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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리 닮고 싶었던 천재소녀, 10년 만에 꿈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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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무대 정복 이어 LPGA 메이저대회 제패한 김효주는?

6살 때 우연히 접하게 된 골프

태권도 하고싶어 찾아간 도장 옆

실내연습장 들렀다 강한 흥미 느껴

“최선 다하라” 아버지의 가르침

전국대회서 한 손으로 퍼팅하자

효주 혼내고 홀로 집으로 돌아와

강원일보 주최 대회 입상하며 두각

2009년 도골프선수권 우승 비롯

각종 대회 휩쓸며 실력 인정 받아

생애 첫 메이저 퀸에 등극, 이제 세계무대에서 활약을 예고한 김효주(19)는 6살 때 골프에 입문했다.

원주 문막에서 자란 김효주의 골프 입문은 이렇다. 아버지 김창호(56)씨는 6살이던 딸 효주를 미술학원에 보냈다. 하지만 딸이 자주 학원에 빠지고 흥미를 느끼지 않자 “뭘 하고 싶으냐”고 물었다고 한다. 김효주를 어릴 때부터 봐 왔다는 한 지인은 어린 효주가 그때 태권도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김씨는 집 근처에 있는 태권도장에 효주를 보내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태권도장과 실내골프연습장이 붙어있었는데 골프연습장 대표가 골프를 한 번 시켜보라고 권유했다. 6살의 김효주는 난생 처음 손에 골프채를 쥐어봤다. 자기 키만한 골프클럽을 잡은 김효주는 6시간 동안 혼자 가지고 놀며 강한 흥미를 나타냈다.

그 길로 골프에 입문한 김효주는 원주 교동초교에 입학하면서부터 전국대회에 출전하며 '골프 천재'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딸을 프로골퍼로 키우겠다고 마음먹은 아버지 김씨는 생업이었던 식당일을 뒤로 한 채 오로지 골프만을 바라보고 딸을 강하게 키웠다.

철저한 프로의식을 갖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을 강조한 아버지 김씨와 효주의 일화 한 토막. 초등학교 저학년 때 제주도에서 열린 전국대회에 출전했을 때 이야기다. 시합 중 약 30㎝ 가량 떨어진 쉬운 퍼팅 기회가 오자 어린 효주는 간단한 거리라는 생각에 한 손으로 퍼터를 잡고 공을 밀어넣었다. 공은 홀컵으로 들어갔지만 경기를 지켜보던 아버지 김씨는 버럭 화를 냈다. 그 자리에서 효주를 혼내고 홀로 비행기를 타고 원주로 돌아왔다. 아무리 쉬운 퍼팅이라지만 최선을 다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골프는 정신력이 무너지면 잘 쌓아왔던 기록도 한 순간에 무너지는 운동이라며 항상 기본기와 긴장을 강조했다. 이번 에비앙 챔피언십 우승을 결정짓는 마지막 버디 퍼팅에서 혼신의 힘을 다해 성공시킨 것도 어릴 때부터 아버지의 가르침을 받았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김효주는 2004년 원주 교동초교 3학년 때 강원일보사 주최 제10회 강원도골프선수권대회 최연소로 출전,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당시 인터뷰서 박세리와 B.J.싱처럼 세계무대를 주름잡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또렷하게 말했던 천재 소녀가 정확히 10년 만에 그 꿈을 이룬 것이다.

첫 날 2, 3살 많은 선수들을 제치고 4위에 올라 골프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이듬해 김효주는 준우승을 거뒀으며 6학년 때는 실력을 인정받아 이미 주니어국가대표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골프 잘 치는 아이로 이름을 알렸던 김효주는 원주 육민관중 2학년이던 2009년 제15회 강원도골프선수권대회 우승을 시작으로 각종 국내대회 우승을 휩쓸었다.

17세이던 2012년 4월 KLPGA 투어 롯데마트 여자오픈에서는 쟁쟁한 선배들을 제치고 아마추어신분으로 우승을 차지해 차세대 골프여왕의 탄생을 예고했다. 그해 10월 프로 세계에 뛰어든 김효주는 프로 전향 2개월 만에 현대차 차이나 레이디스 오픈에서 첫 승을 거둔다. 프로무대에 대한 부담 때문인지 지난해 잠잠했던 김효주는 올해 포효를 시작했다. 올해 KLPGA 투어에서 3승을 거두며 역대 한 시즌 최다 상금 기록을 갈아치웠다.

기본기와 강한 정신력을 갖추고 여기에 지독한 연습벌레인 김효주의 눈은 이제 세계 골프 별들이 모인 LPGA 무대로 향해 있다. 메이저대회 우승으로 진출 관문인 퀄리파잉스쿨(자격시험)을 거칠 필요가 없게 됐다 골프팬들은 LPGA무대를 호령하는 '강원의 딸' 김효주의 모습에 벌써부터 설레고 있다.

김보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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