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일반

[강원논단]강원도와 물길

유엔(UN)이 정한 ‘물부족(water-stressed)국가’에 대한 정의나 통계자료가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는지는 좀 더 두고 볼 일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산림이 줄어들고 물 사용량이 20년마다 2배로 증가하고 있다고 하니, 한국뿐만 아니라 많은 나라에서 물이 부족한 시기가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하천의 정리작업이나 도시에 산재해 있는 주택단지며 도로의 바닥들이 포장되면서 물이 땅속으로 스며들 여지가 없어, 우리가 오랫동안 마셔왔던 지하의 대수층 수량이 줄어들면서 나타나는 위기현상 중 하나일 것이다.

얼마 전 학교 주변을 산책하고 있었다.

늘 같은 곳을 10여년 걷다 보니 주변의 변화를 한눈에 알 수 있게 되었다.

널따란 농토가 반듯하게 구획되면서 농로와 물길들이 직선화되었다.

농사일을 좀 더 효율적으로 하기 위하여 농로를 콘크리트로 포장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물길마저 콘크리트 유(U)자관이나 콘크리트 박스로 설치할 필요가 있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랫동안 보아온 자연형 물길들은 나름대로 운치가 있었다.

어느 정도 깊이가 있고, 잡초 사이로 물이 졸졸 흐르는 모습이며 물길 옆에 보기 좋게 피어 있는 들꽃들이 정겨웠다.

그런데 이곳을 몽땅 걷어내고 콘크리트 유자관이나 콘크리트 박스로 설치하기 위하여 포클레인으로 땅을 파고 있는 것이 아닌가? 최근 여러 곳에서 콘크리트 바닥이나 옹벽을 걷어내고 자연친화형 물길을 만들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들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아직도 강원도 한 구석에서는 거꾸로 가고 있는 곳이 있었다.

옛날 어릴 적 농사일을 도운 기억이 생생하다.

노인들이라면 냇가의 물을 끌어오던 경험이나 비가 내리지 않을 때는 논바닥에 웅덩이를 파고 물이 고이면 양동이로 퍼 올려 물을 댄 경험을 갖고 있다.

요즈음은 농사를 지으려면 거의 대부분 저수지에 의존하고 있다.

땅을 파도 물이 잘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그만큼 땅속에 물이 고여 있지 않고 흘러버리기 때문에 농토가 건조하고 메말라 있다.

물론 콘크리트 유자관이나 콘크리트 박스를 왜 설치하느냐고 묻는다면, ‘물을 잘 흐르게 하고, 측면의 토사가 무너지는 것을 막고, 물길 바닥에 흙이 쌓이므로 물길을 터주기 위하여 하고 있노라’고 답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농토의 물길을 콘크리트 유자관이나 콘크리트 박스로 설치하기보다는 물길을 좀 더 넓히고 단을 두어 자연형 물길을 만든다면 농토의 지하수 확보는 물론 이곳에서 자라나는 다양한 식물들로 트랙터가 지나는 농로를 넘어 걷기 좋은 산책로까지 가능할 것이다.

특히 콘크리트 유자관이나 콘크리트 박스는 땅이 숨을 쉬는 것을 막고, 물을 담지도 못하며 도시를 덥게도 만들고 있다.

또한 콘크리트 유자관이나 콘크리트 박스의 표면은 매끄럽고 측벽이 높아 이곳에 한 번 빠진 개구리나 뱀 등은 빠져나오지 못하고 대부분 고사해 버린다.

네덜란드 시골을 지나가다가 기분 좋게 느껴본 적이 있다.

해수면과 차이가 없는 지형적 특성도 있겠지만, 물길 면이 만나는 곳에는 늘 푸르고 다양한 식물들이 자라고 있었다.

이곳은 적절한 수량의 유지로 잡초들이 무성하게 자라 지상에서 유입되는 오염원까지 정화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었다.

지난 30년 동안, 인간은 지구환경의 3분의 1을 파괴하였다고 한다.

지구온난화는 나날이 심각하여 하루에도 150여 종이 가까운 지구의 생물들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몇십 년 안에 대재앙이 올지도 모른다는 과학자들의 경고도 있다.

더워지는 지구를 보호하기 위하여 작은 것부터 실천하는 지혜가 필요할 때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의 다양한 생물들을 보호하여 후손들에게 좋은 자연환경을 물려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최재석 한라대교수

강원의 역사展

이코노미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