다. 하루는 여자가 남긴 노트에 소의 눈을 그렸다. 둥글게 그려야 하는데 원은 자꾸 삐뚤어졌다. 길게 그려지던 원은 어느새 여자의 얼굴이 되었다. 마르고 핏기없던, 희망이 사라진 얼굴 위로 구불구불한 머리카락을 그렸다. 그 사이로 흐르던 핏방울도 그렸다. 소년은 핏방울을 지우고 싶었다.

소년은 남자에게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여자가 저쪽 나라로 떠났다는 사실을 소년은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야 믿을 수 있었다. 소년은 여자가 있는 곳으로 가겠다고 결심했다.

*

여기 국경을 넘어 저쪽으로 넘어가는 건 공공연한 일이지. 물론 자네도 잘 알겠지만.

기름으로 번들거리는 넓적한 얼굴의 브로커가 말했다. 식당의 낡은 의자는 브로커의 살진 엉덩이를 받치느라 부서질 듯 보였다. 자라다 만 턱수염 위엔 흰 소금이 붙어 있었다. 브로커는 이쪽 사람치고는 덩치가 너무 컸다.

근데, 왜 저쪽에 가려고? 이 일도 요즘엔 너무 위험해져서 말이지. 잘못되면 범법자에 평생 저쪽 땅엔 발도 들여놓을 수 없을 텐데. 각오는 돼 있는 거지?

브로커는 연신 테이블 위에 놓인 감자튀김을 입에 구겨 넣으며 물었다. 벌써 4개째 케첩 봉지를 뜯어 입안에 짜 넣었다.

아, 뭐, 다들 비슷한 사연이지. 먹고 살기 힘드니까 저쪽에서 한 건 크게 터뜨려보자, 그런 거 아니겠어? 아무래도 저쪽이 그런 면에선 자유로운 나라니까. 그나저나 자넨 나이도 어려 보이는데 웬만하면 여기서 버텨보지 그러나?

브로커는 감자튀김 하나를 집어 권했지만, 그는 고개를 저었다.

나 찾아오는 사람치고 사연 없는 사람이 어디 있나. 나도 처음에 일 시작했을 때는 그런 사람들 하소연 들어주며 가슴 아팠던 게 한두 번이 아니었지. 그 사람들, 국경 넘어가 잘 산다는 얘길 들으면 어찌나 흐뭇했는지. 이런 게 다 나라를 위하는 일 아닌가? 애국 말이네, 애국!

브로커는 비어버린 튀김 상자를 아쉽다는 듯 쳐다보다 바지 주머니에서 작은 철제 상자를 꺼내 테이블 위에 놓았다. 뚜껑을 열자 알록달록한 사탕들이 가득했다. 브로커는 기름 묻은 손가락으로 노란 사탕을 집어 입에 넣었다.

이젠 나도 뭐 이골이 났지. 근데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야. 저쪽에서 잘 사는 게 어디 쉬운 일이냔 말이야. 국경 넘는 일은 또 어떻고. 바이러스에 테러다 뭐다, 요샌 아주 쥐새끼 한 마리도 허가증 없이는 국경 넘기가 어려운데 말이지. 설사 국경을 넘었다 해도, 그다음엔 뭘 해 먹고살 건데? 말이라도 통하면 모르지. 아니, 뭐, 자네한테 하는 소리는 아니니 신경 쓰지 말게. 무사히 넘어가 잘 사는 사람들도 많으니까.

사탕이 브로커의 어금니 사이에서 으스러졌다.

육천이라는 건 알지? 물론 현금이네. 난 카드 장사는 안 하거든.

브로커의 얼굴 가득 비열한 웃음이 어렸다.

전 분명히 오천이라고 들었는데요.

브로커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몇 번인가 혀를 차고는 말했다.

