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법과대학에서 국제법을 강의하는 교수인데 영어전문가도 아니면서 영어교육에 관심을 갖는가 하는 질문을 한다면 다른 전공의 경우도 마찬가지이겠지만 국제법은 영어자료를 바탕으로 강의를 하고 논문을 써서 항상 영어에 관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가 영어공부를 시작한 지는 중학교 때부터 계산하면 지금까지 약 40년을 넘겼건만 아직도 영어가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그동안 영어권 생활로는 3년간 영국과 미국에서 국제법을 연구한 바 있는데 영어에 대해 기대만큼 큰 성과를 얻지 못한 점을 생각하면 영어를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 항상 숙제로 남아 있다.
미국에서 교환교수를 지내면서 우리 애들을 한 번은 초등학교 때, 다른 한 번은 고등학교 때 데리고 나갔다.
첫 번째 시도에서는 약 3개월간 애들이 적응하지 못해서 매우 힘들었는데 그곳 초등학교에는 한국인이 한 명도 없는 곳이라 더욱 그러했다.
그러나 3개월이 지난 후 애들이 점차 영어에 관심을 가지면서 한국 책을 멀리하기 시작하더니 결국 한국어 사용에 문제점을 종종 드러내기 시작했다.
귀국 후 학교로 돌아와서는 국어를 완전하게 이해하는 것 같지 않았다.
국어를 모르면 그에 따른 사회과목은 물론 과학분야에서 제시하는 문제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이러한 현상은 두 번째 시도에서도 같았다.
그 후 우리 애들에게 한국어를 정상수준에 이르게 하는데 에는 영어교육만큼이나 힘이 들었다.
여기서 필자가 느낀 것은 현재 정부의 영어몰입교육의 필요성에 관하여는 큰 틀에서는 찬성하지만 그에 따른 한국어 교육을 지금보다 훨씬 더 강화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사실 로스쿨이 개원되면 변호사의 국제적 능력을 강화하기 위하여 로스쿨에서도 영어강의가 병행되어야 함은 당연하다.
그러나 그것은 로스쿨의 주된 교육이 아니고 부차적인 것이다.
로스쿨에 입학하여 변호사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어교육을 잘 받은 학생이 훨씬 유리하다.
로스쿨 입학시험이라고 할 수 있는 LEET(법학적성)시험도 결국 논술과 유사한 국어시험이기 때문이다.
네덜란드가 영어몰입식 교육을 하는 나라 중에서는 성공한 나라로 꼽힌다.
그러나 최근에 자국 내 네덜란드어에 문제점이 생기면서 네덜란드어 교육에 더욱 신경을 쓰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앞으로 이러한 추세로 나아간다면 아예 네덜란드어가 사라질 위기에 처할 것이라는 우려에서이다.
사실 언어학자들에 의하면 앞으로 몇 백 년 후면 영어 이외에는 세계에서 남아있을 언어가 별로 없을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영어몰입교육만큼 국어교육이 중시되어야 하는 이유를 한 가지 더 든다면 필자가 학회와 모 대학교 편집위원을 하면서 외국에서 오랜 유학생활을 해 영어 사용이 모국어처럼 자유로운 학자들의 한글로 된 논문들이 게재되기에는 매우 부족한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그래서 그들에게 차라리 영어로 논문을 쓰라고 권하기도 한다.
왜냐하면 영어로 된 글을 그대로 한글로 옮겼을 때 우리에게 그 의미가 완전하게 전달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번역은 제2의 창작’이라는 말이 실감이 난다.
영어로 된 글을 우리 감정에 맞게 표현하는 능력은 오로지 국어 실력이기 때문이다.
영어몰입교육! 국적 없는 교육이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고 우리 국어의 중요함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영어권 국가들이 그들의 국어인 영어를 소중하게 다루듯이 우리도 한글을 소중하게 다루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학입시는 물론 모든 국가 공무원 및 국영기업체 시험에서 현재보다도 훨씬 강도 높은 국어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제도가 도입되어야 할 것이다.
김한택 강원대교수·강원일보독자권익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