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청봉]강원특별자치도, 이젠 ‘규제의 땅’에서 ‘혁신의 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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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 대전 이후 1960년대부터 빠른 성장세를 보였던 일본의 경제는 1990년대 들어서면서 크게 둔화됐다. 부동산 가격에 낀 과도한 거품의 후유증 등은 장기적인 불황을 가져왔다. 하지만 일본은 산업협력법(일명 ‘원샷법’)과 신기술 투자 기업에 규제 여부를 미리 알려주는 ‘그레이존 해소’ 제도, 도쿄 등 17개 지자체에 규제자유지대를 만든 전략특구 사업 등을 통해 ‘잃어버린 20년’을 벗어났다. 그리고 미국과 유럽 연합의 성장률을 따라잡으며 2009년 세계 두 번째 경제 대국에 올랐다. 지금 대한민국 경제는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외부적 변수는 한계가 있다고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충격을 최소화하고 지속가능한 경제발전을 위한 토대가 절실한 상황이다.

마침 강원특별자치도가 ‘보건의료데이터 글로벌혁신특구’로 선정됐다. 글로벌 혁신 특구는 기본적으로 전면적 네거티브 규제(법률에서 금지한 행위가 아니면 모두 허용하는 규제 방식) 시행, 체계적인 실증관리, 기획단계부터 수출 맞춤형 해외인증 지원, 안전성입증 즉시 제도 개선, 신산업 전용 보험신설 등 다양한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윤석열 정부의 규제 샌드박스인 셈이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과연 새로운 기술의 족쇄가 됐던 규제를 완전히 뽑아낼 수 있을까.

규제의 상징은 이명박 정부 때는 ‘전봇대’였고 박근혜 정부에서는 ‘손톱 밑 가시’였다. 하지만 ‘전봇대’도, ‘손톱 밑 가시’도 제대로 뽑혔다고 할 수 없다. 이명박 정부의 경우 전국경제인연합회 집계로는 집권 당시 2009년 1만1,050건이던 규제가 2012년 1만3,914건으로 급증했다. 규제를 없애겠다는 약속과 달리 3,000건 가량을 외려 더 늘린 것이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한 대표 정책인 푸드트럭 사업 합법화가 실패했다. 당시 정부는 6,000개의 일자리가 생길 것이라고 했지만 1년6개월이 지난 후에도 허가받은 푸드트럭은 44개뿐이었다. 지자체로부터 허가를 받는 것도 어렵지만 막상 받고 나서도 차량 구조변경 승인 등 10단계가 넘는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했던 탓이다. 직전 문재인 정부에서는 5년간 심사 대상에 오른 규제가 5,795건에 달하지만 이 중 규제개혁위원회가 철회를 요구하거나 개선 의견 및 부대 의견을 낸 건은 128건에 불과했다. 2018년 은퇴 선언을 한중국 최대 쇼핑몰 알리바바의 창업주 마윈은 당시 공산당 고위 간부와 정부 관료들이 줄줄이 앉아있는 자리에서 “(정부가) 뒤처지는 세력을 과도하게 보호하는 것이 혁신을 망치는 가장 큰 요인”이라며 중국 당국의 규제 행태를 맹비난했다. 시대에 뒤떨어진 중국 정부의 규제가 미래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말이다.

AI, 로봇, 빅데이터 등 미래 신성장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는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제도적 역량을 키우는 것이다. 과거의 기술에 고착된 경직적인 제도와 문화로는 신산업혁명의 과실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강원 보건의료 데이터 글로벌 혁신특구’ 조성으로 강원자치도를 AI 기반의 헬스케어 기업에 대한 인증, 사업화, 해외진출 통합 지원으로 첨단 AI 헬스케어 제품의 자유로운 실증이 이뤄지는 신산업 중심지로 육성할 계획이다. 이는 국내 디지털헬스와 데이터 기반 정밀의료 산업이 더 발전하는 동력이 될 것이다. 글로벌 혁신 특구는 규제로 막혀있던 지역의 중소기업, 벤처·스타트업이 세계로 도약할 기회다. 강원자치도가 글로벌 혁신 특구를 통해 과거 ‘규제의 땅’에서 글로벌 기준과 시대에 부합하지 않는 규제를 과감하게 뽑아내는 ‘혁신의 땅’으로 거듭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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