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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아파트 화재참사 사망자 128명으로 늘어…진화작업 43시간여 만에 종료, 구조작업 진행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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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가사다리로 접근해 시신 수습…아파트 보수공사 관련 부패도 조사

◇27일 오후 11시 15분께 홍콩 북부 타이포의 고층 아파트 단지 '웡 푹 코트'(Wang Fuk Court)에서 화재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속보=지난 26일(현지시간) 발생한 홍콩 고층 아파트단지 대형 화재로 인한 사망자가 128명으로 늘어난 가운데, 여전히 약 200명의 생사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화재 발생 사흘째인 28일 오후, 당국은 수색·구조작업을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화재 원인 조사와 책임자 수사에 착수했다.

로이터, AP통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이번 화재는 홍콩 북부 타이포 구역에 위치한 32층 규모(로비 포함) 고층 아파트단지 ‘웡 푹 코트’에서 발생했다.

당국은 이날 오후 3시 기준, 총 128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했으며, 이 중 108구의 시신을 수습했고 16명은 건물 내부에서, 4명은 병원 이송 후 사망했다. 신원이 확인된 사망자는 39명이다.

부상자는 소방관 12명을 포함해 79명에 달하며, 이들 대부분은 화재 진압과 구조 과정에서 피해를 입었다.

크리스 탕 홍콩 보안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지금까지 467건의 구조 요청이 접수됐고, 이 가운데 110명은 무사 확인됐으며, 39명이 사망, 35명은 부상자”라고 밝혔다. 이어 “약 200명은 아직 생사가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특히 이주노동자 단체에 따르면, 이번 화재로 홍콩에서 가사도우미로 일하던 필리핀인 19명과 인도네시아인 11명도 실종된 상태다.

홍콩 정부는 희생자 유가족에게 20만 홍콩달러(약 3천800만원)의 위로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히는 한편, 전날 제공한 긴급지원금 1만 홍콩달러(약 190만원)에 더해 생계지원금 5만 홍콩달러(약 945만원)를 추가로 지급하기로 했다. 현재 약 900명의 이재민이 인근 학교 등에 마련된 임시 대피소 8곳에 머물고 있다.

이번 화재는 지난 26일 오후 2시51분경 처음 신고됐으며, 43시간 뒤인 28일 오전 10시18분경 완전히 진화됐다.

웡 푹 코트는 총 8개 동, 약 2천 가구가 거주하는 대규모 단지로, 이 중 7개 동에 불이 번지며 막대한 인명·재산 피해를 낳았다. 진화 작업에는 소방관·구급대원 약 2천300명과 소방차 309대가 동원됐다.

당국은 화재가 단지 내 리노베이션(보수) 공사 중이던 건물 한 곳에서 시작됐다고 밝혔다. 건물 저층부 외부에 설치된 그물망에서 불이 시작돼 스티로폼을 타고 위층으로 빠르게 확산됐으며, 고온으로 인해 대나무 비계와 보호망까지 불에 타면서 불길이 여러 층으로 번졌다는 설명이다.

탕 국장은 “그물망은 난연성 요건을 충족했지만, 창문과 문 주변에 설치된 스티로폼 패널의 인화성이 높아 화재가 급속히 확산됐다”고 밝혔다. 또 “단지 내 화재경보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현장 상황이 매우 열악해 정확한 화재 원인 규명에 최소 3∼4주가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화재의 원인이 가연성 자재 사용에 있다고 보고, 보수공사 업체 관계자들에 대한 강제 수사에 착수했다. 전날에는 아파트 관리회사를 압수수색하고, 공사업체와 컨설팅 업체의 책임자 3명을 과실치사 혐의로 체포했다. 이어 이날 추가로 2명을 더 체포해 총 5명이 조사받고 있다.

홍콩 반부패 당국도 이번 보수공사에 투입된 약 3억3천만 홍콩달러(약 622억원)의 예산 사용 내역에 비리가 있었는지 조사에 들어갔다. 경찰은 “해당 업체들이 중대한 과실을 저질렀고, 그로 인해 통제 불가능한 화재로 이어졌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27일 오후 10시 39분께 홍콩 북부 타이포의 고층 아파트 단지 '웡푹 코트'(Wang Fuk Court)에서 발생한 화재를 진압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인근 주민들.

◇27일 오후 11시께 홍콩 북부 타이포의 고층 아파트 단지 '웡푹 코트'(Wang Fuk Court) 인근에서 자원봉사자들이 구호 물품을 나눠주는 모습.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화재 희생자와 유족, 숨진 소방관에 위로를 전하며, 피해 최소화를 촉구했다고 관영 CCTV는 전했다.

존 리 홍콩 행정장관은 이번 화재를 "대규모 참사"라고 규정하며, 대응 총력전을 지시했다.

한편, 다음달 7일로 예정된 입법회(의회) 선거와 관련한 모든 공식 활동은 중단됐으며, 존 리 장관은 선거 연기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오는 28~29일 열릴 예정이던 ‘엠넷 마마 어워즈(MAMA AWARDS)’ 등 여러 행사도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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