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득히 먼 그때
항하사, 아승기, 나유타…
그렇게 많고 많은
그렇게 길고 긴 어둠의 시간들 이전부터
물이 흘러 가람을 이루고
그 물길 거스름 끝에 언덕이 있었음이니
이름하여, 강원이었다.
생명이 싹트는 가람.
생명을 담아낼 언덕.
그래, 우리 땅 강원은 태어나면서
생명의 이름이었다
사랑의 이름이었다
미래의 이름이었다
그것이 하늘이 내린 존재의 가치였다.
보라, 이 땅에서 시작한 가람을.
한 줄기 동서를 흐르고
다른 한줄기 남북을 적시니
이 나라 모든 생명의 젖줄이 아니더냐
아, 어머니 같은 우리 땅의 가람이여…
보라, 이 땅의 언덕을.
그 언덕 위에, 풀포기, 돌덩이, 나무 한 그루까지
그 언덕 밑에, 속살을 다 헤집고, 뼈를 다 깎아내어
이 나라 어느 인군, 어느 백성, 뉘라서 그 덕을 입지 않았더냐
아, 아버지 같은 이 땅의 언덕이여…
위대함이 지나간 자리엔 바람만 남는다 했던가
신시대에 눈멀고
신문명에 귀먹어
한숨과 절망이 그 가람 탓인 양
낙후와 패배가 그 언덕 탓인 양
왔던 이는 돌아가고
살던 이조차 떠나가서
그 가람, 그 언덕에
회오리바람처럼 모진 세월이 반백 년이었다.
그러나, 가람이 있으니 가람이 우리의 길이 아니던가.
결국은, 언덕이 있으니 언덕이 우리의 길이 아니던가.
동강의 흐름이 위기에서 다시 살아났을 때
우리의 꿈, 우리의 희망도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대관령 허리에 터널이 뚫리던 날
우리 가슴에 박혔던 응어리도 산산이 부서졌다.
그 가람의 길이 신동해권을 넘어 오대양을 향해 흐르고
그 언덕의 길이 막혔던 철조망을 끊고 바이칼을 지나 구라파로 이어져
통일의 길, 세계의 길로 통하게 되었다
아무도 생각하지 않아 불가능이라 여겼던 길이었다
아, 어머니 같은 이 땅 가람의 은혜여…
아, 아버지 같은 이 땅 언덕의 은혜여…
길은 돌아오기 위해 있는 것.
떠났던 마음들이 돌아온다
통합을 위하여, 평화를 위하여, 역사를 위하여.
더 넓은 세상이 우리에게 다가온다
질을 찾아, 격을 찾아, 결을 찾아.
우리가 그 속으로 나아간다
해오름의 기세로, 뫼오름의 기세로, 물오름의 기세로.
천시와 지리 위에 마침내 인화의 길이 열렸음이니
우리가 중심인 것이다.
우리 세상이 오고 있음이다.
다시금 새 길을 찾아 떠나는 우리.
두려움이 무엇인가.
그저, 나 한 몸, 내 영혼 잠시 접어두고
앞서 간 어른들의 한과 눈물을 생각하자.
뒤에 올 우리 아이들의 기대와 소망을 생각하자.
처음부터 있었던 길이 어디 있으랴.
우리가 가면 곧 길이 된다
이 가람을 따라.
이 언덕을 따라.
아, 어머니의 가람이여…
아, 아버지의 언덕이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