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강원포럼]원주 의료산업 멈출 순 없다

우려했던 결과를 접하면서 실망과 아쉬움,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정부의 이번 첨단의료복합단지 선정 절차와 방법은 매우 혼란스럽다. 단지 원주가 탈락했다는 이유만은 아니다. 의료산업의 국제경쟁력과 국가산업전략 측면에서 볼 때 우선 국가정책이나 방침 결정 과정에 국민의 신뢰를 잃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신뢰를 잃는 것은 성과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번의 경우 신청마감 기일연장, 잦은 평가일정 변경, 평가항목별 가중치 선정, 대상지 선정방법 등 원칙과 기준, 합리성을 저버린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렇게 신뢰성 없는 절차와 과정 그리고 방법을 모두가 얼마나 수긍하고 수용하겠으며, 과연 성공할 수 있겠는가 하는 의구심마저 들기도 한다.

다음으로 산업입지선정은 국가경쟁력과 균형발전, 입지여건 등을 고려하여 객관적이고 전문적인 분석과 진단에 의해 결정돼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장기적 국가산업발전 전략과 긴밀하게 연계되고 국가종합발전계획과 맥을 같이해야 하는데 이번 선정이 투표로 결정되었다고 하니 이 얼마나 무계획한 일인가?

그래서 정치적 판단이니 외압이니 하는 석연치 않은 의혹과 불신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강원도는 이미 정부로부터 의료융합·의료관광산업을 강원광역경제권의 선도산업으로 지정받았다. 이러함에도 정부정책 방향과 부합하지 않는 결정을 내렸다는 것은 전략산업 육성이라는 국가발전 계획이 과연 제대로 유지되고 있는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또 의료산업의 국제경쟁력과 정부의 산업전략에 대한 일관성이 존재하는지도 의심스럽게 하는 부분이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의료산업은 하루아침에 그 기반이 구축되는 산업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의료산업 특히, 의료기기산업의 인프라가 조성되기까지는 10여년이 기본적으로 소요된다. 연구개발 인프라, 산업단지, 기술인력, 지원체계, 경험 등 모든 것이 종합적으로 구축됐을 때 복합적 기능에 의해 성장동력화가 가능한 것이다.

원주는 이미 지난 10여년 동안 강원도의 '3각 테크노밸리 산업전략'을 통해 인근 의료산업단지, 의료R&D기능 연계와 함께 국내 총 수출액의 30%를 차지할 정도로 우리나라 최고의 의료기기 산업지역으로 인프라를 구축해 왔다.

이번 탈락이 원주의료기기산업 발전에 찬물을 끼얹거나 제동을 거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원주를 중심으로 한 의료기기산업의 발전은 결코 여기서 멈출 수 없으며, 절대 멈추어서도 안 된다.

선정된 지역이 제 역할을 하려면 적어도 10년 이상은 걸려야 한다. 이 기간 우리는 더 큰 비전과 전략을 통해 이 지역을 의료기기로 더욱 특화하고 육성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강원도는 세계적 수준의 기업과 대학, 연구기관, 우수 인재들이 모여 첨단의료기기 시장을 선도할 수 있도록 의료산업 클러스터와 글로벌 메디컬 콤플렉스를 중점 조성해 나가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글로벌 경쟁력 기반을 확보하고, 아울러 민간 주도의 국제경쟁력을 강화해 나가면서 세계의료기기 시장의 상위권 진입을 달성할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어떻게 보면 지정된 첨단의료복합단지가 조기에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이미 집적화되고, 충분한 경쟁력과 자생력을 갖춘 원주의료기기산업과의 연계성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정부도 이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정부는 의료산업의 국제경쟁력을 조기에 구축한다는 차원에서 원주의료기기산업의 특화발전을 위한 특단의 대책과 지원방안을 빨리 마련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우리나라 의료산업의 미래도 내다볼 수 있을 것이다.

유치에 실패했다고 더 이상 좌절하거나 실망할 필요는 없다. 지금까지 해온 대로 끊임없이 노력해 나간다면 새로운 결실이 반드시 돌아올 것이다.

최흥집 원주첨복단지유치추진단장 강원도정무부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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