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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칼럼]법조일원화 10주년의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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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유 춘천지방법원 영월지원 부장판사

2023년은 법조일원화 제도 시행 10주년을 맞이하는 뜻깊은 해다. 법조일원화는 과거 판사 즉시임용제도 하에서 변호사와 검사 등의 판사 임용 확대를 위해 주장되었다. 판사 즉시임용제도란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사법연수원을 갓 수료한 신규 법조인들 중에서만 판사를 임용하던 시스템인데, 법조일원화는 그 대안으로 기성 법조인들에게도 문호를 개방하여 다양한 경력의 판사들이 법원에서 일할 수 있게끔 하자는 것이다.

법학전문대학원이 설립되고 변호사시험이 도입되면서 사법시험 및 사법연수원을 통한 신규 법조인 배출제도는 폐지되었고, 2012년을 끝으로 판사 즉시임용제도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따라서 현재 통용되는 법조일원화의 개념은 ‘일정 경력’의 기성 법조인 중에서만 판사를 선발하는 제도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이 ‘일정 경력’을 어떻게 설정해야 법조일원화의 도입 취지를 가장 잘 구현할 수 있을까?

너무 단기의 경력을 요구하면 판사 즉시임용제도와 큰 차이가 없고, 너무 장기의 경력을 요구하면 충분한 지원자를 확보하기 어렵다. 가장 바람직한 상황은 경력은 짧지만 열정이 충만한 젊은 법조인도, 체력은 예전 같지 않지만 실무능력과 인품이 검증된 연륜 있는 법조인도, 특별한 제한 없이 자신이 원할 때 판사직에 지원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법원조직법은 ‘일정 경력’을 무려 10년이라는 상당한 장기로 설정하고 있다.

다만 2013년에 법조일원화가 처음 시행될 당시에는 이 요건을 3년 경력으로 완화하였고, 2018년부터는 5년 경력을 요구하고 있으며, 2025년부터는 7년 경력을 거쳐 2029년부터는 본격적으로 10년 경력자 중에서만 판사를 선발하게 된다. 그런데 3년 경력을 거쳐 5년 경력을 요구하는 현 단계에서도 법원은 필요한 만큼 충분한 수의 판사를 선발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왜일까?

사실 법조일원화 제도의 도입을 처음 논의할 당시 기본적으로 전제가 되었던 것은 판사 처우의 개선이었다. 일정한 경력을 갖춘 기성 법조인 중에서 실력과 인품을 충분히 검증하여 판사를 선발하자는 것이 법조일원화이기에, 그처럼 훌륭한 경력자들이 판사직에 다수 지원할 수 있도록 처우를 개선하는 것은 필수 요건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법조일원화 도입을 추진할 당시 당연한 전제로 제시되었던 판사 급여의 인상은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 전국 단위 전보인사의 축소, 1심의 원칙적 단독심화, 재판연구원의 대폭 확충 등은 일부 진전된 측면도 있지만, 풍부한 연륜의 우수한 기성 법조인들이 법원을 매력적인 선택지로 느끼게 할 정도의 개선과는 한참 거리가 먼 수준이다. 당연히 뒷받침할 것처럼 내세웠던 요건들을 지원하지 않으면서 훌륭한 장기 경력자들을 뽑을 수 있는 선발제도를 마련하지 않는다고 법원을 닦달하는 것이 과연 온당한가?

아무리 완벽한 선발 절차를 마련하더라도 필요한 인재들이 실제로 지원하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이상적으로 이러저러한 자질을 갖춘 훌륭한 인재들을 판사로 선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공허하다. 판사 처우의 개선이 어렵다면 판사직 지원의 진입 장벽, 즉 요구되는 경력의 기간이라도 낮춰서 지원자의 풀을 확대해야 한다. 기존 판사 즉시임용제도의 폐해는 인성에 문제가 있는 지원자를 걸러내지 못하고 성적 위주로 판사를 선발했던 데 있는 것이지 젊은 법조인을 판사로 선발했기 때문이 아니다. 젊은 시절에 변호사나 검사로서 경험을 쌓는 것은 중요하고 판사로서 경험을 쌓아서는 안 될 이유가 있는가? 젊은 판사들의 기개와 창의성이 연륜 있는 판사들의 경험 및 통찰력과 어우러질 때 국민들에게 더 나은 사법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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