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정부, 회계 자료 제출 거부 노조 세액공제 대상서 제외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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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법인처럼 세제지원 요건 마련하는 방안…근로자 '불똥'은 우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해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노동조합 파업과 관련한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이날 발표장에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함께 참석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정부가 회계 자료 제출을 거부하는 노동조합을 선별해 세액공제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노조비 연간 세액공제액은 4천억원에 육박한다.

27일 기획재정부와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노조비 세액공제 지원 대상과 요건 개편 방안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앞서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20일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법 개정 전이라도 회계 자료를 제출하지 않는 노조에 대해서는 현재 15%인 노조 조합비 세액공제를 원점 재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노조비에 대한 별도 지원 근거 규정을 마련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노조의 회계 자료 제출 의무와 요건을 시행령에 명시해 지원 대상을 명확히 하는 방식이다.

실제로 노조와 같은 세제 혜택을 받는 공익단체의 경우 해산 시 잔여 재산을 국가나 지자체·비영리단체에 귀속하고, 수입 중 개인 회비 비율이 일정 비율을 초과해야 한다는 등의 단체 요건이 시행령에 명시돼 있다.

아울러 공익단체는 해당 과세기간의 결산보고서를 과세기간 종료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제출해야 하며, 제출하지 않은 경우에는 국세청장이 기재부 장관에게 그 지정의 취소를 요청할 수 있다는 규정도 있다.

반면 노조의 경우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에 따라 설립된 노조라면 모두 혜택을 받을 수 있으며, 해당 노조 조합원이 납부한 회비는 일괄적으로 세법상 지정기부금에 포함해 15%의 세액공제 혜택을 준다.

세무업계 관계자는 "구체적인 조문을 검토해야겠지만, 시행령에 노조의 회계 투명성 장치를 마련하는 건 기술적으로 어렵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더구나 시행령은 국회 입법 절차를 거치지 않고 정부가 재량껏 추진할 수 있는 부분이다.

다만 실제로 노조비 세액공제를 적용받는 대상은 노조가 아닌 근로자라는 점에서 자칫 근로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국세청 국세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 2021년 기준 연말정산에서 종교단체 외 지정기부금 세액공제를 받은 근로자는 433만6천405명, 공제 세액은 3천939억원이었다.

이들 가운데 면세자를 제외하고 실제 결정세액이 있는 근로자로 범위를 좁히면 총 409만6천866명이 3천754억원의 공제 혜택을 받았다.

국세청은 이 중 사실상 대부분이 노조비에 대한 공제 혜택인 것으로 분석했다.

만약 일부 노조에 대한 혜택이 중단되면 해당 근로자들이 세액공제를 못 받게 되거나, 아예 노조를 탈퇴해 노조비를 내지 않게 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노조비 세액공제를 실제 노동 개혁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연합뉴스 자료사진]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0일 노동조합의 회계 공개 거부에 대해 "국민의 혈세인 수천억 원의 정부지원금을 사용하면서 법치를 부정하고 사용 내역 공개를 거부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한 조치를 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 이날 발언은 국고 지원 중단 등을 포함한 엄정 대응을 의미한 것으로 해석됐다.

이와 별도로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윤 대통령에게 노조 회계 장부 공개와 관련한 보고를 하고 노동조합 회계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 관련 자료 제출을 거부하는 노조에 대해 정부지원금 중단과 환수 등을 포함한 초강수 카드를 내놨다.

이 장관은 이날 별도 브리핑에서 "회계 장부 비치·보존 결과를 제출하지 않은 120개 노동조합에 14일간의 시정 기간을 부여하고 미이행 시 과태료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과태료 부과에도 여전히 자료 제출을 거부할 경우 "현장 조사를 실시하겠다"며 "이를 거부하거나 방해·기피하는 경우에는 과태료를 추가로 부과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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