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청주에서 퇴근길에 실종됐던 50대 여성이 44일 만인 27일 오후 8시께 음성군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충북경찰청에 따르면 A씨의 전 연인 김모(50대)씨는 A씨를 흉기로 살해하고, 시신은 마대에 넣은 뒤 자신의 거래처인 음성군의 한 육가공업체 내 4m 깊이의 폐수처리조 안에 밧줄로 묶어 고정해 은닉했다. 당초 시신 유기 장소는 폐기물처리업체로 알려졌으나, 확인 결과 육가공업체로 파악됐다.
진천군에서 폐기물 관련 업체를 운영하는 김씨는 지난달 14일 A씨의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안에서 그가 다른 남성을 만난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격분해 흉기로 10여차례 찔러 숨지게 했다.
살해 흔적이 남은 A씨의 SUV는 2곳 이상의 거래처에 옮겨 놓은 뒤 천막으로 덮어 숨겼다.
그러면서 거래처 업주에는 "자녀가 사고를 많이 치고 다녀서 빼앗았다. 잠시 맡아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김씨로부터 "A를 살해한 뒤 시신을 거래처에 유기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그가 지목한 폐기물업체를 수색했다.
경찰은 이날 김씨에게서 범행 일체를 자백받았으며, 죄명을 폭행치사에서 살인 혐의로 변경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앞서 A씨는 지난달 14일 오후 6시 10분께 청주시 옥산면의 한 회사에서 자신의 SUV를 몰고 퇴근하는 모습이 인근 CCTV에 찍힌 것을 마지막으로 생사가 확인되지 않았다.
A씨의 차량은 실종 당일 밤 11시 30분께 진천군 모처에서 행적이 끊겼고, 휴대전화도 꺼진 상태였다
경찰에 A씨의 실종 신고가 처음 접수된 건 실종 이틀째인 16일이었다. 당시 A씨의 자녀는 "혼자 사는 어머니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고 신고했다.
A씨 가족들은 초기 경찰 조사에서 "A씨가 전 연인 김씨와 자주 다퉜다. 김씨가 해를 가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경찰이 김씨를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한 건 실종신고가 접수된 지 무려 3주나 지난 뒤였다.
김씨는 실종 당일 A씨 주변 인물 가운데 유일하게 알리바이가 없었다.
그는 당일 저녁 자신이 운영하는 진천 소재 폐기물 업체에서 퇴근한 뒤 이튿날 오전 5시가 넘어서야 귀가했고, 10분 만에 다시 집을 나선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미심쩍은 행적에 대해 그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얼버무렸다.
이상한 낌새를 감지한 경찰은 뒤늦게 김씨의 휴대전화 등을 압수수색을 했고, 그 결과 사전에 도로 CCTV 위치를 검색하는 등 의심스러운 정황이 속속 드러났다. 수사팀은 확보할 수 있는 일대 도로 CCTV 영상을 모두 분석해 A씨 차량과 같은 차종의 SUV를 걸러내고, 그 행적을 좇았다.
이후 지지부진하던 경찰 수사는 지난 24일 김씨 거래처인 진천의 한 업체에서 문제의 SUV가 발견되면서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경찰은 김씨가 이 차량을 은닉한 것으로 보고 추적에 나섰고, 이틀 뒤인 26일 김씨가 SUV를 몰고 이동하는 장면을 포착해 당일 그를 긴급체포했다.
경찰은 SUV 내에서 혈흔과 인체조직이 발견된 점을 토대로 김씨를 추궁했고, 그는 결국 범행 일체를 시인했다.
김씨가 충주호에 유기한 A씨의 SUV 내부에서 채취한 DNA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긴급감정을 의뢰한 상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