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부터 휴대전화는 배터리 접촉 불량으로 자꾸 먹통이 되고, 날씨는 꾸물꾸물 눈은 올 것 같고, 또 한 해가 가는구나 설핏 허무해지고, 그러다가도 언제나 기다림은 견디기 힘든 두근거림이어서 나도 모르게 ‘잊자, 포기하자’라고 속으로 중얼거리기도 했다.
그렇게 기다림도 두근거림도 잦아들 무렵 뜬금없이 당선 소식이 왔다.
단단하게 시멘트를 발라 숨구멍이 콱 막힌 땅에서, 어느 봄날 날숨 한 번 겨우 쉬어 틔워낸 민들레꽃.
문학은 내게 그런 것이었다.
나는 삶의 곤궁함 속에서 문학을 향해 활시위를 당기는 것이고, 그 속에서 잠깐씩 나를 관통하는 아카시아 향기, 꼬맹이들의 덧니 웃음, 엎드린 구름의 배꼽….
실은 이런 것들이 내 문학의 곤궁한 화살이 되어주었음을 고백한다.
딴에는 문학을 한다고 시로 입문하였지만 정작 수확한 작품이 없어 스스로 부끄러웠던 적도 많았다.
내 부끄러움을 되갚아 줄 기회가 주어진 것에 진심으로 감사한다.
따숩게 손 잡아주는 남편과 가족들, 그리고 채희윤 고재종 선생님, ‘광주문학아카데미’ 학생들과 기쁨을 나누고 싶다.
더불어 부족하기만 한 작품을 인정해주신 심사위원 선생님의 선택이 후회없도록 더 정진할 것을 약속드리고 싶다.
△문지원 △1974년 광주출생 △2002년 무등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