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그리기 보다 지우고 비우는 법을 배우는 인생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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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월 출신 박철호 강원대 명예교수 ‘연필화 그리는 아내’

◇‘연필화 그리는 아내’ 표지.

박철호 강원대 생명건강공학과 명예교수가 자신의 다섯 번째 단편소설집 ‘연필화 그리는 아내’를 상재했다.

2018년부터 매년 한 권씩 소설집을 내고 있는 그가 지난해 공들여 세상에 내놓은 작품을 볼 수 있다. 이번 소설집에는 표제작을 비롯해 ‘개나리’, ‘로사의 집’, ‘시래기’, ‘아로니아’, ‘황금미소’ 등 열한 편의 소설이 수록됐다. 저자가 건져올린 다양한 소재들이 상상의 세계에서 전개되는 솜씨가 돋보인다. 작품들에는 지하상가, 춘천의 아파트, 양구 해안면 등 친숙한 공간이 등장할 뿐 아니라 우리 가까이서 벌어지고 있을 법한 일화들이 그려져 쉽게 읽힌다.

표제작은 예순이 넘어 그림그리기를 시작한 부인을 바라보는 ‘나’의 이야기다. 부인이 무슨 생각을 하며 그림을 그릴까, 왜 그림을 그릴까 궁금해 하던 주인공은 마침내 그림 그리기에 약간의 관심을 갖는다. 그리기보다는 지우고 비우는 법을 배우게 될 테지만, 함께하기 위해서다. 소설 속 ‘나’는 부인에게 책 표지로 쓸 만한 게 없겠느냐고 묻는데, 실제로 이번 책 표지에 연필화가 실려 눈길을 끈다.

또 메밀에 대한 사랑을 꾸준히 보여온 저자는 이번 소설집의 곳곳에도 메밀에 애정 어린 시선을 보내고 있다. 작품 ‘황금미소’에는 쓴메밀 시장을 개척, 선점한 ‘봉학’의 이야기가 펼쳐지고 ‘시래기’에는 시래기와 함께 쓴메밀을 키우는 ‘해진’의 아버지도 등장한다.

영월 출신인 저자는 세계메밀학회장, 한국자원식물학회장 등을 역임했다. 소설집 ‘산토 치엘로’ ,‘메멘토모리’, ‘애밀’, ‘감희원’, 장편소설 ‘춘천여자 송혜란’, ‘막국수 연가’ 등을 펴냈다. 시집 ‘동강모래무지’, ‘엄마의 밥상’, 수필 ‘요게요 메물로 맹근 막국수래요’, 동화 ‘하늘을 나는 메밀꽃’ 등이 있다. 도서출판 진솔 刊. 240쪽.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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