자네도 요즘 국경 상태는 알고 있겠지? 여기가 바로 전쟁터야, 전쟁터. 아니 이제 곧 진짜 전쟁이 터질 거라는 소문도 돌고 있어. 대통령 바뀌고 검역이다 뭐다 수비대에 걸리는 놈들이 한둘이 아니라고. 돈 좀 아끼자고 국경 근처로 관광만 하다 가고 싶은 건 아니겠지? 이게 다, 자네 안전을 위한 거라고. 서둘러야 해. 나도 언제 이 일을 그만둬야 할지 모를 일이야.

더는 소용없을 것 같았다. 그는 주머니에서 현금을 꺼내 건넸다. 수중에 남은 돈을 헤아려봤다. 과연 이 돈으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지폐를 센 후, 브로커는 약속 시간과 장소로 가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그를 포함해 모두 여섯 명이 국경을 넘는다고 했다. 그중 한 명은 전직 경찰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저쪽 놈들이 약을 팔다 그 경찰한테 잡혔지. 그가 한 놈을 쐈고, 어느 날 밤 죽은 놈 형제들이 국경을 넘어와 아내와 어린 아들들을 모두 죽였다는군. 나도 그 기사를 봤는데 정말 끔찍했어. 근무 때문에 목숨은 건졌지만 살아남은 게 그에겐 더한 지옥이었지. 생각해보게. 자신 때문에 가족이, 그것도 어린아이들까지 목숨을 잃었으니. 그래서 놈들을 찾아 복수하기 시작했다는군. 경찰은커녕 이제는 지명수배 신세가 됐지만 말이야. 그러다 몇 놈이 다시 국경을 넘어 저쪽으로 도망치자 그놈들을 잡으러 이번에 국경을 넘는다는군.

브로커는 이번에는 사탕 상자에서 흰 사탕을 꺼내 입에 넣었다.

세상에 사연 없는 사람은 없지. 물론 자네도 그렇겠지. 어때, 마지막 기회네. 한 번 더 생각해보겠나?

브로커는 지폐를 재킷 안주머니에 넣으며 물었다. 답을 원하는 질문이 아니었다.

사내들은 특수 제작된 버스에 타게 될 것이다. 운전은 합법적인 여행사 알선책이 하고, 다른 한 명의 안내인이 동행하기로 했다. 사내들은 이곳에서 여행객을 내리고 돌아가는 여행사 버스에 숨어 저쪽으로 들어간다. 그게 국경을 넘는 ‘우리’의 시나리오다.

*

소년은 청년이 되었다. 농장에서의 시간은 더디게 흘렀다. 청년은 남자가 집을 비운 사이, 짐을 챙겨 도시로 도망쳤다. 단지 며칠을 버틸 수 있는 돈밖에 없었다. 청년은 옛 동네를 찾아가는 대신 공장에서 일자리를 찾아 헤맸다. 수십 명의 직원과 함께 공장 뒷방에서 밥을 먹고, 잠을 잤다. 청년은 오랜 시간 섬유에서 뿜어져 나오는 독한 약품 냄새와 공장 안을 떠다니는 무수한 섬유 조각들을 삼키며 싸늘한 기계들에 온몸을 밀어 넣었다. 청년은 떠나기 위해 착실하게 돈을 모았고, 누구와도 친구가 되지 않았다. 그저 동료들이 모여 잡담을 하는 모습을 지켜보기만 했다.

청년은 가끔 아무 종이에나 여자의 얼굴을 그렸다. 저쪽에서 여자는 어떻게 살고 있을지, 상상하기 힘들었다. 그곳에서 여자는 햇볕에 바싹 마른 이불처럼 가볍게 펄럭이고 있을까. 청년은 여자를 잊지 않으려 애썼다. 그 기억마저 사라진다면, 자신을 잃어버릴까 두려웠다.

*

개조된 버스 안 좁은 공간엔 엔진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와 여섯 사내의 거친 숨이 얽혀든다. 기름 냄새와 사내들의 지독한 체취에 숨쉬기가 어렵다. 그는 천천히 깨어난다. 서서히 밀려오는 기름 냄새로 이곳이 어디인지 깨닫는다. 왼쪽 어깨를 맞대고 있는 가죽점퍼에게서 옅은 술 냄새가 난다.

