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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일반

“지역 골목상권 살려라“…주차장 공유한 ‘건물주-상인의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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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답을 찾는 ‘골목실험실’]
주차난에 삶의 질 저하·상권 침체 후평1동 구도심 골목
사람 아닌 차량과 주차 막는 타이어, 양동이가 점령
주민 주도 사회적 합의 통해 원룸 빈 주차장 공유 실험

침체된 골목상권 살리기에 후평1동 상인들이 발벗고 나섰다. 골목상권의 가장 큰 골칫거리인 주차난 해결을 위해 낮동안 비어있는 원룸의 주차장을 활용하는 방안을 진행 중이다. 사진은 후평1동 골목마다 차들이 가득 주차돼있는 모습. 박승선기자

춘천시 후평동 19·20통. 취재진은 30분이 넘도록 골목길을 두바퀴 이상 돌았지만 주차공간을 찾지못했다.

차량이 골목을 가득 채웠고 용케 빈 공간을 찾아내면 어김없이 나무토막이나 타이어, 입간판 등의 불법적치물이 주차를 할 수 없도록 막고 있었다.

주차문제는 주민들의 가장 큰 고민이었다. 특히 골목상권은 고사위기까지 몰렸다. 주차를 할 수 없다는 단순한 불편을 넘어 골목의 절반을 차량과 불법적치물이 점령하면서 더욱 삭막한 풍경이 됐다.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더 이상 사람들이 찾지 않는 골목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하지만 주민과 상인들은 삶의 터전인 골목을 포기하지 않았다. 상인들이 먼저 주차난 해결을 위해 나섰고 마을통장과 주민들, 춘천시 후평1동 행정복지센터가 힘을 보탰다. 강원일보와 춘천사회혁신센터는 이들의 주차문제 해결과 골목살리기의 사회적 실험을 지원하기로 했다. 골목구성원들이 서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 새로운 주차공간을 찾아내고 골목을 되살리는 작지만 큰 한걸음이 시작됐다.

침체된 골목상권 살리기에 후평1동 상인들이 발벗고 나섰다. 골목상권의 가장 큰 골칫거리인 주차난 해결을 위해 낮동안 비어있는 원룸의 주차장을 활용하는 방안을 진행 중이다. 사진은 후평1동 골목마다 차들이 가득 주차돼있는 모습. 박승선기자

■골목상권 살리려면 ‘주차’부터 해결=춘천 후평초교 인근 골목길에서 장사 중인 상인 14명은 2021년 ‘후평동뒤뜰’이라는 자체 골목상권 브랜드를 만들었다. 같은 동네에서 장사를 하는 상인들끼리 끈끈하게 뭉쳐 골목상권을 살려보자는 취지로 만들어졌는데 가장 먼저 골목 주차 문제 해결에 앞장서고 있다.

이들이 처음 모인 것은 2021년 가을이었다. 코로나19로 매출이 반토막 나고 가게마다 하루 한 테이블 받기도 어려웠던 시기, 텅 빈 가게에 상인들끼리 모여 한탄을 늘어놓던 것이 시작이 됐다. 만나는 횟수가 늘어갈수록 상인들의 한탄은 ‘뭐라도 해보자!’는 상권활성화 계획으로 바뀌어갔다.

이때 가장 먼저 제기된 의견이 바로 ‘주차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주정차 신고로 골머리를 앓던 상인들을 중심으로 “안 그래도 손님이 없는데 차 댈 곳이 없으니 오려던 손님도 발길을 돌린다”는 원성이 이어졌다.

실제 후평동 19·20통 일대는 2020년 초등학교 진입로 100m 가량이 갓길주차 금지 구역으로 지정돼 극심한 주차갈등을 겪고 있었다. 법과 규제의 강화로 갈 곳을 잃은 차량들이 인근 골목으로 몰리며 주차난은 극심해졌다. ‘차 갖고 가긴 힘든 곳’이라는 이미지는 코로나19와 맞물려 골목상권을 무너뜨리고 있었다.

그러나 법과 예산문제가 얽혀있는 만큼 상인들끼리 주차난을 해결하긴 역부족이었다. 이에 상인들은 주민과 행정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지난해 후평동 주민 102명을 직접 방문해 주차난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해 공감대를 이끌어냈다. 주민들이 합세하자 춘천시도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상인, 거주민, 행정이 삼위일체를 이뤄 프로젝트팀으로 거듭난 ‘후평동뒤뜰팀’은 지난해 12월부터 춘천사회혁신센터와 함께 주차 문제에 대한 사회실험을 시작했다. 지역사회 구성원간 양보와 협력을 통해 골목 내 공유 주차공간을 찾아내는 프로젝트에 뛰어든 것이다.

김지영 후평동뒤뜰 대표(살루떼 베이커리 대표)는 “주차문제 해결에 대한 필요성은 절실했지만 실제로 해결할 수 있으리란 기대치는 낮았다”며 “주민과 행정이 합심하면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인다”고 말했다.

