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신춘문예 당선작·시 부문]소라 여인숙

 









소라여인숙
-김영식·포항

 어린물떼새 발자국 안테나처럼 찍힌
 해변가 모퉁이 외딴 집 한 채
 대문 푸른 그 집의 적막을 떠밀자 능소화
 꽃잎마다 출렁! 노을이 밀려든다
 「자는 방 잇섬」 걸어놓고 주인은
 종일 갯바위 너머 일 갔는지
 마당엔 젖은 파도소리만 무성하다
 집이 그리운 집게처럼 나는
 풍랑주의보 내린 어로漁撈를 정박시키고
 소금기 반짝이는 그 집 빈방에 들어
 하룻밤 묵고 가기로 한다
 바람소리 켜켜이 비닐장판처럼 깔린
 방바닥에 지긋이 손을 넣으면
 오래 흘러온 것들이 제 상처를 들여다보는 시간
 공중을 내려놓은 갈매기들이
 깃 속에 낮의 시린 부리를 묻는다
 등 굽은 주인은 아직 돌아오지 않고
 모서리 둥글게 닳은 물결무늬 숙박계
 세상에 없는 주소 꾹꾹 눌러 적으면
 누군가의 등을 안아주던 흰 바람벽
 위로 참방참방 헤엄쳐오는 숭어 떼
 방파제 끝에서 인부 몇 돌아오고 나는
 옆으로 누워 밤을 견디는 긴발가락집게처럼
 온 몸이 녹아드는 아랫목에 누워
 홑이불 같은 수평선 한 자락 당겨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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