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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우편물 테러’

2001년 9·11 테러 직후다. 백색이나 베이지색 가루가 든 우편물이 미국 곳곳으로 배달됐다. 배달된 우편물에는 탄저균이 들어 있었다. 그해 10월20일까지 미국 내에서만 6명이 탄저병 양성 반응을 보였다. 네덜란드·스위스·아르헨티나·영국·오스트레일리아·이스라엘·체코·포르투갈·폴란드 등에도 백색 가루가 든 우편물이 배달되면서 전 세계가 순식간에 생화학 테러 공포에 휩싸였다. ▼2020년 여름 중국에서 미국 곳곳으로 정체불명의 씨앗이 우편 배달됐다. 발송지가 중국이어서 중국발 생화학 테러 우려까지 제기됐다. 그러나 미국 농무부 산하 동식물검역소(APHIS)의 조사 결과 겨자 등 14종의 씨앗인 것으로 확인됐다. 주문하지 않은 물건을 무작위로 발송해 온라인 판매 실적을 부풀리는 일종의 사기 수법인 ‘브러싱 스캠(Brushing Scam)’으로 추정돼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지난 20일 울산의 한 장애인복지시설에 배달된 정체불명의 대만발 국제 소포를 개봉한 직원 3명이 호흡 곤란, 마비 등의 증상을 호소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독극물 소포’에 대한 두려움이 전국으로 확산됐다. 도내에서도 21일부터 23일까지 정체불명의 대만발 국제 소포가 배달됐다는 31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다행히 현재까지 특별한 피해 사례는 없는 것으로 확인된다. 당국은 해외 온라인 쇼핑몰의 실적 부풀리기를 위한 ‘브러싱 스캠’에 무게를 두면서도 혹시 모를 테러 가능성 등에 대비해 경계하고 있다. ▼택배가 일상이 되고 개인 신상정보는 이미 유출된 세상이다. 모든 사람이 상업용 스팸 메일이나 홍보물, 보이스피싱에 노출돼 시달리고 있다. 보안 전문가들은 노출된 정보로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본다. 우편물을 이용한 범죄가 언제 어디서든 발생할 수 있는 셈이다. 때때로 듣지도 보지도 못한 누군가가 집 전화번호는 물론 가족관계와 식구들 휴대폰 번호까지 모두 알고 있다는 것이 놀랍다 못해 섬뜩한 기분에 사로잡힌다. 이제는 우편물 테러까지 걱정하며 살아가야 할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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