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광부의 절규에 귀 기울이는 세상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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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수 탄전문화연구소 소장 ‘한국 탄광사:광부의 절규’

◇ ‘한국 탄광사:광부의 절규’ 표지.

“폐가 검게 굳은 진폐재해자의 잦은 기침 소리를 들어보았는가? 지금까지는 국가를 위한 헌신으로 견뎠지만, 이에 대한 방치가 길어질수록 원망과 분노의 기침으로 피를 쏟을 것이다.”

탄광이 빚은 삶을 연구하고 있는 태백 출신 정연수 탄전문화연구소장이 ‘한국 탄광사:광부의 절규’를 펴냈다. 1부 ‘한국 경제발전의 주역, 광부와 탄광노동의 현실’, 2부 ‘강요된 산업전사와 광부의 희생’, 3부 ‘석탄산업전사 예우 특별법 제정의 필요성’으로 나뉜 책에는 강원도 탄광촌의 현실을 알리고 광부를 기억하기 위한 제안 등이 담겼다.

저자는 광부의 아들이 대를 이어 광부가 되고, 남편을 막장에 묻은 부인이 한을 풀기도 전에 선탄부 광부가 된 현실을 개인의 비극으로 돌려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국가가 전략적으로 석탄산업을 확대하고, 오지 탄광촌으로 경제적 소외계층을 몰아넣은 책임을 감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지난해 9월 아동과 청소년 유해 집단 암매장지가 발견돼 충격을 줬던 경기도 선감학원을 짚어 눈길을 끈다. 선감학원 사건은 1942년부터 1982년까지 부랑아 교화라는 명분 아래 소년들에게 강제노역, 가혹행위를 가하는 등 인권을 유린한 사건이다.

저자는 “일제강점기, 선감학원을 통해 14~17세 소년 66명이 삼척탄광 광부가 됐다. 이런 방식은 해방 후에도 이어지는데, 정부와 서울시 주도로 전쟁 재해자, 극빈자, 탈북자 등 생활이 어려운 계층만 골라 탄광으로 대규모 이주시켰다. 광부들 개인은 경제적 궁핍 때문에 탄광으로 들어섰다고 여겼겠지만, 실상은 국가가 산업에너지원 확보를 위해 광부들을 적극적으로 유인한 측면이 더 컸다”고 분석했다.

그는 강원도 최초의 공업학교가 삼척에 들어선 것도 남한 최대 규모의 삼척탄광으로 광부들을 유인하기 위한 교육정책이었다고 해석한다. 제대로 예우 받지 못한 광부들을 기억하기 위해서 탄광민속 복원과 석탄산업유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추진도 제안한다.

저자는 “국가의 산업에너지를 생산하기 위해 산업전사의 신념으로 목숨을 바친 광부, 캄캄한 막장에서 탄가루와 지열 때문에 숨 쉬기도 힘든 노동을 견딘 광부, 실직 후에도 진폐증으로 신음하는 광부들을 이제는 국가가 위로할 때다. 광부가 있어서 오늘의 산업발전을 이룩한 한국산업사가 감당해야 하는 빚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북코리아 刊. 320쪽. 1만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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