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에서 활동하는 하창수 소설가의 장편소설 ‘해방전’이 발간됐다. 해방전은 해방 직전의 불안과 혼란 속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시대를 견디는 인물들의 삶을 그린다.
소설은 세 가지 관계를 중심축으로 전개된다. 먼저 김지량과 박창익은 의리와 연대로 맺어진 인물들이다. 오사카 항만청에서 현실 감각 있게 살아가는 박창익과 금융조합에서 입지를 넓혀가는 김지량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식민지의 엄혹한 시기를 통과한다. 특히 김지량의 서사는 작가가 아버지의 유품 사진 속 ‘정체를 알 수 없는 인물’에서 착안했다. 기억의 공백을 상상력으로 복원해낸 결과물이다. 개인적 흔적은 소설 속에서 새로운 역사 서사로 확장된다.
작품은 저항의 기억 또한 중요한 축으로 제시한다. 김지량의 삼촌 김항섭이 궁성에 폭탄을 투척했지만 습기로 인해 불발된 사건은 직접적인 영웅담이 아니라, 다음 세대의 내면에 남겨진 기억의 형태로 전달된다. 소설은 식민지 저항을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세대를 거쳐 이어지는 정신적 유산으로 묘사한다.
또 다른 축인 엄순임과 일본인 지식인 오오모리 소슈 부부는 민족의 경계를 넘어선 사유와 윤리를 보여준다. 조선의 현실을 고민하는 오오모리와 교육자로서 신념을 지키는 순임은 극한의 시대 속에서도 인간성과 지성을 잃지 않으려는 인물들이다.
결국 작품 속 인물들은 서로 다른 삶을 살아가는 듯 보이지만 이동과 만남, 기억과 관계를 통해 하나의 서사 구조로 연결된다.
하창수 소설가는 “해방전은 해방이라는 거대한 역사적 사건을 단순한 결과가 아닌, 그 이전을 살아낸 사람들의 불안과 연대, 기억의 과정을 그려냈다”고 밝혔다. 청색종이, 244쪽, 1만5,000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