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일반

윤석열, 계엄 선포 직후 추경호에 "오래 안갈 거니 걱정말라. 내가 잘하겠다" 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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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거대 야당의 국정 발목잡기 때문에 지금 헌정 질서와 국정이 다 마비돼 계엄 선포했다"고 말해
내란특검 공소장 적시…"尹 협조 요청 문제제기 없이 따라" vs "본회의장 와달라" 한동훈 요구 거절
秋, 사실관계 판단 놓고 특검과 다른 주장…"尹 요청 안 받아" vs "尹 통화후 당사서 국회로 들어가"

◇한덕수 내란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윤석열 전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전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선포 직후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였던 추경호 의원에게 전화해 "(계엄이) 오래 안 갈 거니까 걱정하지 말라. 내가 이제 잘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파악됐다.

9일 조은석 내란특별검사팀의 추 의원 공소장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3일 오후 11시 22분께 추 의원과 2분 5초간 통화하면서 "거대 야당의 국정 발목잡기 때문에 지금 헌정 질서와 국정이 다 마비돼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의 자발적 조기 해제를 약속하면서 협력해달라고 요청했다"며 "추 의원은 비상계엄에 반대하거나 우려를 표명하는 등 문제 제기를 전혀 하지 않았고, 윤 전 대통령이 전화한 취지에 따르기로 했다"고 공소장에 적시했다.

특검팀은 추 의원이 윤 전 대통령과 통화하기 전 당시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 한덕수 국무총리와 잇따라 통화하면서 비상계엄 선포 취지와 상황을 파악했다고 봤다.

홍 전 수석은 오후 10시 56분께 추 의원과 3분 23초간 통화하면서 "비서실장과 수석들이 다 반대했다. 시민들 수십만 명이 쏟아져 나올 것이라고 만류했는데 대통령이 말리지 말라고 하고 강행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고 한다.

한 전 총리도 오후 11시 11분께 추 의원과 통화하면서 7분 33초 동안 "국무위원들이 비상계엄 선포에 반대했음에도 대통령이 선포했다"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비상계엄의 위헌·위법성을 인식하고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에 참여할지를 결정할 수 있는 중요한 정보인데도 추 의원은 해당 통화 내용을 공유하지 않았다고 특검팀은 지적했다.

추 의원과 함께 원내대표실에 있던 의원들이 한동훈 전 대표나 다른 의원들에게 연락해 본회의장 이탈을 유도했다는 내용도 공소장에 포함됐다.

원내대표실에 있던 의원 3명은 3일 오후 11시 54분께부터 4일 0시 13분께 사이 본회의장과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장에 있던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연락했다.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가 지난달 31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에 마련된 조은석 내란특별검사팀 사무실에서 조사를 마치고 나와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5.10.31 사진=연합뉴스

원내지도부가 원내대표실에 있다는 사실을 들은 의원 4명은 본회의장과 예결위 회의장에서 원내대표실로 이동했고 계엄 해제 요구안이 의결될 때까지 대표실에서 머물렀다고 한다.

원내대표실에 있던 신동욱 의원은 4일 자정과 0시 27분께 두 차례에 걸쳐 본회의장으로 이동해 한 전 대표에게 '우리 당이 하나의 행동을 해야 한다, 의견을 모아서 입장을 정리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본회의장 밖으로 나올 것을 요구했다고 특검팀은 공소장에 적시했다.

특검팀은 추 의원이 본회의장으로 와달라는 한 전 대표의 요구에 "거기에 민주당 의원들도 있고 공개된 장소인데 밑에서 여러 상황을 정리하고 올라가도 되지 않겠나"라는 취지로 대응하고, 오히려 한 전 대표와 국민의힘 의원들을 본회의장 밖으로 나오게 하려고 했다고 봤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사무총장이던 서범수 의원을 통해 추 의원에게 연락해 '일부 의원이라도 국회 본회의장으로 와달라'고 요구했지만, 추 의원은 같은 취지로 거부하고 이런 통화 사실을 원내대표실에 있던 의원들에게 공유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공소 사실에 대해 추 의원은 윤 전 대통령에게 계엄 유지 협조 요청을 받은 바가 없고, 오히려 윤 전 대통령과 통화한 뒤 의총 장소를 당사에서 국회로 변경하고 국회로 들어갔다는 입장이다.

앞서 추 의원 측은 "본회의장에 있던 의원들에게 이탈을 유도한 바가 없다"며 "본회의 개의 전에 의원들과 의논 후 본회의장으로 가자고 한 것일 뿐이며, 한 전 대표가 추 의원의 제안대로 본회의장에서 나와 의원들과 회의했다면 표결 참여 의원 숫자가 더 늘어났을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12·3 비상계엄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 지위를 이용해 의원들의 계엄 해제 표결 참여를 방해한 혐의를 받는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이 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2025.12.3 사진=연합뉴스

한편, 서울중앙지법 이정재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3일 국회 계엄 해제 표결 방해 의혹을 받는 추 의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혐의 및 법리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어 면밀하고 충실한 법정 공방을 거친 뒤, 그에 합당한 판단 및 처벌을 하도록 함이 타당하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그는 "피의자가 불구속 상태에서 변호인의 조력을 받으며 방어권을 행사할 필요가 있는 점, 피의자 주거·경력, 수사 진행 경과 및 출석 상황, 관련 증거들의 수집 정도 등을 볼 때 도망 및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구속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추 의원은 지난해 12월 3일 국회 비상계엄 해제 표결을 앞두고 의원총회 장소를 여러 차례 변경하는 방식으로 다른 의원들의 표결 참여를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였던 추 의원은 계엄 선포 이후 비상 의원총회를 소집하면서 장소를 국회→당사→국회→당사로 연이어 변경했다.

이로 인해 다수의 국민의힘 의원은 당시 계엄 해제 의결에 참석하지 못했고, 국회의 해제 요구 결의안은 국민의힘 의원 108명 중 90명이 참여하지 않은 상태에서 재석 190명, 찬성 190명으로 가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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