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청봉]‘같은 길’ 가지 않겠다는 결기가 필요하다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고달순 강릉주재 국장

국내 골프 시장은 신종 코로나 19 팬데믹이라는 악재 속에서도 유례 없는 호황을 누렸다.

얼마 전 한국관광공사가 비씨카드와 신한카드 신용카드 데이터를 기반으로 지난해 내국인들이 전국 골프장에서 쓴 이 두 카드 사용액을 집계한 결과 2조2,100억원에 달했다. 2021년 1조9,849억원에 비해 11% 가량 늘었다.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 1조4,489억원 보다 무려 7,600억원 이상 늘었고, 매년 2,000억~3,000억원 가량 사용액이 늘어 3년 만에 2조원을 돌파했다.

다른 카드사와 현금 사용분까지 합치면 실제 골프장내 지출액 규모는 이 보다 훨씬 클 것이다. 앞서 한국골프소비자원이 추산한 2021년 기준 전국 골프장 매출액은 6조9,599억원이었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해외 이동이 어려운 상황에서 골프는 감염 위험이 덜한 야외에서 소규모로 즐길 수 있어 양적 성장을 이뤘다.

특히 다양성을 추구하고 워라밸을 중시하는 MZ세대가 대거 골프에 입문, 골프 산업의 전망을 한층 밝게 하고 있다.

지난해 골퍼들이 가장 많이 찾은 골프장은 용인 레이크사이드CC(54홀)였다. 2위는 경기 화성시 리베라CC(36홀), 3위는 경기 이천시 비에이비스타CC(54홀) 등으로 검색 상위 10곳 모두가 수도권 소재였다. 2021년엔 오크밸리CC와 센추리21CC 등 원주 소재 골프장 2곳이 10위권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국내 골프 산업의 비약적 성장세 속에서 민선8기 김홍규 강릉시장은 18홀 골프장 2곳 밖에 없는 핸디캡을 극복하기위해 취임 초부터 골프장 건설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생태자연도, 경사도, 사유지 비중, 지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현재까지 6곳 정도를 골프장 부지로 물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지역을 건실한 투자자와 연결해 작품을 만들어 보겠다는 복안이다.

이런 구상이 성과를 내려면 지금부터 16년 전 시작된 ‘구정면 골프장 조성 프로젝트’가 왜 여태 잠자고 있는지 케이스 스터디(case study) 부터 선행해야 할 것 같다.

2007년부터 구정면에 골프장을 조성하기위해 토지 매입에 나선 사업자는 2013년 9월까지 그 곳에 18홀 회원제 골프장과 미술관 등을 조성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주민 반대로 장기간 갈등을 겪다가 골프장 대신 엉뚱한 아파트 등 대안 사업을 추진하기로 합의했지만 진전을 보지 못한채 소나무 숲만 더 울창해졌다. 자연 환경 보전을 원칙으로 하는 생태자연도 1등급 비율이 20% 미만에서 지금은 50%에 육박해 9홀 골프장 이나 조성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차장으로 발령 받아 줄곧 현장을 지킨 이 회사 사장은 얼마 전 기자와의 통화에서 “생태자연도 1등급 지역도 실제로 정밀 조사를 하면 하향 조정 여지가 있다”며 여전히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의 희망대로 환경 규제의 굴레에서 벗어난다 해도 사업을 추진하려면 변함 없는 주민 반대, 강릉시가 사업자에게 매도한 부지내 시유지를 되돌려 달라며 제기한 소송(2심) 결과 등 난제가 산적해 있다.

계묘년 새해 특별자치도로 새롭게 출범하는 강원도와 강릉시가 우량 기업(투자)을 유치하려면 각종 규제 개혁은 물론 정체된 도시의 현실을 상징하는 듯한 투자 유치 실패 사례들을 거울 삼아 어제와 같은 길을 가지 않겠다는 결기가 필요해 보인다.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피플 & 피플

이코노미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