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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아침밥 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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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나오는 바위’ 설화가 전승된다. 표면적 의미는 ‘욕심부리지 말라’는 경계와 교훈이 담겼다. 쌀이 나오는 양과 바위 구멍을 쑤시는 행위의 이유에 따라 구분된다. 적은 양으로 여러 명이 나눠 먹어야 한다는 유형과 각자에게 주어진 양이 있음에도 더 많이 갖기 위해 욕심부리는 것에 대해 경계하는 형태다. 전라도와 경상도를 중심으로 널리 퍼져 있다. 이 설화가 여러 지역에 전승된 것은 인간에게 필요한 먹을거리인 ‘쌀’의 중요성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처음 발굴된 쌀 자료는 1920년 김해 패총에서 발견된 탄화미다. 출토된 탄화미는 자포니카로 기원전 1세기경의 쌀로 밝혀졌다. 그 뒤 여주 흔암리 유적, 부여 송국리 유적, 평양의 남경 유적 등에서도 탄화미가 나왔다. 연대는 청동기 시대로 측정됐다. 이어 김포 가현리 토탄층과 일산의 가와지 유적에서도 탄화미가 출토됐다. 이들 볍씨를 근거로 신석기 시대 후기인 기원전 2000년경 벼농사가 시작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쌀은 식문화에서 뺄 수 없는 확고한 위치를 차지해 왔다. 통일신라 때 이미 가래떡, 백설기, 인절미가 등장했다. 고려 시대에는 막걸리를 만들어 마신 기록이 있다. 맛이 좋고 영양학적으로 우수하다. 송나라의 사신으로 고려에 파견되어 온 서긍은 보고 들은 것을 쓴 ‘고려도경’에서 “고려는 쌀알이 크고 특히 맛이 좋다”고 기록했다. 풍속과도 연결돼 설날, 정월대보름, 한식, 단오절, 유두일, 추석, 동짓날엔 모두 쌀을 주재료로 한 음식을 먹는다. ▼쌀이 최근 고전을 면치 못한다. 1인당 쌀 소비량이 감소 추세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56.4㎏으로 역대 최저치다. 1인당 하루 쌀 소비량은 154.6g으로 한 공기 반 수준이다. 30년 전인 1993년의 연간 소비량 110.2㎏의 절반 정도이다. 어린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어느덧 햄버거, 피자, 파스타로 바뀌었다. 한국인은 ‘밥심’이란 말은 옛말이 됐다. 아침밥 먹기 운동이 펼쳐진다. 쌀의 위상 회복이 그렇게 힘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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