침체된 골목상권 살리기에 후평1동 상인들이 발벗고 나섰다. 골목상권의 가장 큰 골칫거리인 주차난 해결을 위해 낮동안 비어있는 원룸의 주차장을 활용하는 방안을 진행 중이다. 사진은 후평1동 골목마다 차들이 가득 주차돼있는 모습. 박승선기자

■차량에 점령당한 골목·삶의 질까지 저하=실제 골목의 주차문제를 점검해보기 위해 취재진은 지난 2일 춘천시 후평동 19·20통을 찾았다. 직접 차량을 운전해 방문한 후평동 19·20통 골목가에선 주차공간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도로 양측이 이면 주차차량으로 가득 차있었던 탓이다. 결국 기자는 골목길을 두 바퀴 돌고난 뒤에도 주차공간을 찾지 못해 한 블럭 떨어진 300m 가량 떨어진 공원에 차를 대야했다.

서윤희 20통장과 함께 골목을 돌아보며 주차실태를 점검했다. 골목가에선 단 한칸의 주차공간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골목길 자체가 폭 4m 가량으로 좁은 데다 한 쪽은 주차차량으로 가득 차 있었다. 주차공간을 찾던 차량이 반대편에서 들어오는 차량과 수차례 맞닥뜨리며 좁은 길목을 아슬아슬하게 후진하는 상황이 여러번 연출됐다. 주차공간을 찾지 못한 일부 차량들은 인도를 침범해 행인들까지 불편을 겪었다.

네 바퀴가 모두 인도의 보도블럭을 밟고 올라선 차량만 골목에서 4대나 발견했다. 더욱이 집 앞 주차공간 확보를 위해 주민들이 대문 앞마다 라바콘부터 타이어, 입간판, 나무토막, 시멘트를 부은 양동이 등을 꺼내 놓으며 골목 풍경을 더욱 삭막하게 했다. 직접 세어봤더니 무려 52개나 골목에 놓여있었다.

열악한 주차환경으로 인해 이웃끼리 얼굴을 붉히는 등 삶의 질 하락과 이웃 간 갈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서윤희 통장은 “주민들이 퇴근 후 집에 오면 차 댈 곳이 없으니 공간확보를 위해 물건을 갖다 놓는다”며 “이해는 되지만 (주민의 차가 없는낮 시간에는)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후평동뒤뜰 상인들이 지난해 8월 후평1동 주민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102명 중 98.9%가 주차로 인한 불편을 겪었고 가장 큰 불편은 ‘주차공간 부족으로 인한 이웃과의 불화’(32.9%)였다.

춘천시 후평동 19·20통 주민, 상인들과 춘천사회혁신센터, 강원일보 등이 주차난 해결을 위한 아이디어 회의를 진행 중이다.

■주민·상인 머리맞대…원룸 주차 공유 이끌어내=후평동뒤뜰팀은 주차 문제 해결을 위해 총 3번의 회의를 했고 춘천사회혁신센터, 후평1동 행정복지센터와 통장 등 주민들이 함께했다. 이 과정에는 강원일보 취재진도 참여했다. 회의의 주제는 ‘어떻게 주차공간을 늘릴 것인가?’였다. 공영주차장을 신설하자는 의견이 나왔지만 예산이 걸림돌이 됐다. 또 주차장 신설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데다 마땅한 부지가 없는 것도 문제였다.

인근 초등학교 주차장을 저녁시간대 주차장으로 활용하자는 의견도 제시됐다. 하지만 학생들의 안전 문제와 낮 시간대 이용이 불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없던 일이 됐다. 결국 남은 건 마을 내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법 밖에 없었다. 그리고 “낮 시간대 비어있는 원룸 주차장을 활용하자”는 의견을 냈다.

서윤희 20통장은 “이 근방 원룸들은 대부분 한림대 학생들이 거주하는데 낮 시간이면 원룸 주차장만 텅텅 빈다”며 “원룸 건물주들에게 주차장 공유를 요청하자”고 말했다. 원룸 주차장을 활용하기로 하자는 의견이 나온 후 회의는 급물살을 탔다.

실험공간인 19·20통 골목가에 위치한 원룸은 모두 7개. 이 중 5개의 원룸 사장들이 각각 2개 면씩 주차장을 공유하기로 했다. 어플리케이션을 활용해 시간당 500원씩 주차비를 받고, 실험기간 동안 원룸 사장들에게 금전적 보상을 주는 방안도 논의됐다.

골목 상가를 방문하는 이용객들을 어떻게 공유주차장으로 유도할 것인지 또한 쟁점이었다.

회의에 참여한 강원일보 취재진은 포털을 활용하자는 의견을 냈다. 가게를 방문하기 전 포털 검색을 하는 손님들이 많은 만큼, 온라인 검색 시 뜨는 가게 정보에 '공유주차장 이용 가능' 이미지를 삽입하자는 것이었다. 해당 의견은 좋은 반응을 얻어 추후 디자인, 문구 등을 논의하기로 했다.

이달 중 주차장을 공유하는 원룸에는 '공유주차장'임을 안내하는 안내판이 설치된다. 후평동뒤뜰팀은 안내판 설치를 시작으로 모니터링을 통해 공유주차장 제공자, 사용자들의 의견을 취합하고 개선점을 찾아 주차면수를 확대하는 실험에 돌입한다.

원룸 주차장 실험 이후에는 주민들이 내 집 앞, 내 가게 앞 주차장 내어주기에 동참할 수 있도록 사회적 합의에 대한 실험을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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