씨발, 거 냄새 한번 지독하네. 가뜩이나 숨 막혀 죽겠는데. 이놈의 냄새 때문에 머리가 깨질 것 같잖아!

사내 중 하나가 목소리를 높인다.

워낙 춥고 긴장이 돼서 좀 마셨는데.

가죽점퍼의 목소리가 울린다.

누군지 모르겠지만 마시던 것 좀 남았소? 이러고 있으려니까 죽을 맛이네. 그거라도 한 모금 해야지, 답답해서 원….

또 다른 사내의 목소리.

조금 남기는 했는데, 어두워 보이질 않으니. 여기 병 넘길 테니 마시려면 알아서들 해요.

가죽점퍼가 그에게 작은 술병을 건넨다. 그는 술병 뚜껑을 열고 고개를 들어 한 모금 들이킨다. 쓰고 진한 액체가 식도를 타고 텅 빈 위까지 빠르게 흘러간다. 그는 병을 옆자리 사내에게 넘긴다. 나머지 사내들도 돌려가며 한 모금씩 독주를 삼킨다.

이제 좀 살겠네.

조금 전 술을 부탁한다던 남자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온다.

난 딸 애를 찾으러 가는 길이요. 하던 일이 망하고 사채까지 끌어쓰다 그놈들이 하나뿐인 딸에게까지 손을 댔더군. 딸아이를 저쪽에 팔아넘겼다는데, 우선 어디 있는지 찾아서 데려와야지. 힘들게 넘어갔으니 뭐, 기회가 되면 돈도 좀 벌고.

이제 곧 국경이다. 지금쯤 해가 떠오르고 있을 것이다.

안경 쓴 사내의 어깨가 떨린다. 손바닥에 고인 땀을 바지에 비벼 본다.

갑자기 차가 멈추고…열 두 개의 눈동자가 어둠 속에서 교차한다.

밝은 빛과 함께 긴 총구가 위에서부터 천천히 내려온다.

차는 산길을 넘어가는지 쉴 새 없이 흔들린다. 빈속에 마신 술 때문에 속이 좋지 않다. 옆에 앉은 안경 쓴 사내가 무언가를 게워낸다. 술과 위액이 섞인 냄새가 좁은 공간을 가득 채운다.

미안합니다. 차가 하도 흔들리는 바람에.

안경 쓴 사내가 고개를 숙인 채 말한다. 힘겹게 울음을 삼키고 있는 듯한 목소리다. 그때, 천장 위에서 의자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조용히 해! 지금 어디 놀러 가는 줄 알아. 숨소리도 내지 말라고 했잖아!

짜증 섞인 안내인의 목소리가 머리 위로 내려꽂힌다. 사내들은 다시 침묵으로 돌아간다. 엔진 소리를 뚫고 어디선가 낯선 동물의 기이한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이봐요, 형씨는 왜 국경을 넘는 거요? 이번이 처음이요?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가죽점퍼가 그의 귀에 얼굴을 들이대고 낮은 목소리로 묻는다. 그는 무릎 사이에 머리를 박은 채 대꾸하지 않는다.

나는 이번이 두 번째네.

가죽점퍼는 목소리가 커질까 더 가까이 다가가며 말한다. 엔진 소리에 묻혀 가죽점퍼가 하는 말이 분명하게 들리지 않는다. 차가운 가죽에 섞인 술 냄새만 코를 찌른다.

