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를 제친 TSMC 보유국. 엔비디아 창업주 젠슨 황과 AMD 회장 리사 수를 배출한 나라, 대만이다. 강원도 면적의 2.1배에 불과한 작은 섬이지만,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늘 세계 5위권에 든다. 강원특별자치도교육청과 강원일보가 함께 지난 5월 ‘2025 강원 교육정책 발굴 학술연수단’을 꾸려 대만을 찾아간 이유도 세계 최고 수준의 교육 현장에서 강원교육의 내일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강원일보는 이 여정을 3회에 걸쳐 소개한다.
강원도내 현직 초·중·고 교사로 이뤄진 연수단이 가장 먼저 살핀 곳은 국립타이베이교육대학과 부설 시범초등학교였다. 교사 자격 취득 과정, 현장 실습, 공개수업 문화가 어떻게 맞물려 대만교육을 떠받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타이베이교육대학(國立臺北教育大學)은 대만 교원 양성의 중심 기관이다. 교육, 이공, 인문예술 등 세 학원을 두고 있으며 모든 과정이 교직과 긴밀히 연결된다. 학생들은 2학년이 되면 교직과정과 비교직 과정 중 하나를 선택한다. 적성 설문과 면담이 활용되지만, 학생 스스로의 의사가 크게 반영된다. 교직과정을 밟는 학생은 여름방학 초등학교 실습, 4학년 3주 현장 실습을 거친 뒤 국어·수학 능력검정과 전공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이어 졸업 전 6개월간 교육실습을 마쳐야 하며, 마지막으로 지방자치단체가 주관하는 교사 자격시험에 합격해야 정식 교사가 된다.
자격시험은 합격률이 50% 수준으로 까다롭지만 타이베이교육대학 학생들은 80~90%의 높은 합격률을 보인다. huei ying ho 교수는 “높은 합격률은 우수학생 선발과 철저한 훈련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쌍어(중국어·영어) 교육뿐 아니라 원주민 언어, 교권보호, 학생 상담까지 훈련 과정에 포함해 실제 학교현장에서 필요한 역량을 강조한다. 대만 반도체 산업의 위상과 맞물려 초등학교 단계부터 과학기술 교육을 접목하는 시도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었다.

연수단은 이어 타이베이교육대학부설 시범초등학교(臺北教育大學附設實驗國民小學)를 방문했다. 117년 역사의 이 학교는 교사 실습과 수업 참관을 위해 특별히 설계됐다. 교실 뒤편에는 100여 석의 참관석이 고정돼 있어 누구나 수업을 볼 수 있다.
주진지에 교장은 “아이 교육과 교사 양성이 동시에 이뤄지는 공간이라는 것이 우리 학교의 가장 큰 특징”이라며 “교실은 아이들만의 공간이 아니라 교사와 학부모, 지역사회 모두가 함께 어울려 성장하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수업 운영도 눈에 띈다. 1·2학년은 주 23시간, 5·6학년은 32시간의 수업을 듣는다. 수요일 오후는 교사 연구와 협의에 쓰인다. 다른 요일에 수업을 몰아 배치해 교사 연구 시간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연수단이 참관한 수업은 단오절을 주제로 한 영어 수업이었다. 교사가 실제로 이날 새벽에 캐온 쑥(mugwort)을 보여주며 영어 발음을 가르쳤고, 단오절에 먹는 대만 전통음식 만들기 체험으로 이어졌다. 이 과정에는 방문단 교사들도 함께 참여해 아이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렸다.
방과후와 돌봄 체계도 촘촘하다. 늦으면 저녁 7시까지 운영되는 돌봄교실, 20여 종의 예체능 방과후 수업이 마련돼 있다. 특수교육 학생은 일반 학급에 함께 배치되고, 경계선 지능이나 느린 학습 학생은 디지털 도구와 보충수업으로 지원을 받는다. 특히 이후 방문한 학교들에서도 학부모와 지역 자원봉사자들이 교실 수업에 직접 참여하거나 학교 환경을 가꾸는 등 자발적인 재능기부에 나서는 모습을 공통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런 적극적인 참여는 대만 교육의 독특한 문화로, 학교와 지역사회가 긴밀히 연결돼 있음을 보여준다.
연수단은 대만의 교사 양성과정이 촘촘하게 짜여 있고, 초등학교 현장은 수업이 열려 있는 점이 눈에 띄었다고 입을 모았다. 농산어촌 학교에서 돌봄 프로그램과 체험형 수업을 넓히거나, 교권침해 예방 교육을 강화하는 데 참고할 만하다는 평가도 나왔다.
연수단의 한 교사는 “최근 우리 교육계 화두가 지역 기업 및 공공기관과 연계해 학생들을 그 지역에 필요한 인재로 키워내는 것”이라며 “대만 현장을 보니 학부모들이 자발적으로 봉사하고, 학생들도 지역 안에서 진학과 취업이 연계돼 강원교육에 많은 시사점을 준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