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2대 국회가 10일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만 참석한 가운데 법제사법위원장, 운영위원장을 포함한 11곳의 상임위원회 위원장을 선출했다.
투표에는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등 야당 의원 191명만 참여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야당 단독으로 표결을 강행한 것에 강력히 반발하며 본회의 자체를 보이콧했다.
앞서 여야 원내지도부는 우원식 국회의장의 중재로 이날 오후까지 회동하며 합의 도출을 시도했으나 끝내 결렬됐고, 우 의장은 민주당이 내정한 상임위원장 후보들에 대한 선출 투표를 본회의 안건으로 상정, 표결을 진행했다.
국민의힘은 막판 협상에서 법사위원장을 여당이, 운영위·과방위원장을 민주당이 가져가는 방안을 절충안으로 제시했으나 민주당이 이를 거부했다고 추 원내대표가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이날 선출된 11명의 상임위원장은 모두 민주당 소속이다.
국회 운영위원장에 박찬대 의원, 법제사법위원장에 정청래 의원, 교육위원장에 김영호 의원,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장 최민희 의원, 행정안전위원장에 신정훈 의원, 문화체육관광위원장에 전재수 의원,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에 어기구 의원, 보건복지위원장에 박주민 의원, 환경노동위원장에 안호영 의원, 국토교통위원장에 맹성규 의원, 예산결산특별위원장으로는 박정 의원이 각각 선출됐다.
우 의장은 표결 직전 "민생이 절박한 상황에서 국회의장으로서 원 구성을 마냥 미룰 수 없었다"며 "여당 소속 의원들의 불참 속에 본회의를 연 것은 국회의장으로서 매우 아쉬운 일이지만, 이렇게라도 국회가 문을 여는 것이 옳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관례를 존중해 달라는 (여권의) 말씀도 알고 있다"며 "하지만 관례가 국회법 위에 있을 수는 없고, '일하는 국회'라는 절대적 사명에 앞설 수도 없다는 게 국민의 눈높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국민의힘은 항의 차원에서 11개 상임위원장 선출을 위해 우 의장이 임의로 배정한 자당 소속 상임위원들의 사임계를 내는 한편, 앞으로 진행될 국회의 모든 의사일정을 거부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이다.
그러면서 당 자체 정책 분야별 15개 특위를 가동, 여당의 지위를 활용한 당정 협의로 상임위 활동을 대체하겠다는 구상을 세웠다.
원 구성을 두고 이처럼 맞붙은 여야 구도는 나머지 7개 상임위원장 선출은 물론, 향후 전개될 특검 및 쟁점법안 처리와 정기국회·예산국회에서도 강 대 강의 충돌을 예고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민주당은 국민의힘 몫 7개 상임위원장 선출도 이번주에 마무리하고, 곧바로 18개 상임위를 정상 가동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국민 지원금'과 양곡관리법, 전세사기특별법 등 21대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폐기된 쟁점법안을 재추진하는 것은 물론,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상병 특검법', '대북송금 의혹 특검법' 등을 국회 차원에서 밀어붙이겠다는 의도다.
특히 최근 대북송금 의혹 재판에서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측근인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으면서 재차 불거진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이번 상임위원장 배분 과정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줬다는 게 여권의 주장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법사위를 비롯해 일방적인 원 구성을 강행한 목적은 검찰에 무더기 기소된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 방탄'에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결국 극단적 여소야대 국면에서 빚어진 이번 원 구성 충돌은 시작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향후 김 여사 의혹, 채상병 사건, 이 대표 사건을 둘러싼 검찰 수사 및 법원 판결과 맞물려 돌아가면서 여야 간 생사를 건 충돌이 예고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