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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인구 정책의 역발상

영국의 경제학자 토머스 맬서스는 ‘인구론’에서 영국이 인구 증가로 파국에 직면할 것으로 경고했다.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늘지만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고 주장했다. ‘인구론’은 그 시기 나타난 도시 빈곤층을 구제하려는 빈민법에 대한 반대로 출발했다. 여기에 근거해 인구 억제를 주요 정책으로 시행에 들어가야 한다고 역설, 주목을 받았다. ▼동시대를 살았던 마르크스와 엥겔스는 ‘인구론’에 심대한 문제가 있다고 봤다. 노동자들이 겪는 빈곤은 인구 탓이 아닌 자본주의의 문제에서 비롯된다고 설명했다. 그러한 문제는 생산수단에 대한 노동자의 통제를 통해 해결될 것이라고 했다. 분명한 것은 맬서스와 마르크스의 주장 모두는 현실화되지 않았지만 인구론에 대한 풍성한 논의를 제공했다는 점이다. ▼우리 사회에서 저출산 등 인구 문제에 대한 다양한 정책 방안이 수십 년째 논의되고 있는데 어떠한 관점에서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사유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령화가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고 있으니 출산율을 제고해야 한다는 인식이다. 그러는 사이 한국의 주민등록인구가 2022년 한 해 동안 약 20만명 줄었다. 2020년 이후 3년 연속 감소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81명으로 OECD 회원국 중 압도적 꼴찌다. 5년 전 1명 아래로 내려간 뒤 바닥을 모르고 있다. 많은 나라가 발전 과정에서 출산율 하락을 경험하지만 아무리 나빠져도 1명대에서 반등하거나 정체되는 경향을 보였다. ▼인구 늘리기의 발상을 전환해야 할 때가 아닌가. 수시로 바뀌는 교육제도,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양극화, 일자리 부족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저출산을 야기한다. 우리는 고령화의 파장에 대해서도 노동력 부족, 경제성장률 저하, 부양비 증가로 인한 재정 부담 등 경제적인 문제만을 이야기한다. 저출산 문제의 해결도 출산과 양육의 총비용을 줄이면 출산율이 오를 것이라는 경제학적 프레임을 적용하고 있다. 그 프레임을 벗어나지 못하면 우리나라 인구는 늘어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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