그때, 잘 아는 형님이 저쪽에서 크게 세차장을 하고 있었거든. 여기 와서 일도 좀 돕고 구경도 하고 가라기에 뭐 여편네도 도망가고 자식도 없는데 거기나 가야겠다, 해서 없는 돈 털어 들어갔는데, 뭐 일 좀 익히고 살만하다 싶으니까 어느새 돌아올 때가 된 거지. 그런데 이대로 돌아가기엔 아깝더라고. 뭐, 제대로 돈도 좀 벌고 싶고. 근데 재수 없는 놈은 남의 땅에서도 그런 건지, 도시에 폭동이 일어나는 바람에 형님 세차장도 다 불타고, 미용실 하던 형수님은 총에 맞아 휠체어 신세가 되고….

가죽점퍼는 한숨을 쉰다. 어쩌면 그에게도 비슷한 삶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할 수만 있다면 가죽점퍼 곁에서 멀리 떨어지고 싶다. 하지만 이 좁은 공간 어디에도 피할 곳은 없다.

뭐, 더는 형님한테 신세를 질 형편도 안 되고 해서, 그때부터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며 안 해본 일이 없지. 불법체류자니 제대로 된 일을 할 수 있었나. 뭐, 항구에서 짐이나 나르고 식당에서 쓰레기나 치우고 야채나 썰면서 하루 벌어 하루 사는 목숨이었으니까. 죽을 고비도 여러 번 넘겼는데, 추방당할까 무서워 신고도 할 수 없었지. 그러다 이놈을 만났네.

가죽점퍼는 무릎 아래 놓여 있던 가방을 손으로 쓰다듬는다. 숲에서부터 들고 있던 가방이다. 안에 든 건 세 조각으로 분해된 당구채다. 젊어서 당구를 좋아했던 가죽점퍼는 술집이나 당구장에서 내기 당구를 치며 먹고살았다고 한다.

웬만한 술집마다 당구대가 있거든. 술에 취한 게임 상대를 찾는 일은 어렵지 않았지.

가죽점퍼는 내기 당구를 하면서부터 힘든 노동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길에서 사는 노숙 생활만큼은 면할 수 있었다며 웃는다.

그때, 안내인이 머리 위 의자를 두드린다. 가죽점퍼는 말을 멈추고 초조한 듯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정면을 향해 고개를 돌린다.

그는 가죽점퍼가 왜 돌아왔는지, 왜 다시 위험을 무릅쓰며 저쪽으로 돌아가려 하는지 궁금하다. 만약 국경을 넘어간다면, 이 버스에서 내리고 나면 답을 들을 수 있을까. 어둠에 익숙해진 눈에 낡고 더러운 신발이 보인다.

이제 곧 국경이다. 지금쯤 해가 떠오르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곳은 여전히 어둠과 코를 찌르는 악취뿐이다. 사내들은 버스에 몸을 맡긴 채 흔들린다. 그 옆에 앉은 안경 쓴 사내의 어깨가 떨린다. 손바닥에 고인 땀을 바지에 비벼 본다. 두 시간 넘게 펴지 못한 다리를 펴고 싶다. 참아야 한다. 갑자기 차가 멈추고 엔진 소리가 사라진다. 열두 개의 눈동자가 어둠 속에서 교차한다.

이제 오 분 후면 국경입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아무 소리 내면 안 됩니다. 절대!

머리 위로 다시 안내인의 낮은 목소리가 들린다. 요란하게 시동이 걸리고 버스는 빠른 속도로 앞으로 나아간다. 사내들은 한쪽으로 기울어졌다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기를 반복한다. 그는 더욱 깊이 무릎 사이로 얼굴을 파묻는다. 과연 ‘우리’는 국경을 무사히 넘을 수 있을까.

