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명사의 시]어머니의 가람이여, 아버지의 언덕이여

아득히 먼 그때

항하사, 아승기, 나유타…

그렇게 많고 많은

그렇게 길고 긴 어둠의 시간들 이전부터

물이 흘러 가람을 이루고

그 물길 거스름 끝에 언덕이 있었음이니

이름하여, 강원이었다.

생명이 싹트는 가람.

생명을 담아낼 언덕.

그래, 우리 땅 강원은 태어나면서

생명의 이름이었다

사랑의 이름이었다

미래의 이름이었다

그것이 하늘이 내린 존재의 가치였다.

보라, 이 땅에서 시작한 가람을.

한 줄기 동서를 흐르고

다른 한줄기 남북을 적시니

이 나라 모든 생명의 젖줄이 아니더냐

아, 어머니 같은 우리 땅의 가람이여…

보라, 이 땅의 언덕을.

그 언덕 위에, 풀포기, 돌덩이, 나무 한 그루까지

그 언덕 밑에, 속살을 다 헤집고, 뼈를 다 깎아내어

이 나라 어느 인군, 어느 백성, 뉘라서 그 덕을 입지 않았더냐

아, 아버지 같은 이 땅의 언덕이여…

위대함이 지나간 자리엔 바람만 남는다 했던가

신시대에 눈멀고

신문명에 귀먹어

한숨과 절망이 그 가람 탓인 양

낙후와 패배가 그 언덕 탓인 양

왔던 이는 돌아가고

살던 이조차 떠나가서

그 가람, 그 언덕에

회오리바람처럼 모진 세월이 반백 년이었다.

그러나, 가람이 있으니 가람이 우리의 길이 아니던가.

결국은, 언덕이 있으니 언덕이 우리의 길이 아니던가.

동강의 흐름이 위기에서 다시 살아났을 때

우리의 꿈, 우리의 희망도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대관령 허리에 터널이 뚫리던 날

우리 가슴에 박혔던 응어리도 산산이 부서졌다.

그 가람의 길이 신동해권을 넘어 오대양을 향해 흐르고

그 언덕의 길이 막혔던 철조망을 끊고 바이칼을 지나 구라파로 이어져

통일의 길, 세계의 길로 통하게 되었다

아무도 생각하지 않아 불가능이라 여겼던 길이었다

아, 어머니 같은 이 땅 가람의 은혜여…

아, 아버지 같은 이 땅 언덕의 은혜여…

길은 돌아오기 위해 있는 것.

떠났던 마음들이 돌아온다

통합을 위하여, 평화를 위하여, 역사를 위하여.

더 넓은 세상이 우리에게 다가온다

질을 찾아, 격을 찾아, 결을 찾아.

우리가 그 속으로 나아간다

해오름의 기세로, 뫼오름의 기세로, 물오름의 기세로.

천시와 지리 위에 마침내 인화의 길이 열렸음이니

우리가 중심인 것이다.

우리 세상이 오고 있음이다.

다시금 새 길을 찾아 떠나는 우리.

두려움이 무엇인가.

그저, 나 한 몸, 내 영혼 잠시 접어두고

앞서 간 어른들의 한과 눈물을 생각하자.

뒤에 올 우리 아이들의 기대와 소망을 생각하자.

처음부터 있었던 길이 어디 있으랴.

우리가 가면 곧 길이 된다

이 가람을 따라.

이 언덕을 따라.

아, 어머니의 가람이여…

아, 아버지의 언덕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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