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주일동안 손님 한 명 못 받았어요”
설악산 관광지가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속초 관광 1번지라는 명성은 이미 옛말이 된지 오래고 공동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주민들은 새로운 관광객 유인책이 없으면 설악산은 더 이상 희망이 없는 땅이 돼 버릴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8일 설악산 A지구 주차장은 승용차와 관광버스들로 만원을 이뤘다. 소공원 입구에 설치된 문화재 관람료를 받는 곳에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얼핏 보기에는 관광객들로 붐비는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소공원만 붐비고 있을 뿐 문이 굳게 닫혀 있는 여관이나 식당 상가들이 상당수에 달했다.
6~7년전만 하더라도 수학여행단 등을 태운 관광버스가 하루에 70~80대씩 소공원을 찾았지만 최근에는 많아야 40~50대에 그친다는게 현지 주민들의 설명이다.
주차장 관리요원 이모(50)씨는 “근래 들어서 가족단위 관광객이 주로 찾고 있지만 이들이 머물며 쉴 수 있는 시설이 없어 단순히 소공원을 둘러보거나 등산을 하는 사람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설악산 소공원에서 5분여 떨어진 B지구는 인적이 끊겨 개점휴업 상태였다. 대부분 식당은 텅비어 있었고 도로 옆에 위치해 있는 한 여관은 폐허가 된 채 방치돼 있었다.
주차장 역시 텅비어 있어 을씨년 스럽기까지 했다. 주민들은 시나 도에서 관광개 유치를 위해 설악산 재개발 등 각종 장미빛 계획을 쏟아내고 있지만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실현되지 않고 있다며 강한 불신감을 내비췄다.
B지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이모(여·62)씨는 “관광객들이 소공원만 둘러보고 모두 빠져나가면서 지난 일주일 동안 손님이 한명도 없었다”며 “가게를 내놔도 선뜻 맡을 사람이 없어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가족끼리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관들이 몰려있는 C지구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즐비하게 늘어선 기념품 가게들은 상당수가 문이 잠긴 채 먼지만 가득했다. 여관들 역시 수학여행 시즌이 시작되면서 희망을 걸고 있지만 여의치가 않았다.
수학여행단들이 시설이 좋은 콘도나 유스호스텔 등을 선호하면서 여관단지를 찾는 단체 관광객을 찾아볼 수 없었다.
주민들은 설악산 관광객을 상대로 영업을 하는 여관들이 70여개에 달하지만 정상적인 영업을 하는 곳이 20곳도 채 안될 것이라고 했다.
수학여행을 온 학생들도 설악산에 와서 볼 것은 권금성 비룡폭포 신흥사 단 3개 밖에 없었다며 볼거리와 즐길거리에 대한 아쉬움을 내비쳤다.
이모(광운공고1년)군은 “자유시간에도 둘러 볼 곳이 없어 오락실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관광지에서 볼거리가 이렇게 없는 줄 몰랐다”고 말했다.
상인들은 “설악산 관광지가 30년전이나 지금이나 변한게 하나도 없어 관광객이 다시 찾지 않는 것은 당연한게 아니겠냐”며 “새로운 볼거리를 창출하지 않는 한 설악산은 등산로로 전락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충고했다. 권원근기자·stone1@kw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