*

그녀를 만난 건 세 번째로 옮긴 공장에서였다. 그녀는 얼굴이 창백했고, 입술이 흐렸다. 그는 자꾸 그녀 주변에서 맴돌았다. 그녀는 말이 없었고, 친한 동료도 없어 보였다. 어느 점심시간, 그녀가 혼자 공장 밖으로 나가는 것을 보았다. 한겨울인데, 그녀의 외투는 얇고 낡아 보였다. 그녀는 공장에서 십오 분 정도 빠르게 걸어 낡은 집들이 모인 더러운 골목길로 들어섰다. 그리고 한 공동주택의 지하로 내려갔다. 그녀는 그곳에서 얼마간 머물다 다시 나와 공장으로 돌아갔다.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그녀는 점심시간이면 사라졌다 돌아왔다. 며칠 후, 야근을 하고 저녁을 먹으려고 들른 공장 식당에서 혼자 밥을 먹고 있는 그녀를 보았다. 그녀는 며칠 새, 더 야윈 것 같았다. 그는 그녀 앞에 식판을 내렸다. 그리고 달걀을 그녀의 식판으로 옮겼다. 그녀가 달걀을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녀는 작은 목소리로 고맙다고 했다. 처음 들어본 그녀의 목소리는 오래전 잊어버린, 그립고 슬픈 누군가를 떠오르게 했다. 그녀의 눈빛에는 겁먹은 초식동물의 두려움이 어려 있었다.

그 후, 그녀는 조심스럽게 자신의 가장 연약한 틈을 내어줬다. 그는 서두르지 않았다. 그녀를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안도가 되었다. 공장 방에서 지내던 그는, 가끔 그녀와 허름한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그녀를 지하의 집으로 데려다줬다. 그곳에서 그녀는 늙고 병든 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었다.

아버지는 내가 어릴 때 집을 떠났어요. 어떤 여자와 함께였죠. 떠나기 전까지 아버지는 술을 마시고 엄마와 나를 때렸어요. 어느 밤, 엄마가 아직 돌아오지 않았는데, 아버지가 내 방으로 들어왔어요.

그녀는 오랫동안 먼 곳을 바라보았다.

난, 무서워서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어요. 엄마한테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어요. 엄마는 너무 힘들고, 지쳐 보였으니까요. 맞고 있는 엄마를 보며, 왜 아버지에게서 도망치지 않는지 알 수 없었어요. 그래서, 나도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아버지가 무슨 짓을 해도, 가만히 있어야 한다고. 아버지가 늘 그랬거든요. 엄마에게 말하면, 엄마를 죽여버리겠다고.

집으로 걸어가던 어두운 골목길에서 그녀는 눈물을 흘렸다. 그녀를 보며 어린 시절 여자를 떠올렸다. 여자의 핏방울과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무기력한 소년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랬던 아버지가 몇 달 전 집으로 돌아왔어요. 엄마가 돌아가신 후 혼자 살고 있었는데, 늙고 병들어 다시 돌아온 거예요.

봄눈이 더러운 골목을 덮던 밤이었다. 그와 그녀는 허름한 숙소에서 밤을 새웠다. 그녀의 몸에는 푸르고 붉은 멍들이 자라고 있었다. 새벽에 그는 혼자 그녀의 집으로 갔다. 그녀의 아버지는 잠들어 있었다. 뼈만 남은 몸에선 지독한 악취가 났다. 그는 그 냄새를 잘 알고 있었다. 그를 때리던 남자의 몸에서 나던 냄새, 여자에게 욕을 퍼부을 때마다 나던 그 냄새.

그는 숙소로 돌아가 그녀에게 떠나자고 했다. 그녀는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다음 날, 그녀는 공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그녀를 찾아 집에 갔을 때, 그곳에 그녀는 없었다.

경찰이 그녀를 찾아 공장에 왔다. 그녀의 아버지가 죽었고, 경찰은 사라진 그녀를 의심하고 있었다. 며칠 후엔 남자가 그를 찾아왔다. 남자가 그를 찾고 있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그는 서둘러 공장을 벗어났다. 가야 할 곳을 알지 못했다. 여자가 떠났다던 나라로 가고 싶었다. 하지만 국경은 이미 오래전 폐쇄됐다. 그는 언젠가 동료들이 주고받던 얘기를 기억해냈다. 이쪽 접경지역에서 국경을 넘어 밀입국을 한다는 이야기. 그는 동료에게서 현지에서 일을 맡아줄 브로커를 소개받았다.

*

버스가 멈춘다. 엔진도 조용히 입을 다문다. 차 문이 열리는 소리. 여러 개의 발소리가 아주 크고 가까이에서 들려온다. 발소리가 머리 바로 위에서 멈춘다. 그는 갑자기 참을 수 없는 역겨운 맛을 느낀다. 식도를 타고 넘어오는 액체를 막으려 두 손으로 입을 막아 보지만 이미 늦었다. 입에서 뜨거운 액체가 막을 새도 없이 쏟아져 나온다. 내뱉은 토사물에서 익숙한 악취가 풍겨온다.

머리 위 뚜껑이 열린다. 알아들을 수 없는 고함이 들려온다. 밝은 빛과 함께 긴 총구가 위에서부터 천천히 내려온다. 끝에 앉아 있던 남자부터 차례로 몸을 일으켜 구멍 위로 올라간다. 기어나가는 안경 쓴 사내의 구두 밑창을 보며 그는 ‘우리’의 시나리오가 완결되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사내들은 모두 버스 밖으로 끌려 나온다. 외곽 도시에 홀연히 서 있는 경비소는 눈에 덮인 작은 오두막처럼 보인다. 주변을 둘러싼 철책 위에도 온통 눈이 쌓여 있다. 문제없이 통과했다면 몇 미터 앞이 바로 목적지다. 이대로 뛰어 숲에 닿으려면 얼마의 시간이 필요할까, 그는 비리고 역한 침을 삼키며 생각한다. 안내인과 운전사는 머리에 손을 올린 채 수비대원에게 매달린다. 누구도 그들을 상대하지 않는다.

활짝 문이 열린 경비소 안에는 삼나무를 잘라 만든 트리 위로 노란 전구들이 반짝인다. 뿔이 긴 박제 사슴의 머리가 벽에 매달려 있다. 책상 위에는 몇 개의 커피잔 위로 하얀 연기가 흩어지고 있다.

사내들은 손을 머리 위로 올리고 버스에서 나온 순서대로 나란히 선다. 총을 둘러멘 수비대원들이 사내들 주변을 바쁘게 움직인다. 그중 한 명이 떨고 있는 안경 쓴 사내의 배를 총구로 찌른다. 그때였다. 뒤에 있던 검은 점퍼의 사내가 수비대를 향해 총을 쏘며 버스 뒤로 뛰어간다. 급작스러운 상황에 놀란 가죽점퍼가 눈밭 위로 엎어진다. 수비대도 총을 겨누고 검은 점퍼 사내를 향해 총을 쏜다. 다리에 총을 맞은 수비대원을 동료들이 끌고 간다. 붉은 핏자국이 뒤를 따라 길게 이어진다. 버스 유리창이 산산이 부서져 내린다. 가죽점퍼가 가방을 한 손에 쥐고 버스 쪽으로 기어가다 다리에 총을 맞는다. 하얀 눈 위에 붉은 웅덩이가 생긴다.

떠나기 전날 밤, 남자가 잠들고 난 후, 여자가 소년을 안고 속삭였다.

조금만 기다려. 꼭 데리러 올게.

여자는 소년이 잠들었다고 생각했지만, 소년은 여자의 말을 기억하고 있었다.

눈을 감았다 뜬다. 눈앞에 국경이 보인다. 경비소 옆 철문을 향해 달린다. 넘어야 한다. 넘어가야만 한다. 그는 달린다. 철망 너머 숲이 보인다. 이제 막 어둠이 걷히며 옅은 주홍빛에 둘러싸인 깊은 숲이 보인다. 여자는 저곳에 있을까. 그녀는 왜 사라진 것일까. 등 뒤에서 총소리가 끈질긴 추적자처럼 그의 뒤를 따라붙는다.

그는 멈추지 않는다.

그는 달린다.

멀리, 성탄 아침을 알리는 종소리가 길게 울려 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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